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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 - 생명진화의 숨은 고리
박성웅 외 지음 / Mid(엠아이디)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기생(寄生)』 박성웅. 서민. 정준호 외 / MiD (엠아이디)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4/0617/pimg_7244541731023195.jpg)
1. 생물체가 그 생명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공통적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광범위하게 적용하다보면 예외가 있을 수 있으나 물과 공기가 빠지지 않을 것이다. 어려운 삶의 터전에서 생명력을 이어가는 아프리카인들의 실상을 접해주는 프로그램이나 소식을 접할 때마다 같은 인간으로서 미안함을 느낀다. 너무 잘 먹고 잘 살고 있어서 미안하다. 우선 그들에겐 물이 귀하다. 지하자원은 풍부할지 몰라도 사람이 먹을 만한 지하수조차 자신들의 힘으로는 엄두를 못 내고 있다.
2. 그런 실정이다 보니 맑은 물, 먹어도 괜찮은 물을 먹는 것이 쉽지 않다. 조금 사정이 괜찮은 곳에서도 밤에 전기가 들어오면 다행이고, 아침에 눈을 떠서 수도꼭지를 틀었을 때 물이 나오면 행복이다. 현지 실정을 눈으로 보면서 가장 마음이 아프고 편치 않은 것은 그들의 발에서 스파게티같이 기다란 것이 꼬물꼬물 기어 나오는 것이다. 피부가 까만지라 흰빛에 가까운 그 생명체가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3. 그 꼬물꼬물의 정체는 ‘메디나충’이다. 이 메디나충은 그 역사와 전통이 오래 되었다. 기원전 1500년경 것으로 추정되는 이집트의 에버스 파피루스에도 실려 있다. 구약성서에도 등장한다. ‘불뱀’이 곧 메디나충을 가리킨다는 것이 학자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4. 상당수 아프리카인들이 어쩔 수 없이 마시는 물들은 탁하다. 거의 흙탕물 수준이다. 메디나충의 중간 숙주는 물벼룩이다. 길이 2밀리미터 정도의 물벼룩은 물이 깨끗하면 안 보이지만 흙탕물이면 절대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런데 이들(메디나충)이 그들의 생존을 위해 잔머리를 굴린다는 것에 기가 막힌다. 아니 잔머리 정도가 아니라 지능적이다. 암컷은 사람 몸에서 새끼를 만드는 일에 올인 한다. 유충들을 내보내기 위해 배 근처에 잠복해 있다가 아래로 내려와 복숭아뼈 근처나 발등 부위에서 머리를 내민다. 그리고 그 발은 열불이 난다. 왜? 그래야 감염자가 물에 발을 담그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때 물에다 자신의 새끼들을 마구 쏟아 놓는다.
5. 다짜고짜 메디나충 이야기를 늘어놓아서 속이 거북하다는 반응도 감지된다. 어쩔 수 없다. 이 책은 기생, 기생충이야기로 충만하다. EBS 다큐멘터리 〈기생(寄生), PARASITE〉 팀이라고 할 수 있는 PD와 제작진, 기생충학자들이 TV에서 못 다한 이야기를 쏟아놓았다.
6. 첫 장에선 기생충이란 무엇인가를 다룬다. 기생충의 정의, 기생생활의 시작, 기생충과 진화의 역사, 기생충학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두 번째 장에선 기생충이 숙주에게 미치는 영향을 자세한 예를 들어 설명해주고 있다. 특히 메디나충처럼 지능적으로 숙주를 조종하는 연가시나 기생 따개비 등이 등장한다. 세 번째 장에선 기생충과 숙주의 경쟁이 펼쳐진다. 네 번째는 기생충과 인간의 대결, 그리고 동반자로서의 공존까지 살펴본다.
7. 기생충에서 ‘충’자만 떨어져 나와도 분위기가 달라진다. 그렇다면 ‘기생’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기생은 가장 보편적인 생활방식이다. 바이러스부터 박테리아 같은 원핵생물, 식물, 곤충, 조류까지 우리가 분류해 놓은 생물군의 거의 모든 생물들에서 기생생활은 독립적으로 여러 번 반복적으로 발생해왔다. 어찌 보면 세상에서 가장 보편적인 생활방식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다. 생태계 내 생물 전체의 40% 이상이 기생생활로 이어져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비록 다른 생물을 착취하며 살아가는 생활이 기생생활이기는 하지만 생물 간의 관계를 강화시키고, 그 층을 더욱 두텁게 만들어주는 것이 기생생물인 셈이다. 거대 생태계로 나가지 않고 사람의 체내만 보더라도 기생충은 우리 몸 생태계를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8. 국내는 물론 국외에서도 전혀 제작된 적이 없는 기생충 관련 다큐멘터리를 태동시킨 박성웅 PD의 촬영 뒷이야기가 진솔하다. 특히 생명체의 순환과 그 연결 고리에 관심이 많은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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