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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인문학 - 하루를 가장 풍요롭게 시작하는 방법
다이앤 애커먼 지음, 홍한별 옮김 / 반비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冊 이야기 2015-047
『새벽의 인문학』 다이앤 애커먼 / 반비
1. 새벽이 주는 독특한 향이 있다. 소리가 있다. 빛깔이 있다. 짙은 어둠을 몰아내며 조용히 공간을 두드려보는 새벽빛은 근사하다. 새벽아침을 맞이하는 것이 죽기보다 싫은 사람도 있겠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생명에겐 새벽이 주는 희망이 있다. 다시 시작하는 하루이기 때문이다.
2. 존 뮤어는 새벽 아침을 이렇게 그렸다. “이 장대한 쇼는 영원하다. 어디에선가 늘 해가 뜬다. 이슬은 마르는 법이 없고, 비는 늘 쏟아지고, 안개는 늘 피어오른다. 영원한 일출, 영원한 일몰, 영원한 여명과 박명, 바다와 대륙과 섬에, 차례차례로, 둥근 지구가 돌아가면서..” 새벽사랑이 지극한 다른 이를 만나본다. 이 책의 지은이 다이앤 애커먼은 교육자, 시인, 수필가로 소개된다. 대학에선 영문학과 인문사회학을 가르쳤다.
3. “새벽에는 여러 의미가 있지만, 언제나 재탄생, 새로운 출발이라는 의미는 달라지지 않는다. 새벽을 맞는 와중에도 익숙한 일상과 근심걱정이 몰려들며 자기 좀 보라고 떠들긴 하지만, 깨어나는 동안 우리는 몽롱한 상태와 명료한 상태를 오간다. 아침마다 이 문턱을 넘으면서, 우리는 세상 사이를 넘나든다. 정신의 절반은 안을 향해 있고 나머지 절반은 점점 밖으로 향하며 깨어난다.”
4. 지은이는 화가 모네를 자주 등장시킨다. 모네는 1892년 어느 추운 날 아침에 셋방 이층에서 내다보이는 고딕 성당을 그리기 시작했다. 모네는 그의 그림 속에 새벽이 살아나고 사라지는 모습을 즐겨 그렸다. 루앙 성당이 시간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이미지를 서른한 장이나 그렸다고 한다.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난 새벽형 인간이었다. 모네는 암스테르담을 여행하는 동안 식료품가게에서 물건을 샀더니 일본 판화로 장식한 싸구려 종이로 포장해주었다고 한다. 그 판화는 1760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난 기이한 판화가이자 화가 가쓰시카 호쿠사이의 작품이었다. 포장지 판화에 폭 빠진 모네는 그 후 호쿠사이 마니아가 된다. 목판화를 수집하게 되고 그 후 250점이 넘는 작품을 소장하게 된다. 호쿠사이는 89세로 죽었는데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나한테 10년이 더 주어진다면....아니 5년이라도, 그러면 진짜 화가가 되었을 텐데..”
5. 고대에 새벽을 정의하는 말 가운데 ‘친구의 얼굴을 알아볼 수 있는 순간’이라는 말이 있다. 친구를 알아보기 전에 나를 먼저 알아보면 더 좋겠다. 스와힐리어에서 잘 자라고 하는 인사를 말 그대로 해석하면 “살아서 깨어나라”는 뜻이다. 음산한 유머다. 어떤 면에서 깨어나는 것은 작은 죽음을 이겨내는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빼어난 관찰력과 예민한 감수성으로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의 새벽아침을 시작으로 시간의 궤적을 따라가며 그려 내는 지은이의 섬세한 글들이 마음을 차분하게 갈앉혀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