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능력자 지만지 희곡선집
그리고리 고린 지음, 백승무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야기 2014-219

 

초능력자그리고리 고린 / 지만지(지식을 만드는 지식)

 

1. 풍자적 기지와 철학적 사유가 담긴 희곡이다. 초능력자라는 제목 그대로 비범한 재능을 가진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다.

 

2. 사건은 모스크바의 한 호텔 객실에서 이틀 동안 펼쳐진다. 정신병리학 저널에서 초청한 초능력자기질이 있는 세 사람이 투숙객이다.

 

3. 생각만으로 물체를 움직인다는 사내A. 염력이 그의 특기라고 한다. (소련식 이름은 길고 비슷하다. 각기 이름들은 있지만 편의상 A, B. C로 호칭). 사내B는 벽 너머를 볼 수 있다고 한다. ‘관통투시력이 그의 초능력이다. “저는 거울로 제 자신을 오랫동안 볼 수가 없어요. 의식이 몽롱해지거든요. 전 중세에 태어났다면 화형을 당했을 거예요. 마법사 처럼요사내C독심술사란다. 사내 ABC가 잠시 자리를 비우자 뒷 담화를 한다.“(독심술)그게 뭐 대단한 능력이라고! 우리 집 푸들도 남의 생각 같은 것 알아맞힐 줄 안다고요. 정말이에요! 제가 밥 먹을 때가 됐네하고 생각하면 어떻게 알았는지 그 녀석이 제 앞에 떡하니 나타나서 꼬리를 흔들고 있다니까요.”

 

4. 이 사내들의 초능력이 기대된다. 서로 모르고 지내던 이들이 한 호텔방에서 마주치게 되자 작은 소란이 일어난다. 더군다나 초능력자라고 하는 이들이 셋이나 되니 그럴 만도 하다. 이들을 한 자리에 모이게 한 옐레나 페트로브나 라리체바라는 여 물리학자는 이 소란을 잠재우기 위해 이런 말로 이들을 다독인다.

 

5. “당신들은 초능력을 가지고 있어요. 저는 모든 사람들이 그런 걸 가지고 있다고 믿어요. 단지 그걸 식별하는 능력이 없을 뿐이죠. 아마도 인류는 지금 새롭고 놀라운 삶으로 넘어서는 문턱에 서 있는지도 몰라요. 인간 의식의 비밀이 밝혀지면, 우리는 자유롭게 생각과 사상을 교환할 수도 있을지도 몰라요. 모든 장애물이 사라지면, 인간은 진정한 자유를 얻을 수 있고, 생각을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주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겁니다! 제 이야기의 본질은 바로 이겁니다. 여러분! 인생을 걸만한 일 아닌가요?”

 

6. 초능력자의 시대적 배경은 1980년 봄이다. 모스크바 올림픽이 올리기 직전이다. 소련은 우선 거리를 화려하게 장식하는 데 투자를 했다. 사회주의가 아직도 생생하게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미국과 서구를 향해 어깨를 펴고 싶었다. 그렇지만 그 당시 브레즈네프 정권은 무능하기 짝이 없었다.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것이 없었다. 나라 전체가 소화불량과 성장 장애를 겪고 있었다.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소련 당국은 노점상과 노숙자들을 쫒아냈다. 하긴 남 이야기 할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국가 차원에서 초능력자를 발굴, 육성하겠다는 정책도 이러한 맥락에서 출발했다. 그러니까 희곡의 초능력자 스토리는 실제 상황이 오버랩 된 셈이다. 작가는 이를 풍자적으로 표현했다. 희곡만 봐도 웃음이 흘러나온다. 극을 직접 봤으면 더 했을 것이다. 분위기라는 것이 있지 않은가.

 

7. 작가 그리고리 이즈마일레비치 고린(1940~2000)20세기 후반을 풍미한 러시아 극작가다. 그는 희곡뿐만 아니라, 유머, 풍자, 영화 시나리오 등 다방면에서 집필 활동을 했으며 시사평론도 발표됐다. 1970년대와 1980년대는 고린의 시대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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