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고아 지만지 희곡선집
볼테르 지음, 이봉지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이야기 2015-075

 

중국 고아볼테르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1. 막이 열리면, 중국 관리이자 유학자인 잠티의 아내 이다메의 비탄 담긴 대사가 공간을 메운다. “비탄의 시간이여, 학살과 파괴의 날이여! 피에 젖은 궁전 문이 몽골족에게 열리고 온 세상이 야만족 손아귀에 떨어졌네. 이 참혹한 광경에 더하여 새로운 고통이 내게 덮쳐 오다니!” 이다메와 그녀의 하인이 머무르는 곳은 궁전 한 구석 비밀의 장소다. 정복자들에게 살해된 관리가 살아있는 관리보다 많다.

 

 

2. 이 희곡에 등장하는 정복자. 몽골의 권력자는 칭기즈칸이다. 볼테르는 이 희곡의 모티브를 원대 희곡 작가 기군상이 지은 잡극 조씨 고아에서 따왔다고 한다. 조씨 고아는 기원전 6세기 초, 춘추시대 진나라의 충신 조순과 간신 도안고에 관한 이야기를 극화한 것이다. 그러나 볼테르의 이 희곡은 조씨 고아의 내용과 많이 다르다.

 

 

3. 궁전 비밀의 공간에 숨어 있던 잠티 부부는 절박한 상황이다. 중국 왕조가 몽골에 멸망당하고, 칭기즈칸의 수하 장수에 의해 중국 황제와 그의 가족이 시해된다. 이러한 모티브는 역사적 사실과는 다르다. 전체적으로 흐름이 빠르면서 긴박감이 느껴진다. 잠티는 황제의 아들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아들을 정복자들에게 내놓는다. 자신의 아들을 희생하면서 황제의 손을 구하기 위함이다. 특징적인 것은 이 때 고려인이 등장한다. 고려인이 실체로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극중에선 기다리는 존재다. 구원군이다. 황제의 아들을 조상의 무덤 속에 숨겼다가 고려군이 오면 그 장수에게 넘기라고 하인에게 지시한다. 그러나 이 모든 일이 탄로 난다.

 

 

4. 갈등이 없으면 재미가 없다. 잠티의 아내 이다메는 칭기즈칸의 옛 애인이다. 칸은 아직도 그 여인을 못 잊고 있다. 남편과 이혼하고 자신에게 오면 살려주겠다고 한다. 아마도 이 부분이 하이라이트라고 봐야겠다. 칸이 이다메를 설득하고, 이다메는 칸에게 간청한다. 이다메는 칸에게 잠시 자신의 남편을 만나게 해달라고 요청한 후 남편이 들어오자 함께 자살을 권유한다. 칸에게 들켜서 자살은 실패로 돌아간다. 칸은 그들 부부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그대들이 나를 진정한 왕으로 만들어 주었소. 여기서 그대들의 도덕의 수호자가 되어 주시오. 다른 사람들도 그대 같은 성인이 되게 해주시오. 이성과 정의와 좋은 풍속을 가르치시오. 정복당한 백성들이 정복자를 다스리도록, 지혜가 용기를 다스리도록 해 주시오. 법과 도덕이 주먹을 이기게 하시오. 내가 먼저 모범을 보이겠소.”

 

 

5. 볼테르의 중국 고아18세기 내내 유럽에서 상당한 인기를 누렸다. 프랑세즈 코메디 극단은 1756년 리옹 극장 개장 기념 공연으로 이 작품을 올렸고 오스트리아, 덴마크 등 궁전에서 어전 공연을 하기도 했다. 특히 머피의 중국 고아는 미국으로 건너가 1767년 필라델피아 공연을 시작으로 1842년 뉴욕에서 마지막으로 공연될 때까지 여러 차례 무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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