冊 이야기 2015-032
『한국의 전통과자』 김규흔 / MiD(엠아이디)
신토불이 먹거리 한과(漢菓)
1. 무엇인가 한 가지 일에 올인 해서 인생을 거는 일은 멋진 일이다. 물론 그 일이 나와 내 주변에 평화와 안녕을 주는 일이라는 것을 전제로 한다. ‘한과(漢菓)’. 우리나라 역사에 기록된 한과는 「삼국유사」 ‘김유신전’에 수록되어 있다. 613년 김유신은 고구려 첩자인 백석(白石)이란 사람의 꾐에 빠져 고구려로 납치당할 뻔했다. 이때 내림, 혈례, 골화 등 세 곳의 호국신이 여인의 모습으로 나타나 김유신에게 맛있는 미과(美菓)를 대접해주며 백석이 첩자라는 사실을 알려주어 김유신이 위기에서 벗어나게 해주었다는 스토리다. 여기에 적힌 미과가 바로 ‘한과’라고 한다.
2. “나는 한과에 담긴 역사성과 문화, 이야기가 프랑스 음식문화나 김치의 김장문화에 못지 않다고 생각한다. 단지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따라서 한과의 역사성, 문화성, 우수성을 알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시키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이미 그 일을 시작했다. 이것이 성공하면 한과의 대중화와 세계화에 커다란 일조를 하게 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 전통과자인 한과에 대한 애정을 갖길 원한다. 그 애정들이 모일 때 한과는 대중화 될 것이며 세계화는 보다 빨리 이루어질 것이 확실하다. 내 간절한 한과의 대중화, 세계화를 위한 마음이 여러분에게 닿길 바란다.” (p.20)
3. 지은이 김규흔은 우연한 계기에 한과의 세상에 발을 디딘 후 그야말로 오직 ‘한과’만을 생각하며 30여 년 동안 묵묵히 한 길을 걸어왔다. 물론 대부분 한 길을 우직하게 걸은 후 쉬는 경우가 많지만 지은이가 걸어온 삶의 여정을 통해 배울 점이 많다. 국가지정 한과명인. 대한민국 한과명장이자 한과문화박물관 관장인 김규흔을 지칭하는 모든 수식어 앞자리는 늘 ‘최초’라는 말이 붙어있다. ‘쌀을 주성분으로 하는 약과 제조 및 방법’ 특허출원. ‘저장성 및 식감을 증진시킨 유과 제조방법’ 특허 출원. ‘명인 김규흔 한과’브랜드 개발. ‘조직경화가 지연되는 약과의 제조방법’ 특허출원 등등이다.
4. 지은이는 이 책을 통해 맛과 멋이 살아있는 한과를 알리고자 하는 한 삽의 뜻을 담았다고 한다. 우선은 우리가 한과를 보다 쉽게 배우고, 친숙해지길 바라고 나아가서 한과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일에 박차를 가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책이 참 정성스럽게 잘 만들어졌다. ‘이야기가 있는 한과’를 시작으로 한과의 자연재료 이야기, 한과의 색과 향과 맛 그리고 재료 이야기, 한과 만들기의 기초지식, 김규흔의 한과 레시피, 김규흔의 작품들 등이다. 책에 나오는 한과 사진들은 완전 작품이다. 아까워서 어찌 먹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5. 분야를 막론하고 최고가 되는 것은 거저 되는 일이 아니다. 시작은 미약했으나 지금은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영역이 마련되었지만, 한과와 함께 길을 오는 동안 수없이 당했던 고난이 결국은 지은이를 더 채찍질해서 정상에 오르도록 했다는 고백은 참으로 멋지다. ‘한과’는 제사상에나 오르고 가끔 명절 때나 구경하는 주전부리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한과의 깊고 넓은 세상을 접하면서 그저 놀랍다. 과자 하나를 만들어도 나와 우리의 건강을 생각하며 만드는 마음이 느껴진다. 아이들이 사먹는 초콜릿에 살아 꿈틀거리는 이물질이 들어 있어도 제조회사에선 유통과정 중의 문제라고 발뺌이나 하는 풍토에 제대로 된 ‘한과’야 말로 우리 아이들은 물론 모두를 위한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