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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주의 역사 - 마젤란에서 우주여행까지, 인류의 역사를 바꾼 모험들
조이스 E. 채플린 지음, 이경남 옮김 / 레디셋고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북리뷰 2014-147
『 세계 일주의 역사 』 조이스 채플린 / 레디셋고(RSG)
1. 어릴 적 「80일간의 세계 일주」를 읽고 꿈을 키웠다. 나도 한 바퀴 돌아야지. 그러나 한 바퀴는 커녕 몇 번 나가보지도 못했다. 요즘 여행서적이 눈에 자주 들어오는 것을 보면 떠나고 싶은 꿈이 계속 자라고 있는 모양이다.
2. 인간이 세계 일주를 시작한 것은 1519년으로 기록되어있다. 거의 50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전 지구 차원에서 이뤄진 인간 활동 중 가장 오래된 전통으로 기록된다. 세계 일주를 위한 개개인의 활동은 미미하게 느껴질지라도 그 에너지는 아무나 낼 수 없는 일이다.
3. 하버드 대학교의 미국사 교수인 지은이 조이스 E. 채플린은 범선을 타고 대서양 한복판에서 지내던 중 쥘 베른의 「80일간의 세계 일주」를 읽게 된다. 소설 속 주인공인 영국 신사 포그는 런던의 한 클럽에서 (그 당시)현재 수준의 여행수단이라면 80일 만에 세계 일주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4. 그리고 실제로 입증해 보이라는 클럽 회원들의 성화에 떠밀려, 런던을 떠나 여행길에 오른다. 때는 19세기 후반이었다. 다행히 증기기관이 있었고, 수에즈 운하가 개통되었고, 상업용 여행 서비스가 있었다. 이런 요인들이 1870년대에 80일 동안의 세계 일주를 가능하게 한 것이다.
5. 세계 일주에 대해 호기심이 왕성해진 지은이는 세계 일주를 다룬 역사서를 찾기 시작한다.
수많은 자료와 많은 시간의 노고를 쏟아 부은 결과가 이 책이다. 탐험과 세계일주는 차원이 다르다. 지구를 한 바퀴 도는 여행은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세계 일주는 흔한 일도 아니고 아무나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어떤 여행도 어떤 경험도 지구를 통째로 한 바퀴 도는 경우는 드물다. 세계 일주는 시간과 공간과 죽음, 세 가지 방법으로 측량되는 지구만의 특별한 것이다.”
6.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지구가 아무렇지도 않게 우리를 내칠 수 있다는 ‘두려움’, 우리가 지구를 지배할 수 있는 기술과 정치적 연합체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꾸준한 ‘자신감’, 그러나 그렇게 하는 것이 과연 현명한 것인가 하는 ‘의구심’이다.
7. 고대 전설에 등장하는 모험가들부터 소개된다. 태평양의 카울루, 지중해의 오디세우스, 7대양의 신드바드, 중국의 손오공 등. 실제 상황은 페르디난드 마젤란이 첫 테이프를 끊는다. 그러나 마젤란은 세계를 일주하지도 못했고, 일주할 생각도 없었다. 그의 목표는 오직 향신료의 땅을 찾는 것이다.
8. “세계 일주는 전쟁을 방불케 하는 사망률이라는 대가를 치러야만 해낼 수 있는 일이었다. 결국 세계 일주는 지구와의 전쟁이었다.” 아쉬운 것은 여러 장의 세계 일주 지도가 나오는데 단 하나도 우리나라를 거쳐 간 세계일주자가 없다. 일본은 거쳐 간 흔적이 보인다. 그나마 한국에 대한 자료가 나와서 체면 유지는 된다. “한국은 1896년에 민영환(閔泳煥)이 러시아 특별대사로 임명되며 세계 일주 클럽에 합류했다. 한국 전쟁이 끝나고 6년이 지난 1959년이 되어서야 출판된 민영환의 여행기 《해천추범 海天秋帆》은 서구식 측량과 시간 산정 방식을 전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파리의 정오는 우리 서울의 저녁 8시 15분과 같다. 영국 런던의 0시 11분은 청나라 베이징의 오후 6시 16분에 해당한다. 아시아와 아메리카는 앞뒤로 붙어 있어서 낮과 밤이 서로 반대가 된다.’”
9. 무엇이 그들을 세계 일주의 여정에 오르게 했는지 잘 모르겠다. 물론 각기 목적이 있긴 했다. 대부분이 세계 일주 명예의 전당에 오르고 싶었던 마음이 컸으리라 짐작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대단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으로 꽉 찬다. 그러나 혼자 가는 것이 아닌지라 이런저런 관계로 함께 움직인 사람들은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그들의 희생은 묻히고 맨 앞에 이름을 적었던 당사자만 기억하는 현실이 마땅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