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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고고학 - 미셸 푸코 문학 강의
미셸 푸코 지음, 허경 옮김 / 인간사랑 / 2015년 7월
평점 :
품절
『문학의
고고학』
미셸
푸코 /
인간사랑
이 책의 키워드 중 하나는
‘광기’이다.
이
책을 읽기 위해선 푸코에게 ‘광기’가
어떤 의미로 다가오고 있는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초기에
출간된 푸코의 글들은 모두 정신의학(Psychiatry)과
정신병들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다뤘다.
존재론적
현상학의 영향이 컸다.
푸코는
정신질환을 이해하기 위해서 환자가 살아온 경험을 고려해야 하며,
‘정신병의
현상학’이
필수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푸코는 고전 문학작품 속에서
‘광기’를
어떻게 표출해내고 있는가?
르네상스시대에
광기는 일상적 삶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한 부분으로 이해되었다.
광인들은
도시에서 추방되었지만,
인간
존재와 사회로부터 광기를 완전히 지워 없애려 할 시도는 없었다.
광인들은
배제되기는 했으나,
사회적으로
두려움과 차별의 대상이 되지는 않았다.
그와는
정반대로,
광기는
인간적 조건에 관한 특별한 종류의 지혜를 지닌 것으로 인정받았다.
이
책 『문학의
고고학』
에서도
등장하지만,
푸코는
다른 작가들보다 셰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가 작품에서 광인 배역들을 다루는 것에 대해 자주 언급한다.
그들이
다룬 미친 영웅들은 비극적 양심의 목소리를 통해 인간이 지닌 유한성과 절망적인 비애를 외쳤다는 것이다.
『문학의
고고학』
으로
들어가 본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푸코의 공개 구두강연을 텍스트로 한 것이다.
라디오
방송녹음,
강연의
녹음테이프,
컨퍼런스
발표 내용을 담았다.
광기의 언어
1963년
푸코는 국립 RTF
프랑스
Ⅲ
방송국에서
‘말의
사용’이라는
타이틀로 「광기의
언어」에
관해 5회
연속 강의를 했다.
푸코는
서양 사회의 역사를 기술하기 위해 특히 ‘광기’를
이를 위한 시금석으로 삼았다.
네
개의 큰 부분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로 작가(푸코)는
언어에 있어서의 광기의 분출지점 들을 규정한다.
작가는
병리학적 언어의 다양한 형식들을 분석한다.
이를
위해 작가가 고르고 연극배우들이 낭독하는 환자의 텍스트,
또는
기록된 환자와 의사 사이의 대화가 담겨있다(드라마
형식으로 진행된다).
두
번째로 광기가 언어 안에서 어떻게 재현되어 왔는가를 보여준다.
이를
위해 작가는 셰익스피어에서 코르네유에 이르는 작가들의 작품에 등장하는 광인의 캐릭터를 예로 든다.
세
번째,
작가는
언어의 내부 자체에 존재하는 비이성의 경험을 다루고,
이를
제라르 드 네르발이나 레몽 루셀과 같은 작가들에게서 나타나는 광기와 문학적 경험 사이의 관계를 드러낸다.
마지막으로
인위적으로 불러 일으켜진 광기에 대해 다루고 있다.
『문학의
고고학』
에선
푸코의 다섯 개의 방송 중 두 번째 ‘광인들의
침묵’과
마지막 ‘광기의
언어’가
담겨있다.
광인들의
침묵
“『리어
왕』은
의심의 여지없이 광기의 비극적 성격을 온전하고도 충실하게 보여주는 아주 드문,
거의
유일한 표현이지요.
『리어
왕』은
유례가 없는 작품인데,
이
유례없음은,
종종
희극적인 찬양을 제외한다면,
늘
정당화하는 먼 시선으로 광기를 바라보고,
근본적으로
광기와 거리를 취하도록 배려하기를 잊지 않는 문화,
곧
우리 것과 같은 문화에서는 유례가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 『돈키호테』의
비극성은 그 인물의 광기 자체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아니며,
그가
사용하는 언어의 심오한 힘도 아닙니다.
돈키호테의
비극성은 독자와 다른 등장인물들에게만이 아니라,
산초와
마지막으로는 돈키호테 자신에게까지도 이 광기에 대한 의식을 가능케 해줄,
때로는
알아차리기 어려운,
이
거리,
작은
빈 공간 안에 놓여 있습니다.”
광인들과 소통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침묵의
광인보다 끊임없이 말을 하는 광인들이 많지 않을까?
알아들을
수 없는 말만,
독백조의
말만 하기 때문에 그들을 ‘침묵’으로
단정 짓는 것이 아닐까?
푸코의
말을 들어본다.
“이제,
우리가
광인들과 소통하는 것이 어렵다면,
물론
그것은 그들이 말을 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아마도 분명,
지나치게
많은 것을 담은 언어로,
세계의
모든 길들이 뒤섞이는 기호들의 열대 군집과도 같이,
너무
많이 말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문학과
언어
1964년
12월
미셸 푸코는 벨기에 브뤼셀의 생루이대학교에서 열린 컨퍼런스 〈문학과
언어〉에
참여한다.
푸코는
이 자리에서 자신이 간파한 언어,
작품,
문학사이의
기묘한 ‘삼각형’에
대한 분석이라는 목적아래 1960년대
초 문학에 관한 자신의 글에서 다뤘던 주제들 전체를 재조명한다.
‘문학이란
무엇인가?’
푸코는
언어,
작품들,
문학
등의 세 요소로 구분하고 있다.
“문학은
모든 언어 작품의 일반적 형식도 아니며,
언어
작품이 위치한 보편적 장소도 아닙니다.
문학은
말하자면 세 번째,
곧
언어에서 작품으로,
작품에서
언어로의 관계가 통과하는 삼각형의 정점(頂點)입니다.”
『문학의
고고학』
은
푸코의 다른 저술을 읽고 이해하는 데 좋은 길잡이가 될 소중한 책이다.
옮긴이(허경)가
이 책을 푸코 사유의 ‘잃어버린
고리’를
드러내주는 귀중한 자료들이라고 언급한 것에 깊이 공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