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의 인간학 - 약함, 비열함, 선량함과 싸우는 까칠한 철학자
나카지마 요시미치 지음, 이지수 옮김, 이진우 감수 / 다산북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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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 인간학 】    나카지마 요시미치 / 다산북스

 


싸우는 철학자가 위험한 철학자를 만났을 때

 

1.

이 책의 키워드는 착한 사람이다. 착한 사람은 칭송을 받아야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그려지는 착한 사람은 나쁘다. 그것도 매우 나쁘다. 국내에선 니체의 인간학이란 다소 철학적인 제목으로 바뀌었지만, 원제는 착한 사람만큼 나쁜 사람은 없다이다. 어쩌다 착한 사람이 이 지경이 되었을까?

 

2.

지은이 나카지마 요시미치는 일본에서 싸우는 철학자란 닉네임이 붙어있다. 칸트 전문가로, 칸트의 영향을 받아 () 은둔의 삶을 실천하고 제안했다고 한다. 일본에는 은둔형 외톨이가 많다고 하는데, 지은이의 영향을 받지 않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지은이가 권장하는 은둔의 삶과 그네들의 은둔의 삶은 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3.

지은이는 약자를 이렇게 정의 내린다. “약자란 자신이 약하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자각하고 있지만, 그에 대해 자책하기는커녕 오히려 자신의 약함을 온몸으로 정당화하는 사람이다.” 지은이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고, 스페인의 철학자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를 들러리로 내세운다. “대중이란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자신의 특수한 가치를 인정하려 하지 않고, 자신은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라고 느끼며, 그에 대해 고통스러워하기는커녕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 동일하다고 느끼는 데서 기쁨을 발견하는 모든 사람이다.”

_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 대중의 반역

 

4.

지은이에게 니체는 젊은 시절부터 비호감이었다. 나아가서 혐오의 대상이었다고 한다. 그가 젊었을 때 푹 빠졌던 대상은 키르케고르와 카프카였다. 카뮈와 사르트르였다. 니체는 그가 심취했던 인물들과 격이 달랐다(촉감이 달랐다는 표현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사십 년 동안 니체를 계속 읽어왔단다(아이러니하다). 게다가 몇 년 전 부터는 그가 운영하는 철학 학원 칸트에서 학생들과 함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까지 찬찬히 읽기 시작했다.

 

5.

프리드리히 니체’. 이 책의 추천과 감수를 맡은 이진우 교수는 니체를 모순과 혼동의 철학자로 부른다. 나카지마는 니체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을까? “기본적인 인상은 그다지 바뀌지 않았지만, 나는 니체의 착한 사람 공격이나 동정심 비난은 자신의 내면에 숨어있는 약함, 비열함, 선량함을 향한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마치 히틀러의 유대인 혐오가 자신의 내면에 숨어있는 유대인스러운 요소에 대한 증오였던 것처럼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그러자 지은이는 니체가 이해되기 시작했다.

 

6.

지은이가 폭로하는 착한 사람들은 어떤 모습인가? ‘착한 사람은 약자다. 안전을 추구한다. 거짓말을 한다. 무리를 짓는다. 동정한다. 원한을 품는다.’ 그리고 끝은 니체라는 착한 남자로 마무리한다. 지은이의 메시지는 오직 니체를 통해 전해진다. 지은이에게 니체가 빙의한다. 싸우는 철학자가 위험한 철학자를 앞에 내세운다. 착한 사람의 내면에 자리 잡은 나쁜 마음을 드러낸다.

 

7.

착한 사람은 무리를 짓는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그들은 서로 원만하고 정직하며 친절하다. 마치 모래알이 다른 모래알과 서로 원만하고 정직하며 친절한 것처럼.” 착하고 약한 사람은 언제나 가슴에 불만을 품고 살아간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신변의 위협이 느껴지면 절대 그 불만을 털어놓지 않는다는 것이다. 불만이 쌓여도 절대적으로 안전한 장소에서만 그 감정을 표출한다. 게다가 자신과 마찬가지로 약한 무리를 찾아내 불만을 공유하려 한다. 약한 피해자 동맹을 만들고 싶어 한다. 이를 정당화시키기 위해 모든 도덕의 기초는 선하고 옳은 약자를 못 본체하지 않는 것, 배려하고 존중하는 것이라 믿게 된다.”

 

8.

이 책을 읽는 것은 다소 불편함이 뒤따른다. 착하게 사는 삶이 어때서? 내가 약해진 것은 내 탓이 아니야. 라는 마음이 들 수 있다. 지은이가 이 책을 쓰기로 결심한 것은 현대 일본 젊은이들의 아무 근거 없는 드센 자존심에 질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존심은 있으나 되는 일이 하나도 없어, 인생을 포기하기 직전인 젊은이들이 수백만 명 규모로 생겨나고 있는 현대 일본을 바라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니체는 관념뿐인 위험한 철학자가 아니라 그의 사상 앞에서는 거의 모든 인간은 살 가치가 없어진다는 점, 그러나 니체라는 남자는 참으로 약하고 비열해서 자신의 사상을 실천하려는 용기가 없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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