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의 엄지 - 사랑과 전쟁과 천재성에 관한 DNA 이야기
샘 킨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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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의 엄지 』     샘 킨 / 해나무


 


1.

미국의 한 심리학자가 300년에 걸친 두 가문을 조사했다. 학자와 범죄자의 가계를 거슬러 올라가봤다. 학자 가문에선 역시 학자가 많이 나왔고, 범죄자 가문에선 역시 그랬다. 연구자는 막연하나마 유전적, 환경적인 요인이 관여했다고 발표했다.


 

2.

마찬가지로 운동선수의 자녀들 중 뛰어난 자질을 물려받은 운동선수들이 있다. 음악, 미술 등 예능 분야 역시 마찬가지다. 유전적 성향에 대한 설명이 이제 보다 과학적으로 밝혀지고 있다. DNA 검사, 연구를 통해 그 유전인자를 찾아내고 있다.


 


3.

책 제목에 등장하는 엄지의 소유자는 19세기에 활동한 바이올린의 거장 니콜로 파가니니다. 우선 파가니니에 대한 에피소드가 참 많다. 로시니는 파가니니의 연주를 듣고 감성지수가 높아져서 울었단다.


 


4.

파가니니의 연주 패션은 파격적이었다. 길게 기른 검은 머리, 검정 프록코트, 검정 바지. 연주 중 그의 창백하고 땀에 젖은 얼굴은 유령처럼 무대 위에 떠 있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부분은 그의 유연한 손. 특히 엄지손가락이다. 다른 사람에겐 전혀 불가능한 일이 그의 손에서 일어났다. 손가락은 믿어지지 않을 만큼 벌어진다. 엄지손가락을 손등 뒤로 구부려 새끼손가락과 닿게 할 수 있었다(내가 해보니 말도 안 되는 이야기 같다). 연주 중 왼손 피치카토도 자주 한다. 마치 2개의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것 같았다.


 


5.

파가니니가 어릴 때부터 연습을 통해 손가락의 유연성을 키운 탓도 있겠다. 이 책의 지은이 샘 킨은 파가니니의 불가해한 유연성이 유전 질환인 엘러스-단로스 증후군이라는 것에 주목한다. 이 증후군이 있는 사람은 결합 조직의 주성분인 콜라겐을 많이 만들지 못한다. 콜라겐은 인대와 힘줄을 튼튼하게 하고 뼈를 단단하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 콜라겐이 적을 경우 이점이라면 서커스에 적합한 유연성이다. 통 아저씨도 생각난다. 그러나 그 유연성이 그리 부러운 것만은 아니다. 만성적으로 콜라겐이 부족하면 근육 피로, 허약한 폐, 과민성 대장 증후군, 나쁜 시력, 쉽게 손상되는 투명한 피부 등이 인생길에 함께 가자고 덤빈다.


 


6.

이 책의 키워드는 DNA. 베스트셀러 사라진 스푼의 저자인 샘 킨은 미국에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대학에서 물리학과 영문학을 전공했다. 작가가 아닌 학자가 되었어도 좋은 성과를 보일 정도로 학구적이다. 이 책을 쓰기 위해 참고한 서적과 논문이 수백이다. 수천 년 혹은 수백만 년 동안 DNA에 담겨 있던 이야기들을 발굴했다. 미제 사건으로 창고에 담겨 있던 사건들을 DNA를 이용해서 풀어가는 과정도 소개된다. (TV에서 더러 탐정 수사물의 소재가 되곤 한다).


 


7.

이미 DNA는 모든 생물학 분야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인간에 대한 연구 자체를 처음부터 다시 그리게 한다. 우리의 뿌리를 조사하는데도 한 몫 한다. 생물학이 다른 수단을 사용하는 역사학이 된 것이다.


 


8.

스토리텔링이 있는 DNA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읽어볼 만한 책이다. DNA를 발견한 프리드리히 미셔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멘델, 다윈, 수녀복을 입은 과학자 미리엄 마이클 스팀슨, 옥수수를 연구한 은둔의 과학자 매클린톡 등 직, 간접으로 DNA에 접근했던 거의 모든 이들이 소개된다. DNA로 재평가하는 대상들엔 세계적인 예술가, 과학자들도 등장한다.


 


* DNA (데옥시리보 핵산-核酸, Deoxyribonucleic acid)는 핵산의 일종이며, 주로 세포의 핵 안에서 생물의 유전 정보를 보관하는 물질이다. DNA의 주 기능은 장기간에 걸친 정보저장이다. 결합되어 있는 핵염기에 의해 구분되는 네 종류의 뉴클레오타이드가 중합되어 이중 나선 구조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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