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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문화 속의 사랑과 성 ㅣ 인간사랑 중국사 4
왕이쟈 지음, 이기흥 옮김 / 인간사랑 / 2015년 2월
평점 :
【 중국 문화 속의 사랑과 성 】 왕이쟈 / 인간사랑
『중국인들에게 성이란 무엇이었을까?』
명, 청 시대의 소설 속의 성이나 색정적인 이야기는 갈등과 충돌이 뒤섞여있다. 중국 남녀들이 일찍이 겪었던 쾌락과 고통, 호기심과 흥분, 부끄러움과 분노, 순결함과 비열함, 함성과 신음, 잔인함과 자비로움, 그리고 탐닉과 해탈이 기록되어 있다. 이러한 것들은 중국인이 성(性)이라는 길 위에서 어떤 ‘마음’의 길을 걸으며 어떤 ‘삶’의 역정을 겪었는지를 이해하는 귀한 자료이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색(色)의 합성과 분해 방법’을 응용한다. 다시 말하면, 인간의 성행위는 비록 다양하고 다채롭지만 남성, 여성, 생식, 쾌락, 경쟁, 이익, 건강, 도덕, 법률, 권력, 그리고 예술 등 몇 가지 원색을 서로 다른 비율로 합성하고 배합해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게다가 성이 가진 ‘명확하게 가리기 힘든 갖가지 맛’은 그것의 ‘명확하게 가리기 힘든 갖가지 색’에 달려있다고 한다.
“본능의 변천은 바로 문명 심리 메커니즘의 변천이다. 진화하는 과정에 서로 다른 시대와 서로 다른 민족은 서로 다른 성 의식, 그리고 성 문명과 성 문화를 만들어냈다. 이리하여 성에 대한 이미지는 시대와 민족, 의식과 문화의 차이에 따라 더욱 다양한 모습을 드러낸다.”
중국인의 성이라는 블랙홀로 들어가서 겹겹이 싸인 어두침침하고 흐릿한 안개를 밀어젖히면, 더욱 놀랄 만큼 아름답고 화려한 색정의 세계와 만나게 된다.
방종과 억압 – 중국인의 두 가지 성 문화
역사에 어두운 사람은 ‘중국인은 성 방면에서 지금까지 서양인보다 더 억압적이고 보수적이다.’라고 이야기한다. 중국의 유가(儒家)가 비록 보수적이지만 서양의 교회보다는 훨씬 더 진보적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이른 시기에 성교육을 학교 교육과정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 바로 중국의 유가였다.
유가의 경전인 『예기(禮記)』는 성에 대해 엄격한 규범을 만들었다. 이 경전은 혼인 안에서의 성은 유일하게 ‘예에 맞는’ 성 활동이며, 혼인의 목적은 ‘후손을 널리 이으며’, ‘방탕과 음란을 방지하고’, ‘금수처럼 겪어야 하는 부끄러움을 멀리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중국인의 성에 대한 방종과 억압 문화에 대한 역사를 볼 때, 이들이 아주 이른 시기부터 전조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방종이나 억압, 쾌락이나 도덕, 개방이나 보수 등은 모두 사람마다 각자의 견해가 다르고, 그 폐단 역시 무시하지 못한다. 이 책에 소개된 여러 이야기들을 보면, 중국인들이 지니고 있는 성에 대한 이미지는 개방과 보수, 방종과 억압 사이에서 ‘서로 대치하며 양보하지 않는 관계’라기 보다는 둘 사이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는’ 상태라고 볼 수 있다. 큰 역사의 흐름에서 보면 이렇게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춘추시대의 공자에서 서한 중엽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성에 대한 천칭 저울은 오른쪽으로 점점 기울었다. 다시 말해, 더욱 억압적이고 보수적인 면으로 흘렀다. 그러나 위진남북조부터 수나와 당나라를 거쳐 북송 초기에 이르기까지는 오히려 왼쪽으로 기울었다. 갈수록 방종해지고 자유로워지는 추세였다. 그러나 북송 중기에서 남송 말기를 거쳐 명나라 초기에 이르기까지는 다시 추가 오른쪽으로 기울며 또 다른 보수화의 물결이 일었다. 그런데 명나라 중기부터 청나라 초기까지는 반대 물결이 일어나 점점 개방적이고 관대해졌다. 그 뒤 청나라 초기 이후에는 이제 갖가지 도덕으로 다시 정돈되면서 단정해졌다.” 어수선한 이야기지만, 결론적으로 성에 대한 방종과 억압, 개방과 보수는 중국의 긴 역사 속에서 서로 증감 관계였으며, 새것과 헌 것이 뒤섞여 있었다는 점이다.
발이 작아야 열녀각이 크다 – 여성에 대한 육체적, 정신적 착취
전족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중국 역사에서 함풍환제는 한족 여자를 특별히 좋아했다. 황제가 총애한 네 여인 가운데 능파라는 여인이 있었다. 능파의 가냘픈 발은 마치 벗겨낸 죽순처럼 작았기에 길을 걸을 때면 곁에서 부축을 해야 했다. 하늘하늘 가느다란 허리를 가졌기에 손바닥 위에서 춤을 출 정도였다. 그녀가 꽃 사이를 사뿐사뿐 걸어갈 때면 하늘하늘한 모습이 꼭 선녀가 바람타고 날아가는 것 같았다. “전족은 중국 여인을 ‘밖’에서 ‘안’으로 끌어들였다. 그리하여 남성의 미적 감각과 쾌감에 대한 요구를 만족시켰다. 다른 입장에서 보면, 서양 여인의 바짝 졸라맨 신체는 비록 겉으로는 우아하고 매혹적이지만 잠자리에서는 받아들일 만한 것이 없다. 그러니까 중국 여인의 자그마한 발의 신묘한 작용에 비한다면 완전히 보기만 좋을 뿐 쓸모는 없다고 말할 수 있다.”
전족은 중국만의 독특한 산물이다. 인류학자 브레인은 지난날 서양 여성의 몸을 옥죄는 코르셋이나 아프리카 원주민 여성들의 인위적인 척추 굽힘, 목에 고리 끼우기, 아랫입술에 조형물 끼우기 등을 여성의 ‘신체를 훼손시키는 예술’이라고 표현했다. 예술이라는 표현이 거슬리긴 하다. 중국에서 전족은 남성들의 성욕을 채우기 위한, 남성 권력의 상징적 유물이라고 생각된다.
문명과 본능의 갈등, 충돌, 타협의 성의 역사
성(性)은 드러나 있는 것보다 감춰진 면이 더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의 역사를 보면, 그 시대 또는 지역의 문화를 짐작할 수 있다. 이 책의 지은이 왕이쟈는 대만 태생이다. 대만대학 의과를 졸업한 후 의사의 길을 버리고 글쓰기를 생업으로 삼았다. 인문, 문학, 예술, 그리고 심리학을 넘나들며 전 방위적 글쓰기 활동을 하고 있다. 지은이는 명나라와 청나라 시대 선인들이 남긴 짤막한 글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분석하고 해석한다. 인간의 사랑과 성을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본다. 성이란 문명과 본능의 갈등이며 충돌과 타협이라고 진단한다. 사랑과 성에 관한 156편의 짤막한 스토리들을 열두 가지 각기 다른 주제로 분류해 보여준 뒤, 지은이의 분석과 해석을 뒤따른다. 보다 시야를 넓혀 중국인과 서양인의 성과 사랑을 비교하고 대비한다. 중국인의 성의식을 들여다보는 것 역시 중국, 중국인을 이해하는 좋은 자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