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물정의 물리학 - 복잡한 세상을 꿰뚫어 보는 통계물리학의 아름다움
김범준 지음 / 동아시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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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물정의 물리학김범준 / 동아시아

 

 

세상물정너무 잘 아는 물리학자의 이야기

 

 

다른 학문에 비해 물리학은 보편성을 생명으로 한다. 한국에 있는 전자(electron)나 러시아에 있는 전자가 다를 수 없다. 물리학자인 저자 김범준은 특히 통계물리학연구에 관심이 많다.전통적인 통계물리학의 주제는 수많은 입자들로 이루어진 기체나 고체에 관한 것이었다. 지금은, 마찬가지로 많은 수의 무엇인가로 이루어진 커다란 시스템으로 볼 수 있는 사회, 경제, 그리고 생명 현상 등으로 연구의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 보편성을 추구하는 학문의 성격상 라는 주어를 가지고 지금’, ‘여기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생각을 정리했다. 물리학자의 눈으로 본, ‘지금, 여기의 세상물정 이야기들이다.

 

 

 

대한민국은 20156월초부터 7월 말까지 메르스(MERS)에 붙잡혀 지냈다. 인명 손실은 물론 남아있는 이들의 삶의 양식까지도 바꿀 정도로 메르스의 영향력은 대단했다. 이 사태를 돌아보며 저자는 메르스 후진국 물리학자의 뒤늦은 한마디’(연결망 과학이 이야기하는 감염의 전파)를 한다. 감염률이 높지 않아 크게 걱정할 것이 없고, 건강하고 면역력이 강한 사람이라면 보통 감기와 별반 다르지 않은 증상만 느끼면서 며칠 고생하다 낫는 별것 아닌 병이라는 것이 다수 전문가들의 진단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아주 많이 달랐다. “문제는 병원이었다. 처음부터인정한다. 병원이 문제였다. 전례를 살펴봐도 치료제가 없는 감염병은 주로 병원의 병동에서 전염되었다. 병원에 있는 사람들은 의료진과 환자가 대부분이다. 환자는 면역력이 낮다. 누워있는 환자 외에 이동이 가능하고 자유로운 사람들은 모두 병원균을 옮기는 전령들이 된다. 저자는 이 메르스 사태를 설명하기 위해서 물리학자답게 감염자들의 집합, 방문한 장소들의 집합, 질병 발생 초기 감염자 수에 대한 지수함수 등을 들어 설명해준다. 그런데 의외로 복잡하지가 않다. 이해가 잘 되는 편이다. 부득불 통계물리학적 시각으로 풀이를 하다 보니 전문 용어가 들어갔으리라 생각한다.

 

 

그 외에도 흥미로운 주제들이 많다. 지역감정에 대한 이야기, 인터스텔라와 허니버터칩의 성공비결, SNS의 영향력, 교통정체, 한국인 성씨 분포, 확률로 본 윷놀이 필승 전략, 혈액형과 성격의 상관관계, 사춘기 딸 이야기, 뇌 크기와 영장류종 집단 크기는 비례한다는 등등 모두 세상 돌아가는 속 이야기들이다.

 

 

저자의 연구물 중 그 초록이 신문지상에 더러 소개가 되었지만 과학 면이 아닌 스포츠 면에 실린 연구가 하나 있다. ‘프로야구팀 이동거리 차이를 최소화하라’ (공평한 경기일정표의 비밀, 몬테카를로 방법에 있다)는 글이다. “서울에서 출발한 보따리장수가 부산, 대구, 수원, 대전을 돌아다니면서 물건을 팔려면 각 도시를 어떤 순서로 방문해야 할까. 서울 - 수원 - 대전 - 대구 - 부산 순서로 방문하는 것이 좋다. 만약 순서를 바꾸면 이동거리가 길어진다.” 대통령 선거가 임박한 대선후보가 선거구 250여 곳을 도는 유세 일정도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짜야 한다. 시간도 줄이고, 힘도 덜 들어야 한다. 컴퓨터과학 분야에선 이를 돌아다니는 판매원 문제라고 부른다.

 

 

(프로야구에서) “어떻게 하면 공평한 경기일정표를 만들 수 있을까. 필요한 것은 두 가지다. 먼저 에너지를 정의하는 것인데, 간단하다. 각 팀 이동거리가 얼마나 다른지 재는 이동거리의 표준편차를 에너지라고 부르면 된다. 그리고 매번 주어진 제약 조건을 만족시키는 경기일정표를 조금씩 바꿔보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에너지를 줄여나가면 된다.” ‘간단하다는 표현이 결코 간단하진 않다. 이 말도 이해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그의 전공을 세상물정과 멋지게 결합시켰다.

 

 

누가 물리학자를 세상 물정도 잘 모르는 사람이라고 했던가? 그 누구보다 합리적이고, 과학적이고 보편타당성 있는 좋은 생각을 최대한 쉽게 풀이해주려고 애쓴 흔적이 이곳저곳에 담겨있는 흥미로운 내용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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