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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혼자가 되었나 - 시스템이 붕괴된 한국 사회의 아찔함을 읽다
이정국.임지선.이경미 지음 / 레디셋고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북리뷰 2014-145
『 왜 우리는 혼자가 되었나 』 이정국 외 / 레디셋고(RSG)
1, ‘혼자’라는 생각과 현실은 참으로 위험하다. 무슨 짓을 저지르게 될지 모른다. 어떤 상황에 처하게 될지 모른다. 건강한 ‘혼자’도 있긴 하지만, 이야기 하고자 하는 ‘혼자’에 비하면 사치스럽다.
2. 일간지를 비롯해 대부분의 매체에는 칼럼 및 독자투고가 실리는 ‘오피니언 면’이 있다. 각계각층의 다양한 여론을 보여 주는 지면이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대체적으로 좋은 글들이고 생각할 거리가 되긴 하나 가진 자들의 여유로운 한담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독자투고 또한 마찬가지다. 신문사 측에선 공연히 ‘긁어 부스럼’이 될 만한 예민한 사항은 아예 싣지도 않는다.
3. 2011년 초, 〈한겨레〉 기자들은 오피니언 면을 개편하면서 상식적인 의문을 갖는다. ‘신문에 기고를 보낼 수조차 없는 이들의 목소리는 어떻게 담을 것인가?’ 기자들은 그런 사람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이를 있는 그대로 전달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참 고맙다.
4. 신문사에 기고를 보낼 수도 없을 만큼 소외된 이들의 일상은 하루하루가 절박하다. 하지만 이들의 한숨은 나의 한숨이 될 수도 있다. 그 한숨 속에서 나의 가족, 친지, 친구를 찾을 수도 있다. ‘낮은 목소리’가 오히려 오래간다. 힘이 더 들어가 있다. 그만큼 생에 대한 애착도 꿈도 희망도 높을 수밖에 없다. 좌절감이 쉽게 찾아오는 것이 큰 문제이긴 하다.
5. 책은 3부로 나누어있다. ‘일하는 손은 외롭다- 소외된 노동’, ‘삶이 아픈 사람들 - 인간답게 살고 싶다’, ‘뒤돌아보면 - 희망을 꿈꾸는 사람들’.
6. 괴로워도 웃는 사람들 ‘감정노동자’, 자식들에게 차마 아빠의 직업을 이야기 못하지만 짐작으로 알고 있는 아빠의 직업은 ‘정화(조)노동자’, 언젠간 정규직으로 바뀔 것 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사는 희망고문의 희생자 ‘인턴사원’, 유산으로 하혈을 계속하는 상황에서도 고객을 향해 웃어야 하는 임산부, 거대 방송국의 횡포에 눈물이 마를 날 없는 어머니와 아이들, 여름 수해 때 죽음의 문턱에서 화장실 변기를 밟고 가까스로 탈출했던 지하 거주자 등.
7. 학교뿐만 아니라 직장 내 왕따 사례 또한 심각하다. 최근 한 취업 포털의 설문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 2975명 가운데 45%가 “직장 내 왕따가 있다”고 답했다. 왕따 문제가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고 답한 사람도 61%에 달했다.
8. 왕따를 당하는 이유도 다양하다. 개인적인 요인과 외부적인 요인으로 나뉘는데, 내성적이고 원칙을 중시하는 성향의 사람들이 왕따를 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그리고 조직의 특성 탓에 왕따를 당하는 경우도 있다.
9. 우리 사회는 노멀(정상)의 범주가 너무 좁다는 평가도 있다. 서구 기준에선 전혀 문제가 없는 성격임에도 한국의 조직 문화에서 왕따가 되는 경우가 많다. 직장 내 왕따는 아이들의 세계에서처럼 노골적, 집단적 폭력이 아닌 은근한 따돌림(은따)가 많다는 특징이 있다.
10. 더불어 살아가야 사람이다. 사람 인(人) 자는 서로 기대고 의지하고 있는 모습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일이다. 마음이 아프다. 우리 모두 마음을 모아 풀어가야 할 숙제다. 이 책에 등장하는 나의 이웃들에 비하면 나는 너무 과분한 삶을 살고 있다. 그리고 책의 제목을 이렇게 바꾸고 싶다. 「왜 우리는 우리의 이웃들을 혼자 두고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