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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언트 - 영어 유창성의 비밀
조승연 지음 / 와이즈베리 / 2016년 10월
평점 :
품절
【플루언트】 - 영어 유창성의 비밀
_조승연 (지은이) | 와이즈베리 | 2016-10-20
1.
외국어를 익히는 일은 지난한 작업이다. 꾸준함이 요구된다. 언어적 감각이 뛰어나서 외국어를 빠르게 습득하는 소수의 사람들만을 제외하곤 이런 저런 교재의 첫 장만 들여다보다 마는 경우가 허다하다. 뭐 좋은 방법이 없을까?
2.
이 책의 저자 조승연은 ‘세계문화전문가’로 소개된다. 이미 저자는 《이야기 인문학》, 《공부기술》 등의 베스트셀러를 포함해서 이 책 《플루언트》외에 18권의 책을 출간했다고 한다. 요즘은 tvN <비밀 독서단> 과 여러 방송 매체를 통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3.
한 때 ‘언어천재’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던 저자는 우리나라 영어 교육의 잘못된 접근과 투자는 영어를 대하는 잘못된 마인드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영어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영어가 무엇이고, 왜 필요하며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를 정확하게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4.
따라서 저자는 이 책에서 영어 공부의 스킬을 지양한다, 언어란 모국어이건 외국어이건 암기과목이 아니라 문화에 대한 자연스러운 호기심에서 우러나오는 탐구의 대상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학습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5.
책은 크게 다섯 파트로 구성했다. ‘언어 전쟁의 승자가 되기 위해’, ‘영어적 머리, 한국어적 머리’, ‘영어 문장의 비밀’, ‘단어의 비밀’, ‘문맥의 비밀’ 등이다.
6.
언어 전쟁의 승자가 되기 위해 ‘식민지 시대의 영어관에서 벗어나자’는 이야기는 사뭇 도전적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영어를 대하는 태도는, 식민지 수탈과 20세기에 부상한 대영제국 등 제국주의에서 비롯된 극심한 백인우월주의가 만들어낸 유색 인종의 열등감이 바탕에 깔려있다는 것이다. “서구인도 이젠 서슴없이 21세기를 아시아의 세기라고 말한다. 그래서 지금은 누구도 우리의 영어가 미국, 영국인의 것과 다르다고 해서 ‘너는 야만인’이라고 비난하지 못한다.”
7.
우리가 영어 공부를 힘들어하듯이, 외국사람들 역시 한국말 배우기를 힘들어한다. 영어라는 언어는 한국인의 감성을 담기에 너무 작은 그릇이라는 말에 공감한다. 비근한 예로, ‘죽었다’는 우리말 표현만 해도 얼마나 많던가. “한국어처럼 동사를 약간 바꿔서 문장 기능을 바꾸는 것을 동사의 ‘무드(mood)’라고 하는데, 프랑스어와 독일어는 그래도 5개의 무드가 있지만 영어에는 3개밖에 없다.” 영어를 만만하게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영어의 동사를 두 개씩 합쳐 사용하는 방법은 물론 동사의 숫자를 늘리는 구체적인 방법도 설명해준다.
8.
‘단어의 의미를 파악하는 두 가지 방법’도 유용하다. 일단 나만의 사전을 만들어서 단어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는 벙법을 이야기하며 ‘공시적인’ 방법을 이야기한다. 사전을 만들 때 단어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공시적으로 접근한 대표적인 언어학자로 프랑스의 에밀 리트레를 소개한다. 프랑스인은 요즘에도 어떤 철자법을 두고 다툼이 생기면 “리트레를 찾아봐”라고 말할 정도로 리트레는 프랑스 국민의 사랑을 받는 언어학자다. 단어가 가진 원래의 몽실몽실한 느낌을 ‘의미의 영역’이라고 이름 붙인다면, 이를 좀 더 분석적으로 ‘의미영역표’로 그릴 수 있다. “우리가 run이라는 영어 단어를 우리말 ‘뛰다’라고만 외웠다고 하자. 그런데 ‘뛰다’는 ‘run’의 ‘달리다’외에 jump의 의미까지 포함한다.” 단어들의 패턴을 제대로 파악하면 이를 토대로 복잡한 단어를 만들어 쓸 수 있는 ‘어휘 능력’이 생길 것이라고 하는데, 이 작업은 만만치 않지만 해볼 만한 시도라고 생각한다. 단어의 의미를 파악하는 두 번째 방법으로 통시적 방법을 소개한다. 수십 개의 언어를 이해하고 활용한다는 영국의 언어학자 제임스 머레이의 두뇌 구조는 도대체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해진다. 이 언어천재는 리트레와는 다른 방식으로 단어에 접근했다. 리트레가 단어를 여러 상황에서 경험했다면 머레이는 그 단어의 과거사를 이해하는 방법으로 친해지려고 한 것이다. 어떤 한 단어가 처음 어떻게 생겨나서 어떤 경로를 통해 영어에 도입되었으며 어떤 변천을 겪어 지금에 이르렀는지를 추적해 보는 것이다. 마치 나무의 뿌리부터 가지 끝까지 샅샅이 살펴보아야 나무 전체의 성질을 정확히 피악 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하는데, 이 두 사람의 공부 방법을 따라가기엔 너무 버겁게 느껴진다. 일단 두 사람의 언어 공부에 대한 열정을 마음에 담는다.
9.
저자는 고등학교 유학 시절 영어 시 낭독의 중요성을 배우면서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의 ‘감’을 제대로 알았다고 한다. 또한 인문학 고전 작품을 통해서 그들의 공통 문화 지식에 눈을 뜨고 합리적 사유의 바탕이 되는 서양 철학의 흐름을 이해하면서 우리(동양인)와는 다른 그들의 눈을 통해 시간과 공간을 나누는 기준을 파악하면서 영어 공부를 했다고 한다. 저자의 경험에서 우러난 영어에 대한 생각과 학습방법에 대한 이야기가 깊이 있게 많이 담겨있다. 영어공부를 위한 궤도수정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