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감정 독재 ㅣ 세상을 꿰뚫는 50가지 이론 1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3년 12월
평점 :
쎄인트의 冊이야기 2016-067
【 감정독재 】 강준만 / 인물과사상사
왜 사람들은 ‘벼락 맞을 확률보다 낮은 복권’을 계속 살까? 시계를 돌려서 1913년 8월 18일 모나코의 몬테카를로의 한 카지노를 가본다. 룰렛 게임이 벌어지는 테이블에서 구슬이 20번이나 연거푸 검은색으로 떨어지는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게이머들은 이젠 붉은색 구슬이 떨어질 때가 되었다고 확신하기 시작한다. 벌떼같이 몰려든 게이머들은 많은 돈을 걸기 시작한다. 그러나 게이머들의 확률 예측을 조롱하듯 구슬은 계속해서 검은색으로 떨어졌다. 판이 거듭될수록 거의 올인 하는 게이머들이 늘어났다. 결국 27번째에 가서야 구슬은 붉은 색에 멈췄다. 그러나 그땐 이미 대다수 게이머가 수십억 원을 날린 뒤였다. 그들은 파산하고 말았다.
몬테카를로에서 실제로 일어난 이 믿을 수 없는 일 덕분에 ‘몬테카를로의 오류’라는 말이 생겨났다. 정기적 개연성에 대한 원리의 의미를 오해함으로서, 과거에 관찰했던 것과는 반대되는 것을 미래에 대해 예상하는 잘못을 범하는 걸 말한다. ‘도박사의 오류’ 또는 ‘도박꾼의 오류’라고도 한다. 같은 뜻으로, ‘기회의 숙성 오류’라는 말도 쓰인다. 일부 사람들이 ‘벼락 맞을 확률보다 낮은 복권’을 계속 사는 이유가 ‘통제의 환상’ 때문이라고 한다. ‘도박사의 오류’의 반대 현상도 있다. 이른바 ‘뜨거운 손 현상’ 또는 줄여서 ‘뜨거운 손’이라고도 하는 이 오류는 도박이나 스포츠에서 한 번 성공적인 성과를 보인 사람이 이후에도 계속 성공하리라고 믿는 걸 말한다. 이 둘의 공통점은 ‘오류’이다.
사람들은 각기 인종, 자라온 환경, 성격 등등에 따라 그 생각이 천차만별일 것 같지만, 공통분모적인 요소도 많다. 이 책의 지은이 강준만 교수는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으로 ‘감정 독재’를 제시한다. 인간은 어쩔 수 없이 감정의 지배를 살아가는 존재이지만, 속도가 생명인 인터넷과 SNS로 대변되는 커뮤니케이션 혁명의 결과로 과거보다 더욱 견고한 ‘감정 독재’ 체제하에서 살게 되었다는 것이다. 속도는 감정을 요구하고, 감정은 속도에 부응하면서 이성의 설 자리가 더욱 좁아졌다. 지은이는 우리의 삶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감정 독재에 해당되는 50개의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이는 우리의 일상에서 친숙하게 접할 수 있는 유의미한 것들이다. 왜 사람들은 자신이 운전을 잘한다고 생각하는지, 왜 프로젝트 팀의 인원이 10명을 넘으면 안 되는지, 왜 우리는 누군가를 한 번 밉게 보기 시작하면 끝까지 그 생각을 바꾸지 못하는지, 왜 기업들은 ‘무조건 100퍼센트 환불 보장’을 외치는지, 왜 인터넷엔 ‘충격’, ‘경악’, ‘결국’, ‘헉!’등의 낚시질이 난무하는지, 왜 최고의 엘리트 집단이 최악의 어리석은 결정을 하는지, 왜 검사가 판사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지, 왜 지식인 논객들은 편 가르기 구도의 ‘졸’이 되었는지, 왜 대학 입시 제도는 수시로 바뀌는지 등 흥미 있는 주제들이 ‘감정 독재’이론 속에 모두 담겨 있다.
지은이는 여러 분야의 수많은 학자에 의해 논의된 이론과 유사이론을 대입해서 인간의 감정을 풀어나가고 설명해주고 있다. 물론 이들 이론을 100% 수용하기엔 무리가 있다. 그 이론들 속에 인간의 자유로운 ‘사고(思考)’를 가두는 또 하나의 ‘오류’가 재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삶은 스스로 ‘나만의 직관’이라는 이름하에 그 이론의 범주 안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책을 읽다보면, ‘아하, 그래서 그랬구나’ 하는 마음이 드는 대목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이 책에서 ‘감정 독재’와 싸워 이기는 산뜻한 방법을 찾아내긴 힘들다. 이해하고 타협하는 길이라도 보이니 그나마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