冊 이야기 2014-178
『유니버설 랭귀지』박문호의 자연과학 세상 / (주)엑셈
1. 자연과학은 인간의 이성에 의해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방법으로 일반 원리를 추구해 나간다. 아울러 그 과정에 의해 얻어진 지식체계를 말한다. 이는 또한 여러 가지 구체적 사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현상을 통해 일반적인 원리를 이끌어내는 귀납법으로 연결된다.
2. 막스 셸러는 ‘철학적 인간학’을 제창했다. 철학적 인간학이란 의미상으로 볼 때 ‘인간에 관한 철학적 고찰’을 가리킨다. 철학과 과학을 하나의 사실로 매개로 해서 오늘날 새롭게 종합하려는 시도다.
3. 마치 막스 셸러의 제자들 같은 사람들을 만나본다. 박자세는 ‘박문호의 자연과학 세상’의 약칭이다. ‘박문호의 자연과학 세상’은 인간의 의식을 포함한 137억년 우주의 진화 자체를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학습단체이자 자연과학 문화운동단체이다.
4. 모임의 멘토인 박문호 박사는 지난 10 여 년 동안 자연과학 공부의 중요성과 즐거움을 대중화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 책은 지난 6년간 ‘137억년 우주의 진화’와 ‘특별한 뇌과학’ 강의를 중심으로 박자세 회원들과 함께 자연과학을 공부한 과정의 기록이다. 책의 대부분은 박자세에서 강의한 녹취록을 정리한 것이다. 회원들의 과학 공부 중의 느낌과 학습탐사 등 박자세 활동도 같이 구성했다. 각 장마다 참고 도서를 상당히 많이 추천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처음 5권을 강추 한다고 되어있다.
5. 자주 쓰는 표현이지만 책을 안 읽으면 읽을 만한 책이 눈에 안 띄고, 책을 꾸준히 읽다보면 읽어야 할 책들이 너무 많다. 이 책은 본 내용도 매우 충실하지만 추천 도서를 훑어보다 보니 독서욕구가 더욱 충만해진다. 물론 자연과학 관련 서적들이다. 올해는 연말까지 독서 계획이 꽉 차여져 있는 탓에 내년에는 자연과학 서적을 더욱 많이 읽어야겠다.
6. 책을 통해 보는 박자세 회원들의 공부 모습은 ‘무섭다’. 아주 매섭게 공부한다. 수강생은 중학생, 주부부터 자연과학 분야 70대 석학까지 전공이나 경력과 무관한 사람들이다. 단지 공통점은 배움에 대한 열정이다. 일반상대성 이론을 필두로 우주론, 천체물리학, 입자물리학, 양자역학, 지구시스템학, 암석학, 발생진화생물학, 유전체학, 분자세포생물학 등 자연과학 전체를 아울러 대학과정의 교과서로 공부하며 논문수준을 지향한다. 아마 중장년 기에 들어선 회원들 중엔 ‘내가 젊어서 이렇게 공부했으면 박사학위 몇 개를 땄겠다’고 하겠다.
7. ‘자연과학으로 본 인문학’ 챕터를 옮겨본다. ‘인간현상 또한 자연의 일부’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박자세에서 문태준 시인을 초청하여 강의를 들은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 후 박문호 교수가 리바이벌 강의를 했다. 문태준 시인이 언급한 시와 시인의 역할을 크게 세 가지로 본다. 착상 순간을 관리하라, 일상용어를 벗어나는 감각의 전환, 시인은 태초의 언어를 쓰는 사람 등이다.
8. 박교수는 이 세 가지를 뇌과학 측면에서 재해석한다. “착상의 순간은 고독함에서 나온다. 고독에는 생성의 에너지가 있기 때문이다. 침묵의 몸부림이다. 그리고 이것이 천진함으로 드러난다. 천진함은 연상의 에너지이기 때문이다.” 김현승 시인의 ‘절대고독’이 떠오른다. “언어는 우리를 일상에 매몰되게 해요. 시인은 일상에서 벗어나 날것의 이미지에 언어의 올가미를 던지는 사람들입니다.” “인간은 의미에 갇힌 존재입니다. 우주는 중력에 갇히고 동물은 감각에 갇히고 인간은 의미에 갇혀 있어요. 그때 의미란 인간이 언어를 쓰는 이상 피할 수 없는 형벌입니다. 그러니까 언어를 쓰기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야 하는데 그게 바로 어린아이들의 천진난만합니다.”
9. 자연과학에 관심이 많거나 공부를 하고 싶은 분들에게 강력 추천한다. 공부할 마음만 있으면 누구나 참여 할 수 있다는 박자세. 그들의 열공 이전에 그들을 그렇게 변화시켜 나가고 있는 박문호 교수의 지성과 열성에 힘찬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