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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도 4 : 걷다 ㅣ 나는 오늘도 4
미쉘 퓌에슈 지음, 루이즈 피아네티보아릭 그림, 심영아 옮김 / 이봄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걷다】
_미셸 퓌에슈 저 / 심영아 역 / 루이즈 피아네티보아릭 그림 | 이봄
1.
인간이 직립하고 두발로 걸어 다니는 것이 동물과 다른 점이다. 직립이 인간의 지능과 관계있다는 이야기도 한다. 확실히 인간의 보행은 신비롭다. 손바닥보다 조금 큰 발바닥이 지면을 딛고 나아간다. 발로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일 중에서 단연 '걷기'는 매우 역학적이고 역동적인 행위다.
2.
'걷기'에 철학의 옷을 입힌다. 이 책의 저자 미셸 퓌에슈는 파리 소르본 대학의 철학 교수다. 철학적 사고와 개념들을 널리 전파하는 데 힘쓰고 있다. 저자는 급 변화하는 21세기를 살아야하는 현대인들을 위해 2010년부터 2년 동안 [나는, 오늘도 Philosopher?] 시리즈 9권을 집필했다. 철학적 개념을 인간의 몸과 마음의 행동과 생각을 통해 풀어내는 저자의 집필방식은 사람들이 실제로 몸과 마음을 움직여 삶을 변화시켜 나아가는 계기가 되도록 자극을 준다.
3.
그 시리즈 중 한 권인 이 책의 키워드는 책의 제목과 같이 [걷기]다. "발걸음에 맞추어 몸이 규칙적으로 흔들리면 / 마치 잠들기 전처럼 / 때로는 깊고 때로는 가벼운 / 몽환 상태로 넘어간다. 이런 상태를 유지하며 걷다보면 / 몸은 좀 피곤할지 모르지만, 마음은 푹 쉬게 된다 / 진정한 자기 보살핌인 것이다." '자기 보살핌'이란 표현이 좋다. 걷는 것은 전적으로 나의 자동 의지다. 생각하며 걷지 않아도 다리와 팔이 몸통을 도와 걷는다는 행위는 바로 내 마음이 내 몸을 보살펴준다는 뜻이기도 하다.
4.
탈것이 발달 될수록 '걷는다'는 단순한 행위가 운동으로 바뀌는 요즈음이다. 어딘가를 향해 두 발로 걸어가는 행위는 세상과 직접 대면하는 철학적 경험이라고 한다. 우리는 본래 걷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5.
아기가 태어나서 기기 시작하고 걷기 시작하면 모든 가족들의 관심은 아기의 걸음걸이에 쏠린다. 삶을 시작하는 아기에겐 말을 배우는 것만큼이나 걸음마를 배우는 일이 중요하다. 저자는 그 과정을 이렇게 표현한다. "사람답게 되기".
6.
새삼 느끼는 것은 걷는 과정 중에 우리 몸은 끊임없이 균형을 잡는다는 것이다. 걸음걸이의 파행은 허리, 골반 또는 다리의 문제보다 뇌에서 찾아야한다. 걸음걸이뿐이랴 우리 살아가며 잃지 말아야 할 것이 균형감이다.
7.
"사람마다 고유한 걸음걸이가 있다. (...) 특별할 것 없는 걸음걸이라 해도, 거기에는 그 사람만의 독특한 스타일이 있으며, 인생을 대하는 태도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걸어가는 뒷모습만 보고도 누구라는 생각이 나는 것은 우리의 일상이기도 하다. 인생을 대하는 '태도의 한 단면'이란 표현에 주목한다. 긍정적인 삶이냐, 부정적인 삶이냐, 꿈과 희망을 소중히 하는가, 분노와 용서 못함으로 채워진 몸이냐?
8.
"지금 살고 있는 집 뒤의 골목에 아직 가보지 않았다면, 집까지 들리는 고함소리의 주인공인 아이들이 뛰놀고 있는 놀이터에 나가보지 않았다면, 진정 그 집에 산다고 말할 수 없다. 물론 정은 쌓이지 않을 테니, 이사 가기는 쉬울 것이다." 걷는 것을 끔찍하게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하는 말이다.
9.
누군가와 여행을 떠나보면 그 사람을 더욱 잘 알게 된다. 하이킹만 해도 속이 보인다. 다음 이야기도 마음에 담아둘만하다. "날은 덥고, 길을 잃어 다들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할 때, 남아 있는 물을 나누어 마시는 태도, 그러니까 마지막 남아 있는 물통을 모든 사람들이 돌아가면서 마실 때 자기 차례에서 얼마나 많아 마시는가를 보면 그 사람의 됨됨이가 고스란히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