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짓의 재발견 두번째 이야기 -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여성 과학자들의 위대한 발견들 딴짓의 재발견 2
니콜라 비트코프스키 지음, 배영란 옮김 / 애플북스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이야기 2015-051

 

딴짓의 재발견니콜라 비트코프스키 / 애플북스

 

1. 자연과 과학, 우주의 비밀이 한 꺼풀 씩 벗겨지던 17세기, 18세기에 중요한 발견은 어쩌면 여성에 의해서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현장에 참여하길 거부당하고,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 자체를 불쾌하게까지 생각하던 시기였기도 하다. 그 기운은 이곳저곳에 여전히 남아있다.

 

2. 불어판 이 책의 원제를 그대로 번역하면 노벨상을 받기엔 너무 아름다운 그녀들이다. 그러나 그대로 번역을 했다면, 노벨상에 초점이 맞춰졌을 것이다. 아직 노벨상과 인연이 없는 대한민국 독자들에게 별 관심을 끌지 못했을 것이다. 딴짓의 재발견이라. 책 제목을 잘 지었다.

 

3. 요즈음 DNA하면 아이들도 다 안다. 미드 수사 프로그램에서 DNA가 빠지면 그냥 수사반장이다. 영국의 한 젊은 여성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물질의 결정구조를 분석하는 결정학자 였던 이 여성은 DNA에 관한 연구를 의뢰받는다. 이 여성은 서른두 살의 로잘린드 프랭클린(1920~1958)이다. 연구 중 분자가 나선형 계단처럼 꼬여 있는 특징을 본다. 그러나 좀 더 지켜보기로 했다. 그런데 제임스 왓슨이라는 성질 급하고 부산스러운 미국인 학자가 어느 학회에서 로잘린드의 DNA의 회절 사진을 보고 난 후, 친구인 프랜시스 크릭가 함께 로잘린드보다 먼저 DNA이중나선구조를 고안해냈다. 두 사람은 로잘린드 연구팀의 비공식 연구결과에 영향을 받았다는 점을 인정하긴 했지만 그들의 그 유명한 논문에 로잘린드의 이름을 따로 명시하진 않았다. 왓슨과 크릭은 1962년 노벨상을 받는다. 로잘린드는 이보다 4년 앞서 세상을 떠났다. 이 일화를 통해 왓슨을 무조건 나쁘다고 판단하기엔 조심스럽다. 로잘린드가 너무 신중했다고 지적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러나 로잘린드 대신에 ()과학자라면 왓슨 팀이 그렇게 입을 싹 닦고 지나갈 수 있었을까? 여성이라고 무시한 채로 마구 달리진 않았을까?

 

 

4. 이 책엔 이와 같은 사례가 즐비하다. 다른 각도에서 본다면, 이 책은 여성을 중심으로 쓰인 과학사라고도 할 수 있다. 딱히 과학으로 분류할 수는 없지만, 독특한 생각과 파격적인 행동의 화제 거리도 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세상에 알려지지 못하고 묻혀버린 뒷얘기들이 무성하다. 뉴턴의 시대에 과학에 푹 빠진 귀족 부인들이 있었다. 최초의 근대 여성의학자로 일컬어지는 다소 긴 이름의 가브리엘 에밀리 르토넬리에 드 브르퇴유(샤를레 부인이라고도 부름)는 라틴어로 쓰여진 아이작 뉴턴의 프린키피아를 프랑스어로 번역하고 명료한 이해를 돕는 섬세한 주석을 달았다. 시인 바이런의 딸 에이다 러브레이스는 귀족 부인으로서의 삶과 함께 수학 연구의 길을 병행했다. 에이다는 초창기 기계설계안에 굉장한 관심을 갖고 있었으며, 훗날 이는 컴퓨터로 발전한다. 세계 최초의 프로그래머라는 닉네임이 붙는다. ‘방사능 마녀라고 들어보셨는지? 방사 형태로 춤을 추는 자유롭고 개성적인 표현으로 유명한 현대무용가 로이 풀러는 라듐에 적신 수 미터 길이의 긴 옷자락을 내뻗으면서 관객들의 혼을 빼놓았다(방사능때문에 몽롱했을지도). 다행히 그 당시엔 방사능 측정기 가이거 카운터가 발명되기 전이었다.

 

 

5. 책 제목으로 쓰인 딴짓을 생각한다. 아프리카 초원의 누 떼는 참으로 장관이다. 수천, 수만 마리가 몰려 있는 모습을 보면 생명과 자연의 신비로움을 느낀다. 그런데 그 누 떼 주변에 사자가 한 마리 나타나서 어흥 하고 소리치면 놀란 누 떼가 무리지어 달아난다. 선두가 길을 잘 못 들어 절벽으로 향해도 그 뒤를 계속 밀어붙이며 함께 떨어진다. 그 정신없는 무리에서 벗어난다면 살 길이 열릴지도 모른다. 나와 남을 해치는 일이 아닌 딴짓예쁜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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