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는 어떻게 개가 되었나 - 일러스트가 있는 과학 에세이
강석기 지음 / Mid(엠아이디)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이야기 2014-174

 

늑대는 어떻게 개가 되었나강석기 / MiD (엠아이디)

 

1. 책의 제목에 늑대가 등장한다. 그러다보니 진짜 늑대를 개처럼 키우던 한 사내가 생각난다. 저자도 인용 하고 있다. 마크 롤랜즈라는 젊은 철학자. 늑대와 함께 11년을 동거했다. 숲속에서가 아닌 시내에 있는 그의 집에서 말이다. 어느 날 필이 꽂히자 겁도 없이 거금을 들여 늑대를 사서 개처럼 끌고 다녔다(사실은 늑대한테 끌려 다닌 적이 더 많았다). 그 기록을 철학자와 늑대라는 책으로 남겼다. 마크 롤랜즈는 늑대와 함께 한 시간 속에서 크게 두 가지를 느낀다. 하나는 모든 생물은 타고난 존재가 아니라 환경 속에서 만들어진다는 체화된 인지론이다. 다른 하나는 동물권이다. 사람과 동물의 조화로운 미래를 희망하고 모색한다.

 

2. 초대 손님은 그만 보내고 리뷰 도서를 펼쳐본다. 타이틀인 늑대는 어떻게 개가 되었나는 저자가 이 책에 담은 50여개의 과학 에세이 중 하나의 제목이다. 다른 내용도 재미있고 충실하지만, 늑대 이야기가 우선 궁금하다. 개의 기원은 여러 설이 많다. 언제부터였나? 사람이 개를 키우기 시작한 것은? 개가 늑대의 후예라는 것과 대략 12,000년 전 부터라고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2011년 학술지 플로스 원에 실린 논문에 의하면 시베리아 알타이산맥 지역에서 개로 추정되는 뼈를 발견했는데 33,000년 전 것으로 확인됐다는 내용이다.

 

3. 33,000년 전이라는 스토리는 중국 동물학 연구소 연구진들이 재확인을 시켜준다. 늑대와 개의 게놈 분석을 통해 32,000년 전에 늑대와 개가 분리되었다는 이야기다. 한편 늑대와 개 사이의 유전적 차이를 분석하자 흥미로운 패턴이 나왔다. 3만여 년에 걸친 진화를 통해 개가 획득한 변이 가운데 상당수가 바로 사람이 유인원의 공통조상으로부터 갈라져 나오면서 얻은 변이와 같은 방향이었다는 것이다. 특히 신경계와 소화계, 대사과정, 질병에 관여하는 유전자의 변이에서 그런 특성이 보였다. 그나저나 절대로 늑대가 개가 되고 싶어 하진 않았을 것이다. 사람이 그리 만든 것이다. 늑대에게 어쩌다 개가 되었니 물으면 뭐라고 답할까? “우리가 뭐가 아쉬워서 개가 되었겠소

 

4. 화학과 분자생물학을 전공한 이 책의 저자 강석기는 깊이 있는 통찰력을 지닌 과학전문기자이다. 여러 곳에 과학 칼럼을 기고하면서 이미 과학 한잔 하실래요?, 사이언스 소믈리에, 과학을 취하다 과학에 취하다를 출간했고 옮긴 책으로는 반물질(모두 MiD 출간)이 있다.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애쓰고 노력하는 모습에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5. 책은 9파트로 편집되었다. 심리학 이야기를 시작으로 진화, 감각, 신경과학, 건강/의학, 과학사, 생물학, 물리학/화학 그리고 인류학 이야기가 이어진다. 타이틀만 보고 머리가 아파올지도 모르지만 내용은 그리 어렵지 않다. 아니 사실은 어렵다. 단지 저자가 쉽게 썼을 뿐이다.

 

6. ‘뇌에 힘 빼야 생각이 유연해진다.’ : 목에 힘을 빼는 것도 쉽지 않은데 뇌의 힘을 뺀다? 머리의 힘을 뺀다? 전전두엽 이야기가 펼쳐진다. 미국 펜실베이아대학 심리학과 샤론 톰슨-쉴 교수팀은 왼쪽 전전두엽의 활동이 인간의 유연한 사고를 억제한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유연한 사고란 말 그대로 틀에 박힌 즉 상식적인 사고를 벗어난 비상식적인 생각을 말한다. 여러 테스터와 연구 결과를 종합해서 내린 결론은 인간의 전전두엽의 발달은 사고의 성숙으로 이어지지만 그 반대급부로 생각의 유연성을 희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주위사람들을 너무 너무 피곤하게 하는 피하고 싶은 사람으로 일생을 마치느니 차라리 조금 느슨한 것 같아도 생각만 해도 마음이 편해지는 사람으로 남고 싶으면 전전두엽의 발달이 더디길 바라야 할 것이다.

 

7. 각 꼭지 글마다 해당되는 그림이나 사진과 함께 저자의 일러스트가 실려 있다. 잘 그린 그림은 아니지만 참 열심히 성실하게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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