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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의 거울, 영웅전 - 아포리아 시대의 인문학 - 로마 ㅣ 군주의 거울
김상근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6월
평점 :
【 군주의 거울 (영웅전) 】 김상근 / 21세기북스
플루타르코스의 『비교 영웅전』은 고대 로마 시대 지도자들의 리더십 교과서였다. 지은이는 전작 《군주의 거울, 키루스의 교육》편에서는 『역사』,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국가』 그리고 『키루스의 교육』 등을 소개하며 현자들의 다양한 군주의 거울을 제시했다. 이어지는 《군주의 거울, 영웅전》은 로마 편이다. 『비교 영웅전』은 총 50권으로 된 전질이다. 플루타르코스는 로마 시대의 역사가이다. 최후의 그리스인이라는 별명이 붙어있다. 플루타르코스는 로마제국의 지도자가 될 현재와 미래의 인재들에게 테바이의 유능한 장군이자 정치가인 에파메이논다스, 전설적인 스파르타의 입법자 리쿠르고스 그리고 그리스 전체를 통틀어 가장 탁월한 왕으로 칭송받은 인물인 아게실라오스를 주요 인물로 등장시켜 『비교 영웅전』을 저술했다. 플라톤은 비교 영웅전에선 빠져있다. 그리스의 플라톤이나 로마의 오비디우스와 같은 철학자와 문학가들이 제외 된 것은 플루타르코스의 관심이 그리스와 로마의 군주들을 소개하는 것에 주력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비교 영웅전』의 특징은 ‘두 인물의 비교’라고 볼 수 있다. 그리스와 로마의 인물 두 명을 각각 상세하게 설명한 뒤 짧은 비교를 덧붙였다. 22조. 즉, 44명의 인물과 비교가 없는 개인 영웅 4명이 실려 있다. 군주는 아니지만 수사학자 두 명의 이름이 눈에 띈다. 이들은 당대의 정치 현안에 깊이 연루되었던 그리스의 데모스테네스와 로마의 키케로다. 지은이 김상근 교수는 이들 중 25명의 군주들을 소개한다. 전체 인물 중 절반인 셈이다. 『영웅전』에 등장하는 그리스와 로마 영웅들의 삶의 흔적들을 비교해서 살펴봄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각자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이 들 중 나는 어떤 유형인가?
알렉산드로스와 카이사르 이야기를 들어본다. 이 두 사람은 『비교 영웅전』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로 기록된다. 플루타르코스는 이 두 사람을 다른 영웅들과 차별화시키고 있다. 두 사람을 서로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씩 독립시켜 소개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 둘은 다른 사람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각자 위대한 인물이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요즘 중국인들 사이에서 ‘야리산다’라는 표현이 유행이라고 한다. ‘스트레스가 산처럼 크다’라는 뜻이다. 중국어 발음으로 ‘야리산다’는 알렉산더(알렉산드로스의 영어식 표기)의 발음과 비슷해서 이 표현이 대중적인 인기를 얻게 됐다. 알렉산드로스는 그야말로 ‘스트레스가 산처럼 큰’ 삶을 살았던 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매사에 긍정적이었다. 알렉산드로스는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를 늘 지니고 다니며 전술의 교본으로 삼았다. 그렇다면, 알렉산드로스는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가? “알렉산드로스는 늘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는 큰 장점을 지니고 있었다. 이 점이 바로 알렉산드로스의 위대함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위대함이란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여기에 ‘늘’이 붙는다. 어쩌다 긍정이 아닌 ‘늘’ 긍정을 기억하자. 물론 알렉산드로스의 삶 모두가 칭찬거리만은 아니다. 7~8을 얻으면, 10을 채우고 싶다고 한계를 모르고 달려들던 그의 본성은 결국 스스로를 파멸의 구렁텅이로 빠뜨리게 된다.
카이사르는 어떤가? 우리나라에선 영미식 발음으로 ‘줄리어스 시저’이다. 이 책에선 원어를 존중해 ‘율리우스 카이사르’로 표현된다. 카이사르는 시오노 나나미의 남자라는 별명이 붙어있다. 카이사르가 좋아하건 말건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인 이야기』에서 카이사르를 불세출의 영웅으로 그렸다. 그렇다면 카이사르에 대한 플루타르코스의 평가는 어떤가? “죽을 당시 카이사르는 꽉 찬 56세였다. 폼페이우스보다 겨우 4년을 더 살았다. 평생 엄청난 위험을 감수하며 추구했던 권력과 지배권을 마침내 얻기는 했지만 그 열매는 맛보지 못하고 이름만 즐겼으며, 그마저도 동료 시민들의 시기심을 불러일으켰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에 소개되는 대부분 영웅들의 삶이 하나도 안 부럽다. 한 사람의 영웅이 만들어지기 위해 셀 수 없는 민초들의 희생이 뒤따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시대가 바라는 영웅은 누구인가? 여전히 나를 밟고 그저 높이만 올라가고 싶은 사람들인가? ‘일그러진 영웅’들만 양산(量産)하는 이 사회가 심히 염려된다. 그들의 평가는 후세대까지 갈 시간도 필요 없다. 즉시 판정을 받는다. 빗나간 영웅이 되려고 애쓰지 말고, 그저 바르게 살다 갈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