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식인종이다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지음, 강주헌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9월
평점 :
품절


우리는 모두 식인종이다클로드 레비 스트로스 / 아르테(21세기북스)

 

 

1. 우리는 모두 식인종이다? 무슨 소리인가? 뉴기니의 중앙 산악 지역으로 가본다. 이 지역은 1932년까지 지구상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마지막 지역이었다. 울창한 삼림으로 인해 그곳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외부와의 접촉이 단절된 상태에서 살던 원주민들이 백인을 처음 보고는 신 혹은 귀신으로 생각했을 정도이다. 1956년 미국의 생물학자 대니얼 칼턴 가이듀섹은 그때까지 알려지지 않은 질병을 뉴기니에서 발견했다. 매년 100명 중 한 명이 중추신경계 퇴화로 사망했다. 증상으로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몸을 떨었고(따라서 이 병은 관련된 부족의 언어에서 떨다를 뜻하는 쿠루병으로 불렀다). 몸을 의지대로 움직일 수없었으며, 다양한 감염증이 뒤따랐다. 이쯤 되면 감()이 온다. 이들에겐 식인풍습이 있었다. 가까운 친척의 시신을 먹는 것이 고인에 대한 사랑과 존경을 표현하는 한 방법이었다. 그들은 고인의 살과 내장 및 뇌를 익혀 먹었고, 빻은 뼈를 채소와 함께 조리해 먹었다. 지금은 없어진 풍습이다. 연구자들은 쿠루병의 원인을 이러한 풍습과 연관시킨다. 그러나 심증은 가지만 물증은 없는 상태다. 식인 풍습은 그 지역에서 쿠루병이 나타나기 시작한 시대부터 시작된 듯하다. 백인의 간섭으로 식인 풍습이 종식된 이후로는 쿠루병이 점진적으로 줄어들었고, 오늘날에는 거의 사라졌다. 따라서 여기에 인과관계가 존재하는 듯했다. 하지만 섣불리 판단하지 말고 신중해야 한다. 조사가 시작되었을 즈음 원주민 정보 제공자들이 식인 풍습을 무척 상세하게 전해주었지만 식인 풍습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기 때문이다.”

 

 

 

2. 그런데 새삼스럽게 쿠루병이 등장하는 이유는? 그것은 이름만 다르고 내용은 같은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 때문이다. 어린아이의 상장 장애를 해소하고, 여성의 불임을 해결하는 데 쓰인 치료 방법이 문제다. 인간 뇌하수체에서 추출한 호르몬을 주입하거나, 인간의 뇌에서 떼어낸 막을 이식한 후 아이들과 여성들이 사망한 사건이 이슈가 된다. 이 사안에 대한 저자의 입장은 단호하다. 인간의 몸에서 추출한 물질의 잦은 사용이 과거의 의학에 비하면 과학적으로 보이겠지만, 우리에게는 여전히 미신이고 맹신이다. 수년 전까지도 효과적이라고 여겨졌던 처치법이 유해하지는 않더라도 효과가 없는 것으로 밝혀지면, 현대 의학은 그런 처치법을 금지한다(번역본에는 빠졌지만, ‘해야가 들어가야 의미가 확실해진다. 따라서 금지해야한다가 좋겠다) 달리 말하면, 미신적 풍습과 과학적 지식에 기반을 둔 행위 간의 경계는 생각만큼 명확하지 않다.”

 

 

 

 

3. 이 책의 저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는 벨기에 브뤼셀 태생이다. 나치의 유대인 박해를 피해 1941년 미국으로 망명한다. 여러 논문과 저서를 내놓았다. 종래의 인류학, 사회학의 근친상간 및 친족 관계를 총망라한 대작 친족관계의 기본 구조논문과 함께 프랑스로 갔다. 파리에서 삶을 마감했다. 인간의 사회와 문화를 이해하는 방법으로서의 구조주의를 개척하고 문화상대주의를 발전시켰다.

 

 

 

4. 이 책에 담긴 글들은 클로드 레비 스트로스가 이탈리아 일간지 라레푸블리카의 요청을 받아 쓴 것이다. 1989년부터 2000년까지 프랑스어로 쓴 16편의 글을 모아, 여태껏 발간된 적이 없는 한 권의 책으로 태어났다. 레비 스트로스는 법학, 문학, 철학, 사회학 등을 비롯해서 문화인류학, 구조언어학, 사회인류학 등에서도 깊이 있는 학문을 추구했지만, 시대의 관심사에도 주목하며 그 시대를 논쟁거리로 다뤘다. 대표적인 예가 미친 소파동이다. 앞서 언급한 쿠루병과 무관하지 않다.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소를 공격하며 소비자에게 치명적인 위험을 안기는 같은 계열의 질병이 소에게 먹인 소의 골분을 통해 전달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따라서 인간이 소에게 소의 골분을 먹인 데에서 비롯된 것이다. 게다가 이런 사례는 역사상 유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16세기에 프랑스를 피로 뒤덮었던 종교전쟁 동안 굶주림에 지친 파리 사람들은 납골당에서 빼낸 인간의 뼛가루를 주재료로 만든 빵으로 연명 했다는 것을 당시 기록에서 확인했다.”

 

미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는 것인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