나의 투쟁 3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 지음, 손화수 옮김 / 한길사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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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투쟁 3

_칼 오베 크나우스고르 저/손화수 역 | 한길사

원제 : Min Kamp 3

 


1.

그곳에 모인 사람들 사이엔 그 어떤 공통점도 찾아볼 수 없었다. 표면을 흐르는 웃음소리 밑에는 교감과 반감이 쉴 새 없이 돌고 돌았다. 수많은 말이 뱉어졌고 수많은 행위가 있었다.”

같은 뜻으로 모인 사람들 사이에도 각자 생각이 따로 놀 수가 있다. 타인과의 대화는 아마도 이런 경우가 많지 않을까? 교감과 반감사이를 오가는 대화, 때로는 침묵. 수 없이 많은 말들이 떠돌 지만, 가만히 있으면 소외감이 느껴지거나 작은 공간에서 아웃사이더가 된다는 느낌을 갖을지도 모르기에 우리는 듣기보다는 말하기에 집중할지도 모른다.

 

2.

칼 오베는 자기가 얼마나 불행한 패배자인지를 글로 써내는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했잖아. 슬프고 비참한 이야기들을 줄줄이 엮어내면서 자신을 수치심과 후회로 포장하고 있는 남자란 말이야.” 칼 오베가 나의 투쟁을 써내려간 동기랄까, 다짐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혹자는 왜 내가 이 남자의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있어야 하나 의구심을 가질 수도 있다. 칼 오베의 일상이 아니라, 그냥 소설로 읽으면 어떨까? 어차피 소설이라는 것도, 판타지 소설이 아닌 이상 누군가의 일상, 생각, 삶의 단편들이 어우러진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타인과의 갈등이 추가된다.

 

3.

갓 태어난 아이가 요구하는 나날의 새로운 일상은 흐르는 물처럼 자연스럽게 우리 몸에 배어들었다. 린다는 아이와 단둘이 있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일을 해야만 했다. 소설은 가을에 출간해야만 했고 나는 돈이 필요했다. 내 소설은 샌들과 낙타로만 채워져 있을 뿐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 칼 오베와 린다 사이에 딸이 태어났다. 일상에도 변화가 생겼다. 그 딸이 유아세례식을 치르는 날까지, 오베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글을 썼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편집자에게 난생 처음으로 거짓말을 했다. “소설을 완성했고 지금은 교정을 보고 있는 중이라고, 하지만 정작 소설의 중심적인 이야기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는 미친 사람처럼 글쓰기에 몰두한다. 세상일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 잠은 하루에 두세 시간 밖에 자지 않았다. 오직 그가 의미를 두고 있는 것은 그가 쓰고 있는 소설뿐이었다. 이쯤 되면 투쟁맞다. 그러나 투쟁 아닌 삶이 어디에 있던가?


4.

자연을 인간의 삶에 인위적으로 끌어넣은 것은 필요해서 한 일이 아니라 인간이 닿을 수 있는 세상을 더욱 넓히기 위한 지식에 대한 동경과 갈망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자연에 대한 인간의 지식이 확장되었을까? 그는 주말이면 운하와 자갈길, 숲속의 오솔길을 채우는 인간의 물결이 지난 세기말의 인간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하면서 눈물이 나올 것만 같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내 생각도 그의 생각과 겹쳐진다.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는 그들보다 더 큰 상실감으로 허덕이는 인간이라는 것이다.” 삶의 질이 나아졌다고들 하지만 과연 어떤 면에서 나아진 것일까? 살아가며 채워야 할 요소는 점점 많아지고, 상대적인 부족감과 낮은 자존감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일상을 반복하는 것이리라. 자연 속에서 잠시나마 평안함을 느낀다면, 소유와 존재의 차이를 서로 많이 못 느끼는 시간이 되기 때문에 그러할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5.

“4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하늘에 떠오르는 태양을 처음으로 본 호모 사피엔스인지 뭔지 하는 존재에서부터 시작된 인류는 따지고 보면 지금까지도 변한 게 없다. 신체도 그대로이고 욕망은 그 옛날과 비교해 달라진 것이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 옛날의 모습을 지금과는 전혀 다르다고 믿고 있다. 단지 짐작만 하는 게 아니라 확고하게 믿고 있는 것이다.” 다소 허무적이고, 지나친 감이 없지 않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초기 인류의 조상에 비해 무엇이 나아졌는가? 지능? 이젠 그 지능도 점차 인공지능에 밀리고 있지 않은가? 욕망은 더 극대화지고 있다. 타인을 위한 배려심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과연 나아진 점이 있다면 무엇인지 칼 오베와 함께 고민해볼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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