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사 讀史 - 역사인문학을 위한 시선 훈련
김동욱 지음 / 글항아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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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사(讀史) 』      김동욱 / 글항아리


1.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볼 때 유일하게 보이는 인간의 구조물은? ‘만리장성’이다. 그 만리장성이 인간의 고정관념 탓이다?


2.
미국 보스턴대의 중국학자 토머스 바필드 교수 주장에 의하면 진시황제가 장성을 쌓은 이유는 “나라는 사면이 성곽으로 둘러싸여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얽매여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라 국(國)’이라는 한자에서 보듯 전통시대 중국인의 사고 속에는 성읍국가나 도시국가처럼 나라는 사면을 외적의 침입으로부터 방어하는 성곽을 필수 전제 조건으로 삼아야 한다는 관념이 들어 있었다.


3.
지은이는 역사가 인간에게 세상을 바라보는 창(窓) 역할을 한다고 표현한다. 덧붙여 사람들의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벗(友)이자 스승(師) 같은 존재라고 한다.


4.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지은이가 역사의 편린들을 인문학적 사고로 뒤집어보고 흔들어본 결과물이다. “역사가 주는 메시지를 제대로 읽어내기 위해서는 그동안 ‘당연하다’고 여겨왔던 모든 역사를 의심하고 새롭게, 꼼꼼히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그렇다. 교과서에 실린 역사이야기는 머리가 커지고 머리카락이 희어지고 빠져도 그대로 남아있다. 아이들에게 역사 이야기를 전해주는 것을 보면 안다. 철수 아빠나 영희 아빠나 똑같다.

 

5.
꼭지글 제목들이 흥미롭다. ‘최고 명문장가들의 글 못 쓰기 경쟁’, ‘리더가 부지런하다고 조직이 꼭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나라 이름도 남이 정해준 조선, 화령왕조가 될 뻔하다’, ‘군대에서 병사들 노는 꼴을 못 보게 된 이유’.

 
6.
‘쓸데없이 땅을 팠다가 다시 덮는 식’의 군대 문화. ‘노는 꼴 못 보는’ 군대 문화의 역사는 어디쯤에서 시작되었는가? 바로 수백 년 전 총포의 등장과 함께 근대 국가가 성립되던 패러다임 전환기의 유산이다. 일사불란한 조직체로서의 군인 개조 작업의 원조는 네덜란드의 마우리츠 공작이다. 그 당시 네덜란드는 함스부르크 왕가 소속이었다가 독립을 선언해 전쟁을 벌이던 중이었다. 상대적으로 적은 병력과 물자로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마우리츠는 세 가지를 강조했다. 첫째, 군인은 최소한 자기 몸을 방어하도록 삽질로 구덩이를 파고 그 위에 방어벽을 만드는 일을 스스로 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제식훈련으로 병사들이 총을 장전하고 발사하기까지 복잡한 과정을 몇 개의 기계적인 경로로 구분해 반복 연습을 통해 숙달의 경지에 올라야 한다. 셋째, 지휘관의 지시가 잘 전달되도록 부대 편제를 바꿔 500명 대대를 다시 중대, 소대로 나눠 소단위 전투원들이 독립적으로 움직이면서도 전체 부대와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하게 했다. 지금도 이 세 가지는 군대 조직관리의 기본이 되고 있다.


7.
요즘 뉴스에 자주 오르내리는 단어들 중 ‘무능’을 빼놓을 수 없다. 무능정부, 무능관료, 무능행정 등. 그 무능 앞에 더욱 가슴이 무너진다. 지은이는 경쟁사회에서 무능하다는 의미를 다시 생각한다. “‘무능한 자가 리더의 자리를 유지하는 것은 죄’라는 것이다.  무능한 자는 쫓아내도 된다’는 논리는 유럽에선 메로빙(메로빙거)왕조가 몰락한 뒤 등장했다. 대부분의 후손들에게 버려진 조상으로 간주되는 이들은 ‘게으르고, 촌스럽고, 어설프고, 겁이 많고, 그저 왕좌에만 앉아 있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그 뒤에 ‘지독히도 무능력한 게으름뱅이’라는 선고를 받은 루이 16세는 쫓겨나는 수도원이 아닌 단두대로 보내졌다.

 

8.
지은이 김동욱은 대학에서 서양사학을 전공했다. 2000년부터 한국경제신문에서 기자로 활동하며 여러 부서를 거쳐 2009년부턴 국제부에서 근무하고 있다. 20008년 12월부터 한경닷컴에서 ‘김동욱 기자의 역사책 읽기’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역사 지식과 취재 현장의 경험을 접목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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