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는 고양이 기분을 몰라 - 어느 심리학자의 물렁한 삶에 찾아온 작고 따스하고 산뜻한 골칫거리
닐스 우덴베리 지음, 신견식 옮김 / 샘터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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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는 고양이 기분을 몰라 】     닐스 우덴베리 / 샘터

 

 

1.

고양이 눈에는 뭔가 다른 것이 있다. 커다랗고 앞을 똑바로 보는데, 사람이나 다른 원숭이들처럼 고양이의 시각도 삼차원이다. 어린아이가 우리를 똑바로 쳐다보듯이 고양이도 눈길을 돌리지 않는다.”

 

2.

길에서 마주치는 개와 고양이를 비교해보면 차이점이 많다. 대상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개는 눈 마주침의 시간이 길지 않다. 반면 고양이는 때로 음흉스러움이 느껴지는 눈길을 거두지 않고 노려보는 경우가 있다. 몸은 금방이라도 뛰어오르거나 달려갈 상태로 긴장감이 고조 되어있다. 또한 옛날부터 고양이는 영물(靈物)이라고 했다. 그래서 개보다 고양이 키우는 것이 더 신경이 쓰이는지도 모르겠다.

 

3.

이 책의 지은이 닐스 우덴베리는 스웨덴의 신경의학과 교수이다. 심리 치료와 함께 인생관 연구가 전문이다. 어느 해 늦가을, 지은이의집 정원 창고에 길고양이 한 마리가 자리를 잡았다. 무단 침입이다. 여행을 자주 다니는 70세가 넘은 지은이 부부가 먼 길에서 오랜만에 집으로 와보니 벌어진 일이다. 그러나 고양이는 상주하는 것이 아니라, 밤만 되면 기어들어왔다. 비바람과 추위를 피하기 위해서다. 집을 자주 비워야 하기 때문에 고양이가 집에서 나가주길 기대했다. 전단지도 붙여보고, 경찰에 전화도 해보면서 주인이 나타나길 바랐다. 그러다 결국 고양이의 안녕을 책임지는 방향으로 마음을 정한다.

 

4.

지은이가 고양이의 안녕을 책임진다고 해서 특별히 할 일은 없다. 고양이가 안 왔으면 하는 바람은 접고, 먹을 것을 챙겨주고, 부부간에 고양이 어디 갔어?” 라는 말을 하게 된 것뿐이다.

 

5.

나비는 애정과 관심을 일깨우고 우리에게 기대면서도 꽤나 믿음을 준다. 고양이에게 느끼는 내 감정 때문에 나도 놀란다. 느닷없이 찾아온 사랑처럼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고양이 덕에 내 삶은 무척이나 달라졌다.” 예전에, 절대로 애완동물을 키우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일이 무색하게 지은이의 일상이 변하기 시작한다. 고양이를 키우는 건지, 고양이가 그를 키우는지 모르지만 아무튼 고양이와의 하루는 계속 이어진다.

 

6.

직업의식이 발동된다. 고양이를 심리학적으로 분석도 해본다. 제대로 맞는 경우도 있고, 헛발질 하는 경우도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나비 때문에, 밤잠을 설치면서 걱정을 하기도 했다. 사흘 만에 돌아온 나비는 지은이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한다. 제인 구달은 침팬지들을 사랑하지만 아무리 가까워지더라도 보답을 받지는 못한다고 했다. 기껏해야 믿음을 얻을 뿐이라는 것이다. 인간과 반려동물의 믿음은 어떤가? 집나가는 반려동물보다 버려지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7.

동물과 인간사이의 관계는 무엇일까? 몽테뉴는 동물들이 뭘 느끼고 생각하는지 누가 알겠느냐고 생각한다. 오만한 인간은 동물들에게 무슨 사유(思惟)가 있겠느냐고 하지만, 과연 그럴까? 인간과 비교를 하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너무 단정적으로 무시하는 것은 아닐까? “고양이는 인간에 비하면 뇌 무게가 새 발의 피 정도지만 여전히 놀라운 기적이다. 그 뇌는 나비의 발을 움직여서 실수 없이 정확하게 코앞에 대롱대롱 흔들리는 털실 조각을 붙들게 한다.”

 

8.

참 따뜻한 책이다. 2012년에 스웨덴에서 출간되어 논픽션 베스트셀러로 기록되었다. 지은이 부부는 시간이 흐를수록 고양이와 서로서로 삶의 일부가 된다. 서로를 이해해서라기보다 함께하는 시간을 즐기기 때문이다. 지은이에겐 고양이 세계를 조금이라도 파악하려는 것이 철학적 과제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고양이, 아내, (지은이)는 쭉 함께 살기를 기대하고 있다. 현재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 키울 사람 또는 고양이가 끔찍하게 싫은 사람들 모두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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