冊 이야기 2014-241
『대한민국 취업 전쟁 보고서』 전다은 외 / 더퀘스트
1. “지금 어디 다녀?” “응..아니..준비 중이야” 문제는 그 준비기간이 너무 길다는 것이다. ‘취준생(취업준비생)’이라는 새로운 그룹이 형성되고 있다. 그 인원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내 주변에도 벌써 3년째 준비 중인 청년이 있다. 청년이라 하기에도 좀 늦은 나이인 30대 중반이다.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2. 좀 썰렁한 질문이 될지 모르지만 '일'은 왜 하는가? 나에게 '일'은 무엇일까? 내가 고용인이던 피고용인이던 무엇이 나를 일하게 하고, 반대로 무엇이 내가 하던 일을 멈추게 하는가?
여럿의 추상적인 대답도 추가될 수 있지만, 가장 리얼한 대답은 '돈을 벌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목적이 그저 '돈'이라면 너무 허망하다. 아니, 목적을 그곳에 둔다고 꼭 돈이 모아지는 것도 아니다.
3. 리처드 세넷은 막스 베버를 인용하며, 노동윤리란 ‘자신의 노동을 통해 자신을 증명하겠다는 강박’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취업을 준비하는 모든 이들을 강박증환자로 몰고 싶은 생각은 없다. 우리의 삶에서 ‘일’과 ‘노동’의 비중을 생각해봤을 뿐이다.
4. 이 책은 취업이 전쟁이라는 상황으로 그려지는 현재를 잘 보여주고 있다. 세 젊은이와 마흔 살 기혼 여성의 취업 체험기를 시작으로 ‘무엇이 그들을 힘들게 만드는가?’라는 타이틀로 취업 준비생의 심리 분석, ‘독일의 청년부터 한국의 아줌마까지’ 세계 취업 현실이 담겨 있다.
5. 이 책의 공저자이기도 한 전다은은 이렇게 말한다. “어차피 모든 불합격자에게 같은 메시지가 발송될 뿐이며, ‘내가 왜’ 떨어졌는지 알려주는 친절한 기업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취업 컨설팅 업체에 낚인 이야기도 담담히 털어놓는다. ‘제발 평범하게 즐겁게만’ 살고 싶은데 그게 어렵다.
6. 취업준비생의 상담에선 여러 그늘이 보인다. 시간이 지날수록 해가 바뀔수록 물밀 듯 몰려오는 불안감, 취업전선을 통과한 이들과 비교를 하면서 생기는 낮은 자존감, 혼자라는 두려움, 타인을 포용하기 힘들어지는 점,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현실에 화가 난다, 강박관념 등이다. 이에 대해 상담심리학과 교수와의 만남을 통해 다소나마 완화시키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7. 자, 그럼 취준생의 현실을 국내에서 글로벌로 확대해보자. 하나같이 정규직 일자리에 올라타지 못하고 있었다. 독일, 네덜란드, 덴마크, 캐나다에서 졸업을 앞뒀거나 짧게는 9개월, 길게는 2년까지 임시직을 전전하면서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아 헤매고 있는 이들을 만났다. ‘해외판’ 취업전쟁이다. 어떤 나라에선 정부가 청년 구직자들의 생활비를 대주면서 ‘돈 걱정 말고 천천히 취업해도 괜찮다고 응원해주고 있었다. 스펙 쌓기, 취업 성형, 수십만 원짜리 취업 컨설팅은 ’딴 나라‘이야기였다. 그렇지만 근본적으로는 모두 불확실한 미래에 고통 받고 있었다. ’취업 전쟁‘은 어디에서나 마찬가지였다.
8. 국내 어느 분식집에는 ‘아무거나’라는 메뉴가 있다. 주인 맘대로 2~3가지 섞어서 주는 메뉴다. ‘일자리’를 ‘아무데나’ 정할 수는 없다. ‘아무데나’를 입에 올리는 사람들은 이미 그런대로 안정적인 직장인이거나 취업과 관계없는 사람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일 뿐이다. 다시 ‘일자리’에 대한 생존적 생각을 해본다. 단순히 돈을 버는 것 말고도 나에게 주어진 일, 출퇴근이 있는 일상이 보통의 삶이 되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취준생들이 모두 직장인이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