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설득의 심리학 3 - 작은 시도로 큰 변화를 이끌어내는 스몰 빅의 놀라운 힘, 완결편 ㅣ 설득의 심리학 시리즈
로버트 치알디니 외 지음, 김은령.김호 옮김 / 21세기북스 / 201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冊 이야기 2015-024
『설득의 심리학』 (완결편) 로버트 치알디니 외 / 21세기북스
_ 스몰 빅(small BIG)의 놀라운 힘
1. 1990년대 뉴욕은 범죄의 도시로 악명이 높았다. 배트맨의 배경인 범죄의 소굴 고담시는 뉴욕을 배경으로 삼을 정도였다. 특히 지하철은 지옥철이었다. 우리네 지옥철과는 의미가 다르게 살벌한 지하철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뉴욕은 미국에서 가장 안전하고 살기 좋은 도시로 거듭났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왜 고담시가 되고, 어떻게 평화시가 되었나? 이런 변화의 과정을 한 사람에게 집중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1994년 뉴욕시장으로 취임한 루돌프 줄리아니의 이름이 거론된다. 의욕적인 뉴욕 시장은 치안을 유지하기 위해 우범 지역에 CCTV를 설치한다. 그러나 곧 시장은 궁지에 몰린다. 뉴욕시민들에게 시의 예산만 낭비했다는 질책을 듣는다. CCTV의 해상도가 너무 낮아(그 당시로선 최상이었겠지만) 범죄예방에 별 도움이 안 되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뉴욕시를 평화시로 만들기 위해 애쓴다. 시장 재선에 도전한다. CCTV건으로 지지율이 하락되어 낙선될 것이라는 일부 여론에도 불구하고 그는 다시 시장이 되었다. 그가 두 번째로 착수한 일은 뉴욕 시 곳곳에 도배되어 있던 낙서를 지우는 일이었다. 쓸데없는 곳에 인력과 시간을 소모한다는 거센 비난이 이어졌다. 그러나 결과는 좋았다. 범죄율이 뚝뚝 떨어졌다. 단지 낙서(그래피티)만 지웠을 뿐인데 말이다. 그래서 재선이 된 것이다. 시장은 ‘낙서지우기’ 아이디어를 미국의 범죄 심리학자 조지 켈링의 ‘깨진 창문 이론’에서 힌트를 얻었다.
2. 이 책에서도 줄리아니 시장의 스토리가 등장한다. ‘잘못된 행동을 바로 잡는 데 도움이 되는 스몰 빅은 무엇일까?’ 챕터에서다. 깨진 창문, 지저분한 가게 앞 같은 사소한 무질서가 사회 규범에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해 부정적인 행위를 더욱 확장시킨다는 내용이다. 행동과학자 키스 카이저 팀들의 연구 결과는 보다 확고한 메시지를 전달해준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들이 개를 데리고 와 공원을 더럽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 아니라 쓰레기나 담배꽁초처럼 사회적 무질서를 보여주는 증거를 목격했기 때문에 개를 데리고 산책 나온 자신도 개를 공원에 풀어놓는다.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복사기나 문서파쇄기를 지나가다가 그 주변에 종잇조각과 쓰레기가 흩어져 있다면 지저분한 커피 잔을 선반에 올려놓거나 주방의 더러운 것들을 치우지 않는 등 사무실의 다른 규범도 위반하게 된다. 이 책 《설득의 심리학》의 저자는 정부 관료들이 활용할 수 있는 ‘스몰 빅’은 그저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금지시키는 것이 아니라 공적인 방식으로 다른 사람의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되돌리는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것이라고 권유한다. 지방자치단체들은 호수나 해변의 쓰레기를 치우고 건물 낙서를 지우고 길거리 쓰레기를 줍는 등 무질서한 환경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 활동을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3. 이 책의 장점 중 하나는 ‘커다란 효과를 이끌어내는 작고 사소한 변화’라는 주제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최초로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고 영향력을 미치고자 할 때(물론 완벽하게 윤리적인 방식으로) 어떻게 최소의 변화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는지 탐구하고 있다. 이런 종류의 변화를 이 연구팀들은 ‘스몰 빅(small BIG)’이라 부른다. 과학적 스터디를 기본으로 하는, 사소한 듯 보이지만 결국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변화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람들이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 사용하는 구태의연한 방식으로는 자괴감과 실망감만 맛 볼 뿐이다. 그 이유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사 결정을 할 때 자신이 사용 가능한 모든 정보를 활용하고 올바른 경로를 통해 결정을 내린다고 믿기 때문이다. 정보는 차고 넘친다. 내가 상대방의 마음 공간에 들어갈 부분이 더욱 좁아진다.
4. “사람들이 결정을 내리도록 이끄는 것은 현상 그대로의 정보가 아니라 이 정보가 전해지고 제시되는 맥락(context)이다.” 성공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사람들의 인지 자체보다는 맥락을 활용해야 하고 정보가 제시되는 심리적인 환경을 잘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같은 메시지라도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과 관련해 배치, 구성, 시간, 맥락 등을 약간 바꾸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행동할지 크게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다.
5. 책은 ‘스몰 빅’을 활용할 수 있는 52가지 상황이 펼쳐진다. 상황별 처방이기도 하다. 그때그때 필요할 때 마다 책을 펼쳐서 참고 할 수도 있다. 타이틀도 흥미롭다. ‘우리가 현명해지는 데 스몰 빅은 어떤 도움을 주는가?’, ‘스몰 빅을 활용해 약속을 지키도록 하는 방법은 없을까?’, ‘직원의 생산성을 높이려면 어떤 스몰 빅을 더해야 할까?’, ‘미루고 지연하려는 경향을 줄여주는 스몰 빅은 무엇일까?’, ‘옷 입기에서의 스몰 빅은 무엇일까?’ 등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