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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산 탈출 ㅣ 아름다운 청소년 11
제인 볼링 지음, 이재경 옮김 / 별숲 / 2015년 3월
평점 :
冊 이야기 2015-068
『광산탈출』 제인 볼링 / 별숲
1. “오늘 밤 갱에서 총격전이 벌어졌다.” 시작부터 긴장을 하게 만든다. 총소리는 신디케이트(불법 금광 채굴을 하는 조직)들끼리 하는 세력다툼 때문에 발생한다. 소설의 무대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불법 광물 채굴을 소재로 한다. 남아공은 물론 주변 여러 국가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이며 폐쇄 조치된 금광을 불법으로 장악하고 금을 채굴한다. 이 과정 중 서로 권력 다툼을 벌이다보니 총격전이 일상다반사다. 그리고 그 위험의 중심에 아이들이 있다.
2. 인신매매와 아동 노동 착취는 지구상에서 없어져야할 악행이다. 그러나 아동 노동 착취는 이 소설의 경우 말고도 전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심각하고 가슴 아픈 현실이다. 때로 부모 또는 주위 어른들의 암묵 속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이 소설의 화자이자 주인공 레길레는 어릴 때 스와질란드에서 남아공으로 팔려 왔다. 처음엔 돈 한 푼도 못 받고 수개월씩 위험한 갱내에서 채굴 작업에 동원됐다. 18세가 된 지금은 급료도 받고, 자신이 어렸을 때 끌려왔을 때처럼 들어오는 새로운 아이들을 관리하는 입장이 된다.
3. 레길레는 그동안 고향집에도 몇 차례 다녀왔다. 광산을 탈출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나, 이젠 광산 밖의 삶이 더 두렵다. 마치 어렸을 때부터 묶어 기르던 독수리가 커서도 날 줄을 모르듯 그렇게 시간이 가고 있다. 고향에는 엄마와 동생들이 레길레가 보내주는 돈으로 먹고 산다. 소년 가장이다. 물론 엄마는 그가 광산에서 일한다는 것을 모른다. 다른 어느 곳 위험하지 않은 곳에서 잘 있는 줄 안다.
4. 그러던 어느 날 타이바라는 꼬마가 새로 들어온다. 딱 한 달만 일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것이라는 인신매매범의 유혹에 넘어가서 여기까지 왔다. 속아 끌려와서 어둠 속 갱도에 갇혀 돈은커녕 먹을 것도 제대로 못 먹고 잠도 못자고 목숨의 위험을 느끼며 혹사당하는 현실을 만나게 된다. 타이바는 기필코 광산에서 탈출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어린 녀석의 가슴속 희망의 불빛은 사그라질 줄 모른다. “무언가를 저토록 굳게 믿는 건 어떤 느낌일까. 문득 궁금했다. 캄캄한 갱에 일종의 빛을 비추는 느낌일까? 햇빛 같은 연한 노란색 빛? 그 믿음이 삐걱대고 쩍쩍대는 갱의 굉음도 잠재울 수 있을 것 같다. 아니, 최소한 타이바를 강하게 만들 수는 있을 것이다.”
5. ‘스파이크 마포사’. 광산의 아이들에겐 구세주 같은 존재다. 역시 어려서 광산으로 잡혀 와서 고생을 하다가 광산을 탈출했다. 땅속에서 겪은 일과 팔려온 애들을 소재로 그림을 그린다. 자기 인생을 불법 채굴을 막는 데 바치겠다고 맹세한 후 실제로 그 일을 행하고 있다. 레길레는 처음에 스파이크 마포사의 존재를 자신의 마음속에서 밀어냈다. 어느 정도 광산 생활에 적응해가고 있는 탓이기도 하지만 광산을 나간다고 해서 딱히 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마음이 달라져갔다. 자유에 대한 갈망, 현재와 미래를 바라보는 시각, 그리고 인간으로서 참다운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에 대한 생각 등이다. 《광산 탈출》은 아동 인권 유린의 실태를 고발하는 큰 줄기와 함께 어떤 상황에서든 주저앉아 있지만 말고 다시 일어서려는 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품게 해준다. 이 책은 청소년소설이기에 우리의 아이들에게도 도움이 될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