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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생각하는 즐거움 - 검색의 시대 인문학자의 생각법
구시다 마고이치 지음, 이용택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 혼자 생각하는 즐거움 】 구시다 마고이치 / 아날로그
1.
‘생각한다는 것’에 대해 ; 말부터 꺼내놓고, 일부터 저질러놓고 생각을 하는 경우도 없지 않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생각이 우선입니다. 생각에도 질(質)이 필요하지요. 무엇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사람마다 각기 다릅니다. “괴로움을 수반하는 생각은 대체로 절실하기에 누구에게나 뚜렷한 기억으로 남지만, 인간에게 주어진 ‘생각하는 기능’의 역할은 괴로워하며 푸념을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그보다 더 의미 있는 것이어야 합니다.” 즉, 생각하는 기능은 인간이 보다 나은 상태가 되기 위한 심사숙고 혹은 그를 위한 노력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라 제대로 생각하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숙제가 남는군요.
2.
‘일을 한다는 것에 대해’ ; ‘일’이라는 존재감은 두 얼굴입니다. 일자리가 없어서 의기소침해하고 삶의 의욕까지 상실될 정도가 되었다가, 막상 ‘일’을 하게 되면 일 때문에, 사람 때문에 하루하루가 죽을 맛이지요. 이 책의 저자는 ‘살기 위해서 일한다’ 혹은 ‘빵을 얻으려고 일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살아있는 한 삶의 목적이 일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라고 합니다. 결코 쉽지 않지만, 받아들일 만한 말입니다.
3.
“나의 아버지는 글을 쓰는 사람이었다. 아버지의 서재는 책으로 가득했다. 책장에서 흘러넘친 책들이 책상 위나 바닥에 쌓여 있었는데, 어느 날 바닥이 뚫리고 방이 기울었다. 현관도 책들로 넘쳐났다.” _『장서의 괴로움』 (오카자키 다케시 지음, 정은문고). 일본의 가옥은 구조적으로 우리나라의 방식과 달리 목재를 기본재로 쓰다 보니 그런 일이 종종 일어났던 모양입니다. 『장서의 괴로움』에 등장하는 '나의 아버지’가 바로 이 책의 저자인 구시다 마고이치입니다. 아들이 그의 아버지를 회상하면서 쓴 글이었습니다. 구시다 마고이치는 일본의 대표 장서가이자 사색 수필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책에 파묻혀 사색으로, 글쓰기로 평생을 보낸 분이라고 합니다.
4.
저자는 생각한다는 것, 본다는 것, 안다는 것, 일한다는 것, 꿈, 사랑, 행복, 운명, 고독, 마음의 여유, 희망, 불안 등 마흔 네 가지 주제에 대해 고전, 예화 등을 인용하면서 독자로 하여금 깊이 있는 사색의 삶을 살아갈 것을 권유하고 있습니다.
5.
‘감각에 대하여’ ; “인간은 감각보다 이성에 의지하면서 새로운 사색을 하게 됩니다. 감각에 의존하지 않고 이성적으로 행복과 불행, 선과 악을 판단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감각으로 바라본 세상과 이성으로 바라본 세상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인간은 혼란에 빠지게 되지요. 현실과 분리된 이성이 인간을 지배하는 상황에서는 감각을 통해 삶의 즐거움을 조금이라도 더 느끼려는 것이 어렵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이성을 설득해서 현실로 되돌려놔야 합니다. 그럴 때 비로소 인간은 감각을 고스란히 받아들일 수 있고, 그 다양한 감각이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해줄 것입니다.”
6.
‘불안에 대하여’ ; 파스칼의 말을 인용합니다. “인간의 일반적 조건은 변덕, 권태, 불안과 허영이다.” 저자는 ‘우리’가 불안을 이야기할 때 느끼는 한계점이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다고 합니다. 현실에서 느끼는 불안감을 철학에서 찾고자 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는 말이지요. 차라리 심리학이나 병리학에서 불안감의 정체를 파악해보는 것을 권유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불안은 보이지 않게 숨어 있습니다. 하지만 불안은 매우 다양한 삶의 한 과정이므로 감춰야 할 감정이 아닙니다. 불안은 생존을 위한 진지한 투쟁의 결과입니다. 설령 그 싸움에서 패배했다 하더라도 그것을 수치스럽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7.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저자는 통역가가 되기 위해 외국어(프랑스어)를 공부하는 어느 여학생의 이야기를 예화로 듭니다. 꿈과 희망에 대해 말합니다. “희망에는 정확한 목적이 있고 그 목적은 현실과 이어집니다.” 반면 꿈은 그저 꿈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지요. “꿈을 품는 일은 중요하지만 그 꿈만 줄곧 바라보면서 그 안에 틀어박혀 있는 사람은 정신을 차렸을 때 자신의 꿈이 현실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는 아마도 그 꿈을 현실화할 방법을 찾느라 커다란 어려움을 겪을 것입니다.” 꿈을 희망으로, 계획과 실천으로 바꾸는 일은 각자의 몫입니다.
8.
저자는 이 책에서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각하는 기능’이 퇴보되고 얕은 지식과 정보에만 의존하는 삶을 염려하고 있습니다. 특징적인 것은 저자가 이 책을 출간한 때가 60여 년 전이라는 것입니다. 마치 앞을 내다보고 쓴 글인 듯 요즘 더욱 마음에 와 닿는 내용들입니다. 저자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서 복간된 책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