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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성애를 말하다 - 이성애, 동성애, 양성애 그리고 사랑이 없는 무성애, 다시 쓰는 성의 심리학
앤서니 보개트 지음, 임옥희 옮김 / 레디셋고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冊 이야기 2014-177
『 무성애를 말하다 』 앤서니 보개트 / RSG(레디셋고)
1. 성애(性愛)라는 단어를 보면 마치 다 알고 있다는 표정을 짓는다. 더러는 ‘모르는 거 있으면 물어봐’ 하는 거만함도 보인다. 내가 다른 사람을 볼 때 그렇다는 이야기다. 입을 열어 말을 하지 않아도 내밀한 음성이 그렇게 들린다.
2. 이 책은 性으로 시작해서 性으로 끝난다. ‘다시 쓰는 性의 심리학’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성애(性愛)가 익숙하다 생각한다면, 앞에 無자가 하나 붙여보면 어떤가. 무성애(無性愛).
저자 앤서니 보개트는 캐나다의 나이아가라 지역에 있는 브록 대학교의 심리학과와 공중보건학과에서 인간의 성애에 관한 강의와 연구를 하고 있다고 소개된다.
3. 그런데 이 저자 참 딱하다. 저자의 연구는 대학교의 후원을 받고 있으며, 대부분의 학자들도 존중해주고 있지만, 그가 하는 일을 다소 무시하는 교수들도 있다. 어떤 사람들은 ‘인간의 성애’라는 과목에서 진행되어야 할 것에 농담을 던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당신의 소규모 세미나는 분명 끝내주겠죠!” 혹은 “당신 수업에는 체험 학습이 엄청 많겠네요!”와 같은 식이다. 그리고 대학의 예산을 삭감해야 하는 경우, 저자의 과목은 항상 0순위다.
4. 가벼운 농담거리로 저자의 연구 작업을 다루는 부류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학문적 가치에 대해 마치 종교적 깨달음을 얻은 듯 만족스러워 하는 노학자가 이런 말을 해서 김을 뺀다. “인생의 대부분을 섹스와 무관하게 산다. 그리고 우리 생각과 관심사의 대부분은 이 이상한 행위에 한정되지 않는다. 설령 그로 인해 구속받는다 치더라도 그것은 벌써 오래전 일이다. 그런데도 왜 우리가 성 문제 연구를 그토록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가?
5. 무성애(無性愛)는 무엇인가? 무성애는 성적 욕망을 지속적으로 느끼지 못하는 것을 의미하며 다음과 같은 4가지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성욕은 느끼지만 상대와 성관계를 원하지 않는 경우. -감정적으로는 끌리지만 성욕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 -성욕도 느끼고 감정적으로도 끌리지만 신체적인 성관계를 거부하는 경우. -성을 혐오하거나 관심을 갖지 않는 경우.
6. 저자는 위에 나열되는 항목들에 대해 여러 문헌과 역사적 인물, 실험적 연구 등을 통해 스터디 했다. 저자는 性이 늘 학문의 뒷전에 머물고 심지어 뒷 담화 수준까지 가는 것에 대해 불만이다. 과학적 중요성의 측면에서 성의 문제는 가장 심각한 과학적 난제들과 대등하거나 혹은 그 이상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성이 종 전체의 신비를 해결하는 실마리가 된다고도 한다. 우리의 성을 이해하는 것은 우리 자신을 이해하는 것과 같다는 이야기다.
7. 주제가 주제인 만큼 性에 관한 최근 국내 조사 한 건을 덧붙여보고 싶다. 우리나라에 '섹스리스(성관계가 없는)' 부부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행복한 성문화 센터에서 중년 여성 22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 달에 한 번도 성관계를 갖지 않는 부부가 26.8%에 달한다. 다른 조사(재혼전문 결혼정보회사 온리-유와 결혼정보업체 비에나래 공동)로전국의 재혼 희망 돌싱(이혼해 다시 혼자가 된 '돌아온 싱글'의 준말) 남녀 546명(남녀 각 273명)을 대상으로 '부부관계를 거의 갖지 않는 섹스리스 부부가 되는 이유'에 대한 설문결과를 보면 '부부관계를 거의 갖지 않는 섹스리스 부부가 되는 이유'에 대해 남성은 '신비감이 사라져서(32.6%)'와 '부부간에 큰 문제가 있고 나서(28.9%)를 각각 1,2위로 꼽았다. 여성의 생각도 거의 비슷했다. 다만 남성과 달리 '부부간에 큰 문제가 있고 나서(33.3%)'를 선택한 응답자가 가장 많았고 그 뒤가 '신비감이 사라져서(28.6%)'라고 답한 게 조금 달랐다. 그 다음으로는 남녀 똑같이 '만족감을 못 느껴서(남 22.3%, 여 21.2%)'와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남 12.1%, 여 13.9%)' 등을 섹스리스 부부의 원인으로 들었다.
8. 다시 책으로 돌아가서 저자를 만나본다. 저자는 무성애 또한 해결책이 필요한 진화론적인 수수께끼일 수 있다고 한다. 무성애 역시 오랜 세월에 걸쳐 유전적인 토대를 가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호르몬 분자를 받아들이고 활성화하는 세포를 분화시키는 안드로겐 수용체(AR)를 언급한다. AR유전자 변이는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하는 데에 영향을 미친다. 결국 무성애를 비롯해 동성애, 양성애 등도 기질적인 요인이 작용한다는 이야기다. 물론 저자는 이 책에서 이성애, 동성애, 양성애를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