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이야기꾼들
전건우 지음 / 네오픽션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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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4-195

 

밤의 이야기꾼들전건우 / 네오픽션

 

1. ‘그날 밤의 폭우로 60명이 죽고 32명이 실종되었다.’로 시작하는 소설은 템포가 빠르다. 이야기 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마치 프롤로그 장면처럼 폭우 속 급류에 얼떨결에 휩쓸려 간다. 소년은 아빠, 엄마를 조르고 졸라서 캠핑을 왔다. 고가의 텐트와 코펠 등을 빌려서 왔다.

 

2.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을 때 왠지 모를 두려움에 소년은 움츠러든다. 아빠, 엄마와 함께 무섭게 불어나는 계곡물을 거슬러 겨우 대피소에 피한 후 소년의 부모는 소년을 혼자 남겨두고 텐트와 코펠을 챙기기 위해 다시 계곡을 건넜다. 그리곤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3. 10여년의 시간이 흘렀다. 힘든 시간을 이겨 낸 소년은 대학 졸업반이 되었다. 소년의 이름은 김정우다. 이곳저곳에 이력서를 냈으나 연락조차도 없던 어느 날. 면접 통보를 받는다. 그리고 운명처럼 도서출판 풍문에 입사한다.

 

4. 소설의 중심에서 이야기를 채집하고 정리하는 위치에 있는 월간풍문은 문자 그대로 풍문을 따라 다니며 그 실체를 파악하는 일이 전문이다. 의외로 독자가 많다. 정기구독자에게만 배포한단다.

 

5. 정우는 입사 후 처음으로 취재에 동행하게 된다. ‘밤의 이야기꾼들이 그 대상이다. 꽤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는 모임은 매년 한 번씩, 같은 날 저녁에 멤버가 모여서 밤새 서로의 이야기를 듣는다.

 

6. 다섯 가지 이야기가 이어진다. 스토리를 털어놓으면 재미가 없다. 함축 시켜놓으면 몇 줄이면 될 이야기지만, 그 스토리의 배경은 등골이 선뜻하다가, 마음이 애잔해지다가, 혹시 내 마음에도 저런 마음이 들어와 있지 않을까? 돌아보게 한다.

 

7. 누군가 몹시 미운 사람이 있다. 지구상에서 사라져줬으면 싶을 때가 있다. 고등학생 때든가 유행했던 말이 하나 떠오른다. “요즘 귀신들은 뭐 먹고 사니? 저런 인간들 안 잡아먹고..” 그런데 작가가 그 소원을 들어준다. 난쟁이들이 나타나서 답삭 들고 가게 만들었다. 소설 속에서..그러니 착하게 살다가자.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질 수가 있다.

 

8. 문득 재작년인가 읽은 책 중에 벽은 알고 있다가 생각난다. 유태인 학살과 관련이 있다. 사람은 떠났으나 벽은 다 보고 듣고 기억한다는 스토리다. 불가피하게 살던 집(사서 내 집으로 만들고 싶었던)을 떠나 반지하방으로 이사 간 한 사내(가장)의 이야기는 집이라는 공간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결말은 섬뜩하지만.

 

9. 그 외의 이야기 모두 일단 재미있다. 나는 그렇게 읽었다. 작가의 상상력과 표현력, 구상력에 높은 점수를 준다. 한 편 등장인물들의 내면적 성향은 사실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녹아들어 있을 수도 있다. 단지 함량이 문제고, 겉으로 들어나지 않게 덮고 살 뿐이다.

 

10. 나른하고 따분한 일상에 뭔가 한 대 때려줬으면 하는 스토리가 필요하면 이 책이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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