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키스의 여인들 지만지 희곡선집
소포클레스 지음, 김종환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야기 2016-010

 

트라키스의 여인들 소포클레스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소포클레스의 헤라클레스

 

 

, 비참한 내 신세여!

, 슬프구나, 모든 게 끝났어!

완전히 끝났어!

내게 한낮의 빛은 더 이상 없어!

, 내 비참한 처지를 이제 알겠어!

아들아, 네 아비의 임종이 가까워 왔으니

제발 가서 네 형제들을 다 불러 모아라.

헛되이 제우스의 아내가 되신

가련한 내 어머니 알크메네도 불러라.

내가 죽기 전에 내가 알고 있는 신탁들을

너희에게 들려줄 수 있도록 모두 불러라.

 

 

 

영웅 헤라클레스의 생애 마지막 부분의 절규이다. 아들 힐루스에게 쏟아 내놓는 그의 마음이다. 트라키스의 여인들은 에우리토스 왕의 딸 이올레에게 향하는 헤라클레스의 사랑을 다시 자신에게 되돌려 놓으려는 데이아네이라의 노력과 자살로 시작된다. 데이아네이라가 헤라클레스에게 보낸 옷(히드라의 독이 녹아들어있는 네소스의 피 묻은 옷)이 그의 사랑을 되돌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헤라클레스)를 죽이고 마는 이야기는 계속 비극을 몰고 간다.

 

 

 

헤라클레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가장 위대한 영웅으로 칭송 받아왔다. 제우스와 미케네의 공주 알크메네 사이에 난 아들이다. 제우스는 알크메네의 남편 암피트리온이 전쟁에 참가하기 위해 집을 비운 사이, 그의 모습으로 변신해 알크메네를 속이고 그녀와 동침한다. 진짜 남편인 암피트리온이 귀향해 알크메네와 동침하자 그녀는 쌍둥이를 잉태한다. 제우스와의 관계에서 헤라클레스를, 암피트리온과의 사이에선 이피클레스라는 아들을 낳는다. 헤라클레스가 탄생하자 제우스는 그에게 불사의 생명을 주기 위해 잠든 헤라의 젖을 물렸다. 아기가 젖을 빠는 힘에 놀란(어려서부터 남달랐다) 헤라가 아기를 뿌리치면서 흘러나온 젖이 은하수가 되었다고 전한다. 아마도 헤라클레스가 헤라의 젖을 충분히 먹었더라면 이 작품(트라키스의 여인들)도 안 나왔을 것이다. 불멸의 존재에게 무슨 이야깃거리가 있겠는가? 스토리도 죽어야 생긴다. 그 남긴 흔적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성인이 된 헤라클레스는 아테네 여신의 도움으로 테베를 승리로 이끈다. 그러자 테베 왕 크레온은 이에 대한 보답으로 딸 메가라를 헤라클레스와 결혼시킨다. 헤라클레스와 그녀 사이에선 세 명의 아이가 태어난다. 그러나 헤라가 술에 취한 헤라클레스를 광증에 사로잡히게 만들어 아이들과 메가라를 적으로 착각하고 죽여 버리게 만든다. 헤라클레스는 이 죗값을 치르기 위해 티린스의 왕 에우리스테우스의 신하가 되어 12년 동안 그가 시키는 노역을 한다. 열두 가지 노역이라고도 부른다. 그 열두 가지 미션 중에는 네메아의 사자를 퇴치하는 일, 아우게이아스의 외양간을 청소하는 일, 레르나의 독사 히드라를 퇴치하는 일 등등이 있다. 특히 이 작품 트라키스의 여인들과 관련된 것은 레르나의 뱀 히드라를 퇴치하는 일이다.

 

 

 

내 아들아 어디 있느냐?

나를 잡고 날 들어 올려다오.

그렇게, 그렇게! , 슬픈 내 운명이여!

 

고통이 다시 덤벼들어

나를 죽이려고 해!

아무도 맞설 수 없는 이 사나운 재앙!

 

, 팔라스, 아테나 여신이여,

그것이 다시 날 고통스럽게 합니다!

아들아, 이 아비를 불쌍히 여겨다오!

 

비난받을 리 없으니, 제발 칼을 빼어

내 쇄골 아래 가슴을 찔러 다오!

그리하여 네 불경한 어미 때문에 겪게 된

이 지긋지긋한 고통을 치유해 다오!

네 어미가 고통 받는 나처럼

쓰러져 있는 모습을 보면 좋으련만!

 

 

제우스의 아우이신 하데스 신이여!

제게 안식을 주소서!

빨리 죽게 하여 이 고통을 끝내 주소서!

 

 

 

 

 

헤라클레스의 영웅적인 삶속의 아이러니를 보여주고 있는 이 희곡은 그리스 비극이라 불릴만하다. 소설 후반부의 키워드는 정념(情念)이다. 이올레에 대한 정념의 불길은 헤라클레스뿐만 아니라 데이아네이라까지도 고통과 질투의 불길로 타오르게 만든다. 그 정념은 데이아네이라를 자살로 이끌고, 헤라클레스 자신의 영혼과 육신마저 태우게 만든다. 정념은 고통이 된다. 죽음보다 더한 고통이다. 살아있는 이들에게도 마찬가지 고통이다. 연민과 두려움도 뒤섞여있다.

 

 

소포클레스(BC 496~406)는 아이스킬로스, 에우리피데스와 더불어 고대 그리스의 3대 비극 시인 가운데 한 사람이다. 괴테는 소포클레스를 다음과 같이 칭찬하고 있다. “소포클레스 이후 그 어떤 사람도 내게 더 호감이 가는 사람은 없다. 그는 순수하고 고귀하고 위대하며 쾌활하다. 현존하는 소포클레스의 작품이 몇 편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은 유감이다. 그러나 몇 편의 작품일지라도 이 작품들은, 읽으면 읽을수록 더 좋게 느껴진다. 재능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의 작품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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