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2015.8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5년 7월
평점 :
품절


샘터8월호 / 샘터

 

 

이젠 극성스럽던 더위도 뒷모습을 보이는 듯하다. 8월의 우리말 표현은 타오름달이라고 한다. ‘하늘에서 해가 땅 위에선 가슴이 타는 달이란 뜻을 품고 있다. 아무리 폭염이 이어져도 우리가 갈길, 해야 할 일은 멈춤이 없다. 날씨는 그저 우리 일상의 한 부분일 뿐이다.

 

 

이번 달의 특집은 서늘맞이의 추억이다. “너무 더워 감정이 들끓던 어느 여름날, 햇살아래 일렁이는 그림자가 괴물로 보이고 물속 친구의 얼굴이 낯설게 보였던 적은 없나요? 한여름 더위를 시원하게 씻어줄 서늘한 이야기 속으로 초대합니다.” 휴가철을 맞아 회사 동료 십여 명과 함께 섬으로 여행을 떠났던 한 독자의 이야기는 내 기억의 한 페이지를 들추게 한다. 섬은 뭍과 달리 날씨에 따라 오가는 것이 제한되다 보니 시간의 여유를 갖고 가지 않으면 가기 힘들다. 글쓴이는 태풍이 오는 바람에 예정보다 하루 더 발이 묶이게 된 사연을 적고 있다. 나 역시 휴가 기간을 넘기지는 않았지만, 황금 같은 휴가를 비바람 속에서 꼼짝 못하고 지낸 적이 있었다. 그나저나 글쓴이는 가족끼리도 아니고, 직원들이 함께 가는 바람에 자칫 집단 결근을 하게 되는 심각한 상황이다. 먹거리가 떨어져서 파출소를 찾아가 라면을 얻어먹고, 일행 중 환자가 생긴 것을 빌미로 해경의 도움을 받아 섬을 떠날 준비를 하게 되었다. 그러나 항구에는 수백 명의 관광객들이 배가 들어오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배가 들어오자 시선이 모두 그곳으로 쏠렸으나, 해경의 배라는 것을 알고 관광객들이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사이 글쓴이 일행은 전격제트작전처럼 배를 향해 달려갔다. 그 모습을 본 다른 사람들이 마치 공포영화 속 좀비 떼처럼 아우성을 치며 달려왔다고 한다. 승선인원이 한정되어 있는지라 겨우 글쓴이 일행만 빠져 나왔을 것이다. “천신만고 끝에 섬을 나왔지만 거기 있던 사람들은 어떻게 돌아갔을까 싶어 미안함과 궁금함이 엇갈립니다.”하고 마무리를 했다.

 

 

 

당신이 가지고 있는 물건 중에 가장 오래된 것은 무엇인가요? 사물의 시간 이라는 꼭지글에선 책공방북아트센터 김진섭 대표의 제책도구가 소개된다. “손으로 만든 책에서 오래된 미래찾았죠” “여기 있는 게 보물이에요. 평소에는 이 캐비닛을 절대 열지 않습니다. 열다섯 살부터 인쇄업에 종사한 어르신이 제게 물려준 건데, 그분도 처음 인쇄 기술을 배울 때 선배에게 물려받았다고 해요.” 캐비닛 안엔 완성된 책에 제목을 눌러 찍을 때 쓰는 타이프 홀더(활자 고정 장치)와 목활자 등이 모습을 드러냈다. 기름 냄새 물씬 풍기는 인쇄소에서 청춘을 보낸 장인의 세월이 오롯이 스민 도구들이다.

 

 

 

터미널은 단순한 종점이 아니다. 터미널(terminal)의 어원인 ‘term'에는 끝이라는 뜻도 있지만, ’경계라는 뜻도 있다. 누군가에게는 종착지이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겐 출발점이기도 한 곳. 또 누군가에겐 반환점이거나 경유지이기도 한 곳. 수많은 사람이 종종걸음으로 스쳐가는 곳이지만, 때로는 낡고 때 묻은 의자에 앉아 삶의 온기를 나눌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여기에 앉아 있는 몇 사람..” 나희덕 (시인, 대학교수)의 글과 사진이다. 나희덕의 산책이란 제목이 달려있다. 사진에는 3~4명의 외국인 남성이 터미널 의자에 앉아 있다. 그렇다. 누군가에겐 지나가는 곳, 누군가에겐 종착지, 또 그 누군가에겐 새로운 출발점. 우리의 삶 역시, 머무르는 듯 떠나고, 떠나는 듯 머무른다. 잠시 멈춰있다고 그 시간이 무의미한 것이 아니다. 시간들이 대나무가 더 높이 올라가며 서 있도록 해주는 매듭이 될 것이다.

 

 

 

성석제 연재 소설 만남 이달의 스토리는 막걸리병 따기의 예술이다. 오호 이런 방법이 있었구나. 술은 별로 안 좋아하지만, 혹시 막걸리 마실 일이 있을 때 써먹어야겠다. 작가가 알려주는 막걸리 거품이 넘치지 않게 뚜껑 따기의 예술은 이렇다. 1. 막걸리병을 뒤집거나 흔들고 나서 3분의 2가 되는 부분을 세게 눌러서 탄산을 배출한 뒤 뚜껑을 연다. 2. 막걸리병 윗부분을 잡고는 지구 자전축 기울기로 기울여 시계 방향으로 수십 회 돌리고 뚜껑을 연다. (수십 회라.. 마시기 전에 어지럽겠다) 3. 거꾸로 뒤집고 흔든 막걸리병의 뚜껑을 숟가락으로 장작 패듯 힘껏 10회 내리치고 연다. 4. 막걸리병 뚜껑을 먼저 딴 다음 반 잔 정도를 잔에 따른 뒤에 뚜껑을 닫고 병을 충분히 흔들고 나서 다시 열면 된다. 이 네 가지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해서 해보라는 이야기다.

 

 

그 외에도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포근한 글들이 많이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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