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 윌버의 신 - 당신이 성장할 때 신도 진화한다
켄 윌버 지음, 조옥경.김철수 옮김 / 김영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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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인트의 이야기 2016-063

    

켄 윌버의 신 】       켄 윌버 / 김영사

 

 

머리글이 전체 분량 중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책을 더러 보긴 했지만, 이 책은 무려 3분의 1을 차지한다. 그러나 머리글이라고 해서 책의 내용을 어떻게든 가볍게 만들어주려고 애쓴 지은이의 친절함을 기대했다가는 실망감만 남을 것이다.

 

 

나는 이 책의 지은이를 호불호가 강한 존재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보수적인 종교관을 가진 사람들에겐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다. 그의 생각과 논지는 참으로 대단하다. 지은이가 23세에 쓴 첫 저서 의식의 스펙트럼은 인간의식 연구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놓은 책으로 평가받는다.

 

 

 

지은이는 이 책을 스스로 종교심리학과 종교사회학에 대한 개론적인 소개서라고 이름 붙인다. ‘종교적또는 영적이란 말만큼 통합된 정의를 내리기 힘든 말이 별로 없을 것이다. 어떤 유형의 종교는 인간의 기본적인 판단을 흐리게 하고, 어떤 종교는 억압하고 고통을 주며, 어떤 종교는 해방시킨다. 앞으로 종교는 더욱 다양한 양상으로 인간의 정신을 지배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은이는 다양한 종교적, 영적인 참여에는 진정성의 정도가 개입된다고 한다. 나아가 그런 심도를 판정하거나 판단하기 위한 방법이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전()합리적 영성과 초()합리적 영성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마찬가지로 정당성과 진정성 사이에도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지은이가 표현하는 사상의 핵심은 통합 방법론적 다원주의(Integral Methodological Pluralism)’이다. 이를 모든 사람은 옳다라고 풀이하고 있다. 깊은 이해가 필요한 부분이다. “모든 사람들은 비록 부분적일지라도 내놓을 만한 중요한 무언가를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식 탐구는 누가 옳고 누가 틀렸는가를 밝혀내는 일이라기보다는 다양한 진실 모두를 어떻게 함께 짜 맞출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종교라는 단어의 용법을 9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비합리적 참여로서의 종교’, ‘극단적으로 의미심장하거나 통합적인 참여로서의 종교’, ‘불멸 프로젝트로서의 종교’, ‘고착/퇴행으로서의 종교’, ‘통속적 종교’, ‘비교(祕敎)적 종교’, ‘정당한 종교’, ‘진정한 종교등이다. 이중에서 진정한 종교를 어떻게 풀이하고 있는가? 이는 일차적으로는 종교적 핵심으로 간주되는 특정 차원의 수준으로의 변용을 공인하는 종교라고 한다. 지은이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중국의 모택동주의와 마르크스/레닌주의를 예로 든다. 물론 이와 같은 사례를 종교라는 범주에 넣을 수 있느냐 하는 논쟁이 관여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그 영향력이 거의 종교와 같은 의식의 변화를 주었다는 점에선 수긍이 가는 면이기도 하다. “중국의 모택동주의(Maoism)는 매우 높은 수준의 정당성을 갖고 있지만(또는 갖고 있었지만) 진정성에 있어서는 아주 평범한 수준이었다.” 마오이즘은 분명 사람들을 대규모로 통합한 면이 있다. 중국내 사회적 연대감과 일정 정도의 의미 및 가치를 제공했다. 끝없는 민중혁명이라는 불멸의 이데올로기를 제공하기도 했다. 그러나 마오이즘엔 진정성이 크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그 이유는 신화적, 합리적 영역에 국한된 적응만을 제시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떻게 말하건 마오이즘엔 오로지 신만을 초양심적으로 실현하면서 거기에 적응하게끔 만들지 않은 것이다. 그러므로 모택동주의에 그쳐버리고 만 것이다.” 사실 마오이즘은 현재 중국내에서 정당성을 일부 상실했다. 중국인들에겐 불편한 진실인 문화혁명과 그에 따른 일련의 사건들은 정당성의 위기라는 말로 대치될 수 있다.

 

 

 

지은이는 당연히 신흥종교에도 관심이 많다. 이 책을 쓸 때, 1978년에 발생한 존스타운의 대규모 자살사건이 모티브를 제공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 책의 추천 서문을 쓴 로저 월시(현재 캘리포니아 의과대학 교수로 재직 중인, 초개인심리학의 선구자)는 윌버가 갖고 있는 신흥종교에 대한 견해를 세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는 이제는 한물간 신화적 수준에 계속 매달리려는 시도, 둘째는 현재 진행 중인 합리적 세속화 과정을 받아들이는 것, 셋째는 소수이긴 하지만 합리성을 부정하지 않고 그것을 받아들이면서 집중적인 요가적, 영지적 수행을 통해 합리성을 넘어섬으로써 초합리적 변용을 시도하는 것 등이다.

 

 

 

이 책을 통해 더욱 관심을 갖게 하는 부분은 초개인(超個人)심리학이다. 프로이드의 정신분석학, 융의 분석심리학은 제1의 심리학, 미국의 행동주의 심리학은 제2의 심리학, 인본주의 또는 실존주의 심리학을 제3의 심리학이라고 한다면, 이를 보다 발전시킨 제4의 심리학을 초개인심리학이라고 한다. 초개인심리학에서의 超個人이란 글자 그대로 개인의 초월을 의미한다, 전통적인 인격 및 자아를 넘어선 자각과 정체감의 경험 및 그런 상태까지를 내포하고 있다. 이 책의 지은이 켄 윌버는 초개인심리학의 탁월한 이론가로 인정받고 있다. 단숨에 이해하기 힘든 책이다. 책을 읽는 것은 지은이를 이해하는 길이기도 하다. 작년 이맘때쯤, 켄 윌버의 통합비전(김영사)을 읽었으나, 여전히 켄 윌버는 나에게 버거운 존재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에게 종교가 주는 심리적, 사회적 기능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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