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속의 사람들
마가렛 로렌스 지음, 차윤진 옮김 / 도서출판 삼화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이야기 2015-064

 

불속의 사람들마가렛 로렌스 / 삼화북스

 

1. ‘무당벌레야, 무당벌레야, 훨훨 날아서 집에 가거라. 너희 집이 활활 타고 있단다. 아이들이 모두 없어졌단다.’ 아이들의 노래치곤 황당하다 못해 살벌하다. 아이들이 모두 없어졌다니. 그것도 불에 타서. 소설의 주인공 스테이시는 뮨득 아침에 이 노래가 생각이 났다. 노래라는 것이 그렇다. 어떤 땐 무심히 부를 때가 있다. 나중에 가사를 다시 생각해보고 흠칫 놀라는 경우가 있다. 이 동요도 그런 케이스다.

 

 

2. 소설이지만 연극이라 생각하고 무대를 바라본다. 안방 문에 전신거울이 걸려있다. 스테이시는 그 거울을 통해 사실적이지 않다고 느껴지는 자신의 모습과 너무 사실적인 집안의 구석구석을 보고 있다. 네 아이의 엄마다. 현재 나이는 39. “2인용 침대는 이불을 아직 정리하지 않은 채고, 의자에는 그녀의 옷가지가 어지럽게 널려있다. 스타킹은 아무렇게나 벗어놓아 둥그런 나일론 웅덩이가 되었고, 거들은 벗을 때 돌돌 말려서 바퀴 모양이다. 다른 의자에는 남편 맥이 입었던 셔츠가 반듯하게 개어 있다. 탁자에는 그녀의 책 황금가지와 그의 책투자전략이 놓여 있다. 두 권 모두 아직 펼쳐보지도 않은 상태다.

 

 

3. 우리 집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했나? 할 사람도 있겠다. 위의 묘사에서 이 집 분위기가 어느 정도 파악된다. 우선 아내 스테이시는 요즘 만사가 귀찮다. 무력감에 빠져있기도 하다. 하긴 아직 어린 네 아이를 키우다보면 집안은 늘 초토화되어 있기 마련이겠다. 반면 남편 맥이 입었던 셔츠는 반듯하게 개어 있는 것으로 봐서 그는 집안일은 못 도와주지만 자신의 주변은 그런대로 정리하는 편인 듯. 부부의 공통점은 탁자에 책은 이미 오래 전부터 놓여 있지만, 아직 못 열어보고 있다는 것. 언젠간 보겠지.

 

 

4. 이 소설의 작가 마가렛 로렌스는 스톤 엔젤에 이어 두 번째 만난다. http://blog.yes24.com/document/6887274  이 작가는 스톤 엔젤에서 한 여인의 일생과 주변 인물들과의 갈등 그리고 삶의 마무리를 잘 그려주고 있다. 나에게 마가렛 로렌스의 이미지는 치유의 글쓰기를 통해 일어선 사람이다. 캐나다 태생인 작가는 가부장적인 외조부 밑에서 십대 시절을 보냈다.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성장기때 외조부에 대한 적개심 충만, 가문에 대한 관심은 어린 로렌스에게 깊이 각인되었고, 이후 그녀의 작품에 큰 영향을 끼쳤다. 고독과 암울한 시기에 다행히 교사이자 지역 사서였던 새어머니의 지도를 통해 자신에게 문학적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후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5. 불속의 사람들의 주인공 스테이시는 요즘 많이 불안하다. 하루에도 수없이 일어나는 사건, 사고 소식은 아이들이 커갈수록 그녀의 마음의 불안감도 많아진다. 화재, 알코올중독, 가정폭력, 욱하는 성질에 의한 상해, 자살, 교통사고, 매춘, 토막살인 등으로 한시도 조용한 날 없는 우리의 일상이기도 하다. 스테이시는 불안감과 무력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잠시 궤도를 벗어나 보기도 했다. 그리 멀리 안 가고 중심을 잡긴 했다. 그러나 앞으론 몸으로 춤추긴 힘들어도 머릿속으로라도 춤을 출 생각이다. 그렇게 견뎌낼 것이다. 그녀의 어머니 친구를 생각하며 그런 마음이 들었다. 어머니 친구 분은 집으로 놀러 올 때 마다 음악을 틀어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면 옛날 폴카 노래나 스코틀랜드 무곡이 흘러나왔다. 어머니의 친구는 춤 음악을 들으며 마치 진정제를 맞은 듯이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래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마 머릿속으로 춤을 추고 있나보다.” 작가가 스테이시를 통해 내면의 흐름을 함께 보여주는 화법과 서술을 보다 보면 왠지 속이 후련하다. 내용은 안타까운데 분위기는 산뜻하다. 일상의 단조로움과 불안감, 뛰쳐나감을 보노라면 아마도 그대의 뒷모습이 보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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