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인문학 - 서울대 교수 8인의 특별한 인생수업
배철현 외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4월
평점 :
품절


쎄인트의 이야기 2016-077

 

 

낮은 인문학 】       배철현 외 / 21세기북스

    

 

우리의 삶에 인문학이 어떤 쓸모가 있는가? 비교적 안정된 삶에서 인문학은 교양인의 범주에 들어가는 정신적 산책코스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어찌하다 사회적으로 낮은 자리, 갇힌 장소에 머무르게 된 사람들에게 인문학이 주는 치유적인 효과는 무엇일까? 추상적인 이야기가 아닌 실제적인 사례를 들어본다면, 지난 2005년 노숙자들을 위한 인문학 과정이 될 것이다. 성공회대학교는 성 프란시스 대학이란 이름으로 노숙자들에게 인문학을 강의했다. 정작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일자리나 돈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자존감과 자기 성찰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서울대학교가 주관한 서울남부교도소의 인문학 과정을 들여다본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교수진들은 일주일에 한 번 두 시간 동안 진행되는 프로그램의 내용과 형식이 일반적인 인문학 교육과 달라야 한다는 점을 고민하고 시작하게 된다. “수용자들의 삶에 긍정적이며 혁신적인 영향을 끼치기 위해서는 무엇이 중요할까? 새로운 지식 전달이나 학문적인 내용보다는, 그들이 자신의 삶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도록 하며 삶에 대한 열정을 스스로 고취하도록 자극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배철현 교수는 이 프로그램을 상징적으로 대변하는 개념을 마아트(maat)’로 잡았다. 고대 이집트어인 마아트는 종교와 사상에 두로 통용되던 삶의 원칙이다. 삼라만상의 원칙을 깨닫고 현재 자신의 삶의 최적화된 생각, , 행동 등을 총체적으로 담고 있다. 서울시 구로구 천왕동에 위치한 서울남부교도소에선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매주 금요일 오전 930분부터 약 두 시간 동안 8명의 교수가 돌아가며 강의를 했다. 지금까지 총 여섯 번 기수가 진행됐고 한 기수 당 10주 강의로 구성되었다.

 

이 책은 서울남부교도소에 진행한 인문학 강의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스스로 오래된 자아를 직시하고 새롭고 희망찬 자아를 찾아 나서길 바란다.”

 

 

비록 재소자들을 위한 강의이지만, 우리 역시 누구나 마음의 감옥에 갇혀 살고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 몸은 비록 자유로울지 몰라도 우리의 마음은 늘 외롭고 답답하다. 단지 안 그런 척 하면서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각 강의 제목이 매우 실질적이다. “당신의 마아트는 무엇인가?”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나는 누구인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가 추구할 가치는 무엇인가?” “당신은 어떤 삶을 살 것인가?” “죽음을 성찰하고 그 너머를 바라보다

 

 

김헌 교수는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를 통해 무엇이 그들을 싸우게 했는가를 생각해보자고 한다. 일리아스의 배경은 트로이아의 목마로 유명한 트로이아 전쟁이다. 호메로스는 각자가 얼마나 치열한 삶을 살던, 얼마나 큰 비극적 감정에 휩싸이게 되던, 결국 누구나 죽을 밖에 없는 운명의 공통점을 갖고 있는데 인간은 도대체 무엇을 위해 그렇게 치열하게 사는가?’묻고 있다. 애증, 분노, 지략, 전투 등으로 전개되는 일리아스는 결국 주요 등장인물들의 죽음으로 끝이 나기 때문이다.

 

 

박찬국 교수는 에리히 프롬의 사상을 통해 삶의 본질을 이야기한다. 프롬은 그의 유명한 저서 소유냐 존재냐(또는 소유냐 삶이냐)에서 인간은 더 많이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이 존재하는 것으로 행복해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 사실 우리는 소유물이 많아질수록 그 행복감보다는 불안감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일수록 건강에 대한 염려가 많아진다.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살면서 그 소유물들과 함께 하고 싶다. 결국 소유물에 예속되는 삶을 살게 된다. “존재양식의 삶을 살 때 사람들은 다른 인간들이나 사물들과 대립되는 협소한 자아에서 탈피해 자신뿐 아니라 다른 모든 존재자의 신성(神性)을 경험하게 됩니다.” 박 교수는 소유양식은 쾌감을 낳는 반면에 존재양식은 기쁨을 낳는다고 강조한다.

 

 

이 책의 제목 낮은 인문학은 낮아진 사람은 올라가게 해주고, 높은 자리에 앉아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낮아지게 만드는 계기를 만들어 줄 것이다. 그런 뜻에서 책의 제목을 그리 정하지 않았을까? 그렇게 믿고 싶다. 또한 수인(囚人)의 수()는 사방 벽에 갇힌 사람을 그려준다. 이 책을 그런 심정으로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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