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야생초 밥상
이상권 지음, 이영균 사진 / 다산책방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冊 이야기 2015-142
『야생초
밥상』
글
이상권.
사진
이영균 /
다산책방
“향기로운
것들은 들에서 산다.”
“옛날에는
부자고 가난한 사람이고 먹는 건 비슷했지.
봄이면
보릿국 끓여먹고,
소리쟁이국
끓여먹고,
시래기국
끓여먹고 다 그랬지.”
먹거리는
예전에 비해 풍성해졌지만 사람의 몸은 더 약해졌다.
질병은
더 많아졌다.
수명만
연장되었다는 느낌이다.
건강하게
살다가는 것은 누구나 바라는 점이지만,
나의
건강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해선 무심하다.
아니
무지하다.
이 책의 지은이 이상권은 어느
봄날,
지인들과
남도 들판을 향해서 가벼운 여행을 떠났다.
봄바람에
취해 정신없이 걷다보니 배가 고파왔다.
식당
간판이 눈에 안 띈다.
아니
매운탕집 간판을 하나 스치긴 했는데 모두 그 곳에 들어갈 생각들이 없었다.
그저
뭔가 토속적인 평소 만나기 힘들었던 음식에 기대감을 걸고 걷고 또 걸었다.
그렇게
3시간을
걸었을까?
한계점에
다다랐다.
마을
앞에 있는 작은 상점을 보고 걸음을 멈췄다.
거기서
일단 컵라면이라도 요기를 하고 맛난 저녁을 기대하기로 했다.
할머니
혼자 지키고 있던 상점에서 밥통에 남아 있던 밤에 묵은 김치와 멸치볶음으로 허기를 달래던 중,
할머님이
뒤꼍에 널린 돌나물을 한 소쿠리 뜯어다 주는 바람에 각기 밥의 양이 두 배로 늘어나서 양푼바닥이 보일 때까지 정신없이
먹었다.
고추장
참기름 ‘돌나물’
비빔밥은
이 책을 나오게 한 일등 공신이다.
이름도 처음
만나고,
당연히
먹어본 기억도 없는 〈소리쟁이〉를
만나보자.
〈소리쟁이〉는
가을에 잎이 지고 새로 돋아날 때부터 뜯어다가 나물로 해먹는다.
사람의
입맛에 따라 뜯어다 먹는 시기가 다 다르다.
초여름까지
뜯어다 먹을 수 있다.
우리나라들에서
가장 흔한 풀이 소리쟁이다.
습기
많은 땅에 많지만 밭가에도 많다.
여름에
줄기가 크게 자랄 때만 빼고는 언제든 뜯어다 먹는다.
긴
줄기를 미역처럼 끓여먹기도 했다.
“이걸
씹다보면,
새팥
작은 이파리도 생각나고,
노란
꽃,
꼬불꼬불한
덩굴,
그
주위에서 살아가는 온갖 곤충들까지 다 생각나면서 그냥 마음이 즐거워지더라고요.”
〈새팥〉은
콩과식물로 소들이 좋아하는 풀이다.
재배하는
콩보다 작지만 단맛이 더 강하다.
30여
년 전까지만 해도 가난한 사람들이 채취해서 식량으로 썼다.
재배한
팥에서는 도저히 우려 날 수 없는 빛깔과 향이 난다.
“옥매듭밥이라고
해요.
봄에
해먹는 특별한 음식이었죠.
부자나
가난한 사람들이나 해먹는 밥.
아주
공평한 음식이에요.
옥매듭풀이라고도
하는 〈마디풀〉은
늦봄이나 초여름이 되어야 나물로 먹을 수 있다.
나물로
해먹는 시기가 아주 짧다.
보통
4월
말이나 5월
초가 가장 좋다.
마디풀은
풀 전체가 진한 옥빛이다.
이런
옥빛으로 다른 풀과 구별을 한다.
주로
길가에 자라는 마디풀은 중부지방,
특히
강화에서 많이 해먹는 전통음식이다.
줄기에
옥빛이 난다고 하여 ‘옥매듭풀’이라고
한다.
〈쇠무릎〉 줄기의
마디가 소무릎 같다고 하여 쇠무릎이라고 한다.
산이나
밭가 들 등의 다소 그늘지고 습한 곳을 좋아한다.
뿌리를
넣어 담근 우슬주를 마시면 노화를 방지할 수 있다고 한다.
쇠무릎은
봄에 새싹을 내밀면서 마디와 마디 사이를 굵게 살찌우며 자란다.
쇠무릎에는
전혀 독이 없다.
당연히
초식동물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다.
쇠무릎은
땅속에다 깊은 뿌리를 묻고 사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봄에
땅속뿌리에서 무리지어 새싹이 돋아난다.
그래서
나물 뜯기가 편하다.
어린순을
데쳐 나물로 무쳤다.
전혀
쓴맛이 없어서 국거리로도 좋은 풀이다.
참 향기로운
책이다.
이젠
야생초를 그냥 지나치지 못할 것 같다.
정감
있는 글과 화려하진 않지만 공연히 마음이 포근해지는 좋은 사진들이 함께 하는 귀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