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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신화사 下 - 당송시대에서 소수민족 신화까지
위안커 지음, 김선자.이유진.홍윤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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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중국신화사』(下) 위안커 / 웅진지식하우스
상권에 이어 하권은 당, 오대의 신화를 시작으로 송, 원, 명, 청을 거쳐 민간에 전승되는 신화. 소수민족의 신화 등으로 이어지며 ‘중국신화가 문학에 끼친 영향’으로 마무리된다.
기록 신화에서 설화문학으로
당나라에 이르러 중국신화에는 새로운 변화가 생겨났다. 당나라 이전의 신화는 대체로 필기체 형식의 소박한 기록으로서 책에 보존되었다. 당나라에 이르러 그 가운데 한 지류는 고대신화와 새로 생겨난 신화를 예전과 마찬가지로 필기체 형식으로 기록하는 한편 또 다른 지류는 신화전설을 자료로 삼아서 의식적으로 신화소설을 창작하기 시작했다. 단순한 기록에서 벗어나 스토리텔링의 단계까지 간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변화를 전자각적(全自覺的) 예술 가공이라고 표현한다. 대중들은 문학적 측면에서 그것을 감상할 뿐만 아니라 종교적 측면에서 믿기도 했다. 신화소설 유의(柳毅)가 세상에 알려진 이후 동정호에 동정신군이 생겨나고, 『서유기(西遊記)』의 작가에 의해 손오공의 형상이 빚어진 후 어떤 지방에 바로 제천대성의 사당이 생겨난 것이 바로 그러한 예이다. 신화의 과도기적 현시(顯視)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변화를 일부에선 받아들이고 일부에선 반대 입장에 서기도 했지만, 이미 신화소설이 대중 속에 뿌리를 내렸기에 그것을 신화로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저자는 신화소설 중 몇 편을 소개하고 있다. 왕도의 「고경기(古鏡記)」, 심기제의 「침중기(枕中記)」, 이복원의 「정혼점(定婚店)」, 「이조위의 유의(柳毅)」, 이공좌의 「고악독경(高岳瀆經)」 등이다.
송(宋) 시대, 신화소설의 쇠퇴
중국신화는 송(宋), 원(元)시대에 이르게 되면, 민간에 구전되는 신화는 점점 발전하는 반면 문인이 신화 자료에 근거해서 지은 신화소설이나 신화 이야기는 확실히 쇠퇴하는 양상을 보인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비교적 집중적으로 신화 자료를 보존하고 있는 중요 서적을 거의 한 권도 뽑을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송나라 초기 장당영의 촉도올(蜀禱杌)을 소개한다. 기상(奇相)에 관한 신화이다. 두 권으로 된 촉도올의 내용은 모두 오대(五代)의 왕건과 맹지상이 촉을 차지했을 때의 일을 기록하고 있다.
심괄의 『몽계필담(夢溪筆談)』 26권 및 『보필담(補筆談)』, 『속필담(續筆談)』의 몇몇 부분은 모두 유명한 과학 저작이다. 자연과학과 인문과학의 각 방면을 거의 포괄하고 있을 정도로 광범위하다. 서서히 학문의 지경의 넓어지는 시기였을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몽계필담(夢溪筆談)』 권3에는 황제와 치우의 전쟁에 관한 고대신화가 기록되어 있다.
“해주 염택은 둘레가 120리인데 오랫동안 비가 와서 사방에 있는 산의 물이 모두 그 안으로 흘러 들어가도 넘친 적이 없으며, 큰 가뭄이 들어도 마른 적이 없다. 염전의 색깔은 붉고 판천 아래에 있는데, 세간에서는 이를 두고 치우의 피라고 한다.”
명, 청의 신화
명(明)나라 지괴서(志怪書)중에서 신화전설 자료가 상당히 풍부한 책으로는 상역의 『낭현기(琅嬛記)』 세 권이 있다. 『낭현기』에 대한 평가는 상반된다. 『사고전서총목제요』라는 책에선 『낭현기』가 ‘황당하고 자질구레하다’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신화전설이라는 것의 전체적 분위기가 황당한 면이 많다. 자질구레하다는 것은 세밀한 묘사가 많다는 뜻이 아닐까? 그렇다면 제대로 본 셈이다. ‘황당하고 자질구레하다’는 것.
신화적 색채를 지닌 명나라 때의 소설 중 오승은의 『서유기(西遊記)』는 우리에게도 너무 익숙하다. 『서유기』를 신화소설이라고 하는 데는 두 가지 이유를 들고 있다. “첫째, 작품 전반에 걸쳐 가장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은 신화 영웅 손오공을 창조하였기 때문이다. 둘째, 이 작품은 누적된 민간전설에 근거하여 점차 소설로 발전해왔기 때문이다. 손오공이라는 형상을 창조한 것 역시 그 과정에 포함되어 있다.”
포송령의 『요재지의』는 청나라 지괴소설 가운데 가장 이채롭고 특이한 책이다. 필자도 몇 권 읽어봤는데 기이하게 재미있다. 그 스토리의 일부가 여전히 영화의 소재로 쓰이고 있다. 모두 16권 431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민간에 전승되는 신화
모든 신화가 민간을 통해 전승된 마당에 새삼스럽게 ‘민간에 전승되는 신화’는 무엇인가? 첫째, 우랑직녀 신화, 이랑이 얼룡을 잡은 신화처럼 짧은 이야기가 오랜 구비 전승을 거치면서 비교적 틀을 갖춘 이야기가 되고, 그 후 다시 계속 발전하면서 지금까지도 정형화되지 않은 것들이다. 둘째, 화합이선이나 유해가 금 두꺼비를 가지고 노는 신화처럼 여러 가지 짧은 신화 단편들이 한데 섞여 이루어진 신화 이야기로, 고대 문헌의 기록에 보이지 않는데다가 이야기 자체도 아직 정형화되지 않은 것들이다. 셋째, 동영과 칠선녀 신화처럼 연원이 오래되어 비교적 일찍 고대 문헌에 기록되었고 후에 다시 민간에서 계속 발전하면서 내용이 새로워져 고대 문헌의 기록을 뛰어넘은 것들이다. 넷째, ‘침향이 어머니를 구한’ 신화나 ‘백사전(白蛇傳)’처럼 고대 문헌의 정식 기록에는 보이지 않고 민간에 널리 전해지면서 소설과 희곡, 창본(唱本), 고사(鼓詞)등에 나타나는 이야기들이다.
소수민족의 신화
현재 중국에서 단일민족으로 확정된 소수민족으로는 몽골, 만주, 조선, 허저, 다우르 등을 비롯해 모두 55개 족이다. 소수민족의 인구는 2000년 제5차 전국 인구센서스에 따르면 모두 1억 643만 명으로 전국 총 인구의 8.41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수립되기 이전에 소수민족의 경제와 문화 발전 정도는 매우 낮은 단계에 있었다. 그러나 마르크스주의의 관점에 따르면 어떤 예술의 번영 시기가 반드시 사회의 일반적 발전과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신화는 인류 경제 문화 발전의 낮은 단계에 생겨난 특수한 예술이다.
삶의 굴곡이 많은 만큼 신화 속 주인공들과 함께 그 어려움을 겪어낸다고 생각할 수 있다. 소수 민족들의 신화들의 절대 다수는 구전을 통해 전해져 왔다. 지금까지 수집하고 정리한 것만 해도 상당한 수준이라고 한다. 『산해경(山海經)』의 ‘해경(海經)’ 부분에는 중국의 사방을 둘러싼 많은 나라와 민족들이 기록되어 있는데 그것은 모두가 고대의 소수민족들이 신화전설 속에 투사된 것이다.
중국신화가 문학에 끼친 영향
이 점이 궁금했다. 중국신화는 당연히 한족(漢族)과 소수민족 신화를 모두 합친 것을 가리킨다. 그러나 이 챕터에선 소개하는 중국신화는 주로 한족 신화를 의미한다. 신화가 문학이나 예술에 준 영향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광범위하게 펼쳐져 있다. 원시사회의 신화는 입에서 입으로 전승되었을 뿐 문자로 기록된 것을 찾긴 쉽지 않다. 간혹 상형문자나 그림 정도만 찾을 수 있을 뿐이다.
저자는 중국신화의 기록을 봉건사회 초기인 전국시대로 보고 있다. 그러나 사실 원시 기록과 문학작품 사이의 경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가 숙제다. 문학작품인가 보면 고대신화의 직접적인 기록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가공이 비교적 적고(비자각적 가공) 내용 구성이 간단한 것을 가리켜 신화의 원시 기록이라 하고, 가공이 비교적 많고(자각적 가공) 내용 구성이 복잡한 것을 신화소설이라고 부른다.”
명나라 소설 『수호전(水滸傳)』과 청나라 초기의 소설 『홍루몽(紅樓夢)』은 한국인에게도 익숙한 작품들이다. 『수호전』에 나오는 108명의 영웅들은 장천사에게 진압되어 강서 용호산에 갇혀 있다가 홍태위에 의해 풀려난 ‘요마’들이라고 책의 맨 앞에서 말하고 있다. 『홍루몽』의 가보옥 역시 여와가 하늘을 보수할 때 쓰지 않고 청경봉 아래에 내버려 둔 돌이라고 첫머리에서 밝히고 있다. 그것이 각각 어떤 우의(寓意)를 내포하고 있는 건지와 상관없이 신화가 그 작품들에 미친 영향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