冊 이야기 2015-129
『지금
실천하는 인문학』
최효찬
/
와이즈베리
이 책에 스티브 잡스 이야기가
나오기에 유튜브를 통해 2007년,
잡스가
아이폰을 처음으로 공개하는 프레젠테이션을 다시 보았다.
청바지와
편안한 셔츠를 입은 그는 “오늘은
제가 2년
반 동안 기다려온 날입니다.”
라고
말문을 열었다.
가식
없는 자연스러운 그의 제스처와 여유로움,
자신감,
자신의
작품에 대한 무한한 긍지감 등을 느낄 수 있었다.
기왕에
보는 김에 잡스의 2006년
6월
〈스탠퍼드
대학 졸업식 축사〉도
클릭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지 못했기 때문에 졸업식을 이렇게 가까이 보는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역시
그는 이날도 비록 학교에서 제공한 졸업식 행사용 가운을 걸쳤지만,
하의는
청바지였다.
자유로운
그의 생각과 삶의 방식이 좋다.
그는
이날 그의 인생에서 중요하게 생각한 세 가지 이야기를 했다.
“때로는
인생이 배신하더라도 결코 그 믿음을 잃지 마십시오.”
그
믿음은 무엇을 향한 믿음일까?
우선은
나 자신을 믿어야 한다.
나
자신을 보듬어 안아줘야 한다.
아무리
누가 나에게 힘을 내라고 한들 내가 힘을 안 내면 소용이 없다.
절대
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여러 사람들이 나에게 밧줄을 던져 줄지라도 내가 그 밧줄을 붙잡을 힘이나 의지가 없으면 소용도 없다.
그러기에
완전히 주저앉진 말아야 한다.
무릎에
힘을 주고 일어날 힘은 남겨둬야 한다.
그렇다면
평소에 어떻게 어디서 그 힘을 비축해놓아야 할까?
꾸준한
‘독서’이외엔
달리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다.
잡스는
대학마저 중퇴했지만 풍부한 독서를 통해 삶의 여러 위기에서 자신을 일으켜 세울 수 있었다.
그는
전공인 물리학보다 철학이나 문학에 심취했다.
“내가
다녔던 리드 칼리지에는 플라톤,
오디세우스로부터
시작되어 카프카에 이르는 그 대학의 고전 독서 프로그램이 있었다.
고전
독서 프로그램을 통해 고전의 바다에 빠질 수 있었던 것이 애플 컴퓨터의 오늘을 만든 힘이다.”
살아가며 누구나 자의든 타의든 삶의
터닝 포인트가 있기 마련이다.
때로
내가 기대하는 것보다 더 나빠지는 경우도 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 결과에 대한 판단은 유보해야 한다.
시간이
지나봐야 그 상황이 제대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이
책의 지은이 최효찬은 대학에 입학할 때 외교관이 꿈이었다.
신문사
기자로 입사해서 일단 돈을 모은 뒤 유학을 가겠다는 목표를 세운다.
그런데
기자생활을 계속하다보니 그 꿈이 점점 멀어져가는 것 같았다.
차선책으로
대학원에 진학했다.
그리고
박사 논문을 앞두고 결단의 시간을 갖는다.
짐
로저스의 터닝 포인트가 자극이 되었다.
짐
로저스는 미국의 투자전문가였다.
‘월가의
인디애나 존스’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짐
로저스는 다섯 살 때 땅콩을 판 것이 비즈니스의 시작이라고 한다.
예일
대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한 수재였지만,
그는
주식투자에 문외한이었다.
그러나
1969년에
‘투자의
귀재’
조지
소로스를 만나면서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었다.
짐
로저스는 10년
동안 3365퍼센트라는
놀라운 투자수익을 거두며 투자 고수 반열에 올랐다.
더
극적인 것은 서른여덟 살이던 1980년에
1700만
달러를 손에 쥐고 돌연 은퇴했다는 점이다.
그는
이후 오토바이로 세계여행을 하고 투자 관련 책을 내면서 세계적인 금융인으로 거듭났다.
이
책의 지은이는 만약 로저스가 돈을 더 벌기 위해 펀드매니저로 계속 일했다면 그의 인생은 오히려 추락했을 가능성도 있었을 것이라고
한다.
내
생각도 그렇다.
어쨌든
지은이는 고심 끝에 16년
넘게 다닌 신문사에 사표를 냈다.
지은이에겐
또 한 번의 터닝포인트였다고 한다.
그
때 깨달은 것은 하나를 포기하지 않으면 또 다른 길을 갈 수 없다는 것이다.
“나는
1998년에
첫 책을 낸 이후 지금까지 서른 권 가까운 책을 출간했다.
자녀
교육과 독서 교육 분야,
인문학을
아우르며 융합적인 글쓰기를 하면서 나만의 오솔길을 걸어가고 있다.
이
오솔길을 걸어가는 데 최고의 친구는 인문 고전을 비롯한 책들이다.
이
친구들은 내가 원하기만 하면 언제나 내 곁에 머물러 주면서 미처 알지 못하는 수많은 지식과 지혜의 향연을 베풀어준다.
최인훈은
소설 『광장』의
서문에서 한편으로 ‘인간은
광장에 나서지 않고는 살지 못한다.’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인간은
밀실로 물러서지 않고는 살지 못하는 동물이다.’라고
말한다.
그의
‘광장론’에
따르면,
인간은
밀실과 광장의 이중주를 어떻게 조화롭게 엮어 내느냐가 중요하다.
어떤
사람은 밀실에서의 삶이 전부이고 또 어떤 사람은 광장에서의 삶이 전부다.
이때
밀실만을 선호하면 사회적 관계가 원활하게 작동할 수 없고,
광장만을
선호하면 자칫 허울뿐인 광대의 삶이 될 수 있다.
밀실에서
칩거해야 할 때도 있는 것이 우리의 삶이다.
먼저
내공을 쌓지 않고 섣불리 무대에 오르면 자신감을 잃고 패하기 십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