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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게 일하라
김성호 지음 / 쌤앤파커스 / 2016년 3월
평점 :
쎄인트의 冊이야기 2016-071
【 보이게 일하라 】 김성호 / 쌤앤파커스
개인용 컴퓨터와 책상, 파티션으로 이뤄진 사무실 공간은 짐짓 안정적이면서 프라이버시가 존중되는 분위기로 인식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공간이 결코 희망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열린 공간이 아닌 닫힌 공간이다. 소통이 아닌 불통의 장소다. 대부분의 사무실 분위기가 이런 모습으로 획일화 된 것은 역사가 오래되었다. 산업 혁명이후 얼떨결에 세팅된 후 여전히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박제(剝製)된 생명력이다.
열린 직장은 분위기부터 다르다. 구글이나 애플, 페이스북, 도요타 등 앞서가는 회사들의 공간은 달라도 많이 다르다. 그들이 일하는 공간에는 일하는 방식과 철학이 함께한다. 이를 ‘오픈 이노베이션’이라고 한다. 회사가 잘 되는데도 이유가 있고, 문을 닫는데도 당연히 이유가 있다. 워낙 경기가 안 좋아서? 왜 경기의 바람은 그곳에만 불고 있는가, 그곳에만 폭우가 쏟아지는가 생각해봐야 한다. 이 책의 지은이 김성호는 망하는 조직의 제1원인을 ‘공유와 협력’의 부재로 단정한다. CEO와 직원들이 바라보는 목표 지점이 각기 다르다. 안 보일 수도 있다. 아예 쳐다 볼 생각을 안 할 수도 있다.
“세상의 모든 조직에는 비전이 있고 추구하는 가치나 경영목표가 있다. 하지만 그러한 비전과 가치를 윗사람 몇 명만 알고 있을 뿐 구성원들이 모르거나 공감하지 못한다면 조직은 생기를 잃게 된다.” 모든 구성원이 그 비전을 공유하고, 가치에 대해 공감하고, 에너지를 모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왜 이 일을 해야만 하는지? CEO만 알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책의 지은이 김성호는 ‘변화 코칭 전문가’로 소개된다. 각 기업 및 단체의 계층별 특강과 대학의 최고경영자과정, 각종 CEO 포럼 등에 맞춤형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지은이는 이 책을 통해 6단계에 걸쳐 ‘보이게 일하는 법’을 소개한다. 왜 일하는지 보이게 하라는 비전과 가치, 어디로 가는지 보이게 하라는 목표, 업무의 투명성, 프로세스의 투명성, 정보 공유와 협업에 대해 그리고 누가 무슨 성과를 냈는지 투명하게 보이게 일함으로써 서로를 독려하고 성과를 공정하게 보상하는 방법 등을 이야기한다.
“지금 이 배는 어디로 가는가? 유능한 인재가 뿌리를 내리고 성장하려면 새로운 항해를 선언해야 한다. 조직 전체를 활성화시켜 꿈틀꿈틀 움직이게 하려면 도전할 만한 목표를 다 같이 납득할 수 있도록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혁신의 아이콘 리처드 포스터는 《창조적 파괴》에서 이런 말을 했다. “지금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승자들은 동시에 내일의 잠재적인 패자일 수 도 있다.” 성장하고 있다는 자만심은 안주의 관성에 자리 잡게 한다. 소위 ‘승자의 저주’에 빠지게 된다. 한때 잘 나가다가 하루아침에 무너진 개인과 기업의 공통점은 ‘도전을 멈추고 안주(安住)’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어떻게 일하는지 누구나 볼 수 있고 알 수 있으면, 조직의 많은 불합리와 비효율이 개선된다. 지식, 정보가 신속하고 원활하게 공유되어 확실히 좋은 성과를 만들어낸다.” 지은이는 ‘밀도경영’을 이야기한다. 노동시간이 아니라 가치창출이나 업무 밀도에서 격차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입으로는 혁신을 외치지만, 근본적으로 일하는 환경과 일하는 방식들을 개선해 밀도경영을 이뤄내겠다는 의식이 따라주지 않으면 경쟁력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더 오래 시간을 투자하고, 더 많은 노동을 투자했는데도 만족스러운 성과를 얻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보이는 일’의 반대는? ‘안 보이는 일’이 아닌, ‘보여주고 싶지 않은 일’? 그 일은 무슨 일일까? 구글의 화장실은 드넓은 사무실 한 가운데에 위치하고 있다고 들었다. 제일 먼저 화장실 세팅부터 했다던가? (회장실이 아니라 화장실). 화장실 가는 것까지 보여준다? 물론 그것이 전부가 아닐 것이다. 화장실은 누구나 간다. 그곳에서 서로 얼굴을 마주친다. 서로 각기 볼일을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손 씻으면서 소통하고, 화장실을 나와서도 이야기가 이어질 것이다. 해우소를 다녀왔으니 더 편하게 대화를 나눌 것이다. ‘보이는 일’을 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지만, 우선은 나 자신의 성장을 위해서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지은이는 ‘외톨이가 많은 조직은 미래가 없다’는 말로 마무리를 한다. ‘유기적 협업능력’이 조직의 사활을 쥐고 있다는 말에 깊이 공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