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의 지혜 - 삶의 갈림길에서 읽는 신심명 강의
김기태 지음 / 판미동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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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5-138

 

무분별의 지혜김기태 / 판미동

 

 

진정한 행복은 바로 지금 여기 이 순간 속에 언제나 현존해있다. 참된 행복은 어떤 조건이나 상태에 속한 것이 아니며, 그것에 의해 좌우되는 것도 아니다. 참된 행복은 결코 소유의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진정으로 행복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은 아무것도 없다. 다만 매 순간 있는 그대로 존재하기만 하면 된다. 진정한 행복은 어떤 행위와 관련된 것이 아니라 존재에 속한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금 여기 이렇게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행복이며, 따라서 삶에는 온통 행복할 것들밖에 없다. 이 얼마나 멋진 인생인가!”

 

 

이 책은 신심명(信心銘)을 텍스트로 한다. 신심명은 중국 남북조 시대와 수나라에 걸쳐 살았던 승찬(僧璨)이라는 사람이 쓴 글들이다. 나이 마흔이 넘도록 심한 풍질(문둥병)을 앓고 있었다. 하루하루 살아감이 너무 힘들었다. 그저 죽지 못해 살아갈 뿐이었다. 그는 자신이 무슨 큰 죄를 지어 몹쓸 병에 걸린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어느 날 승찬은 중국 선불교의 제2대 조사인 혜가(慧可)스님의 명성을 듣게 된다. 승찬은 마지막 삶의 끈이라 생각하고 혜가를 만나러간다. 절박한 심정으로 그의 발아래 엎드렸다. “도대체 제가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런 고통을 겪고 있습니까?” “그 죄를 내게 가져오너라. 내가 그것을 없애주마.” “아무리 죄를 찾아보아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혜가가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네 죄는 다 없어졌다. 찾을 수도 없는 죄에 묶여 헛되이 고통 받는 일은 이제 그만 해라.”

 

 

 

큰 깨우침을 받은 승찬은 그의 육신의 병도 나음을 받고, 출가해서 승려가 된다. 몇 년 뒤 그는 혜가로부터 법통을 이어받아 중국 선종의 제3대 조사가 되었다. 신심명(信心銘)146584자로 이뤄진 사언절구의 짧은 시문이다.

 

 

지도무난(至道無難) 유혐간택(唯嫌揀擇)

지극한 도는 어렵지 않으니 오직 가려서 택하지만 말라

 

지은이는 짧은 시문 속에 자신의 삶을 투영하며 이야기를 들려준다. “‘가려서 택하는마음을 내려놓고 매 순간 있는 그대로 존재하기만 하면 된다. 매 순간 있는 그대로의 현존, 그것이 바로 도요 깨달음이요 진리이기 때문이다.” ‘가려서 택하는 마음자체가 내 안에서 타인들의 삶을 다름으로 분리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다름속에서 겉으로 표시는 안 내지만, 마음이 주저앉고 마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움직임을 그쳐 멈춤으로 돌아가면 멈춤은 다시 더욱 큰 움직임이 된다.”

 

- 움직임을 그쳐 멈춤으로 돌아오니, 그렇게 매 순간 있는 그대로의 로 돌아오니, 놀랍게도 나는 이전과 다름없는 인데 내 안에는 강 같은 평화가, 사랑이, 자유가, 지혜가 가득히 흐르고 있었다. 보잘것없고 볼품없는 한 방울의 파도에 불과하던 내가 그대로 무한히 깊고 넓은 바다였고, 잠시 있다가 곧 스러져 버리는 이슬과도 같은 존재인 내가 그대로 우주의 역동적인 질서와 조화 그 자체였으며, 모든 것과 분리되어 이 세상에 홀로 있는 것 같이만 느껴지던 내가 분리란 존재하지 않는 완전한 정체하나였다. , 이 얼마나 놀라운 비약인가!

 

 

한결같음에 통하지 못하면 양쪽에서 모두 공덕을 잃으리라

 

- 한결같음에 통하지 못하면, 그래서 매 순간 있는 그대로의 로서 존재하지 못하면 우리는 필연적으로 양쪽에서 모두 공덕을 잃어버리게 된다. 이때 양쪽이란 우리 안에서 경험하는 것들 가운데 우리가 버리고 싶어 하는 쪽과 얻고 싶어 하는 쪽 모두를 가리키는데 , 버리고 싶어 하는 것들은 얼른 버려지지 않아서 힘들고 얻고 싶어 하는 것들은 얼른 내 것이 되어 주지 않아서 괴로우니, 양쪽에서 모두 공덕을 잃는 것이다.

 

 

 

옳으니 그르니 따지기만 하면 어지러이 마음을 잃게 된다

 

우리 안에는 마음이라는 물이 쉼 없이 흐르고 있다. 그 물은 매 순간 이런저런 감정, 느낌, 생각이라는 형태로 끊임없이 흘러가면서 우리의 생명과 삶을 가득히 수놓는데, 때로는 기쁨으로 흐르기도 하고 때로는 슬픔으로 흐르기도 하며, 때로는 외로움으로 흐르기도 하고 충만감으로 흐르기도 한다. 또 때로는 느닷없는 긴장과 불안과 두려움과 분노와 미움과 질투와 수치심과 무력감 등으로 소용돌이치며 흐르기도 하고, 어느 때는 소낙비 뒤의 투명한 햇살처럼 맑고 고요하게 사랑과 감사와 즐거움과 편안함으로 흐르기도 한다. 우리가 살아 있기에 마음이라는 물은 늘 그렇게 흐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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