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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드 - 빅뱅 직전의 우주
프랭크 클로우스 지음, 이충환 옮김 / Mid(엠아이디)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1. 이 책의 원제 『The Void』에서 ‘void’는 무슨 뜻인가? ‘(커다란) 빈 공간, 공동(空洞)’을 의미하는 void는 (우주)공간을 표현하는 적절한 말이기도 하다. 이 책은 빈(우주)공간, 무(無), 진공의 정체를 알아내려고 노력해온 인류의 역사를 담고 있다. 고대 철학자들이 무와 진공에 대해 어떤 관념을 갖고 있었는지 현대물리학에선 이를 어떻게 풀어나가고 있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2. 양자역학의 불확정성 원리에 따르면, 텅 비어 있는 것이 진공이 아니다. 그곳엔 에너지, 입자, 장(場)으로 채워져 있다. 진공 상태에서 전자와 양전자(반전자)와 같은 가상 입자들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이를 ‘양자요동’이라고 한다.
3. 다시 무(無)를 이야기해보자. 첫 장은 ‘무(無)에 대한 야단법석’으로 시작한다. 무에 대한 초창기의 생각에서 공기, 진공, 공기압과 함께 파스칼이 등장한다.
4. 그 다음엔 ‘원자’, ‘공간’, ‘파동’, ‘빛’, ‘양자세계’, ‘우주’로 이어진다. 지은이의 말을 들어본다. “ 죽음에 이르러 숨이 멎으면 의식이 사라진다. 그렇지만 결코 시작되지도 않을 DNA 조합들에게 의식이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의식이 어떻게 생겨나고 사라지는지를 이해하기란 우주의 물질이 어떻게 무(無)로부터 생겨났는지를 이해하는 것만큼 어렵다. 창조는 있었을까, 아니면 항상 무언가 존재했던 것일까? 무가 있다는 것을 알 만한 존재가 전혀 없다면, 무가 존재하기나 할 수 있을까? 이 난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나는 진정한 깨우침 또는 정신 이상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꼈다. 우주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학자로서 몇 년을 보낸 뒤에야 나는 그 질문들로 되돌아가 어떤 답들이 있는지 알아내기 위한 여행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 결과가 이 작은 책이다.”
5. 지은이는 겸손하게 작은 책이라고 했지만 결코 작은 책이 아니다. 우주가 그리 만만한 공간이 아니라는 것은 아이들도 잘 안다. 기원전 600년경 탈레스는 무(No-thing)의 존재를 부인했다. 무언가가 무로부터 생겨날 수 없고, 사물들이 무로 사라질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자신의 원리를 전체 우주에까지 적용해 우주가 무로부터 나왔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6. 17세기에 들어서 로버트 훅은 소리가 진공을 통과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뉴턴은 자연 현상을 물질에서 입자들의 운동으로 설명하던 역학 철학자였다. 이 때문에 그는 처음으로 빛을 ‘한바탕의 미립자들’이라고 불렀다. 이는 요즘 언어로 ‘광자’라 부른다. 과학의 역사는 반증의 역사이기도 하다. 18세기에 스위스 수학자, 물리학자인 레온하르트 오일러는 빛에 대한 뉴턴의 미립자설을 거부했고, 광학 현상을 에테르 유체에서의 진동으로 설명했다.
7. 아인슈타인은 전자기복사, 즉 빛이 관련된 사고 실험에 의해 자신의 특수상대성이론을 창출했다. 그는 특수 상대성이론의 뒤를 이어 중력에 대해서도 똑같은 작업을 했다. 이를 통해 일반상대성이론에 도달하게 된다. 아인슈타인의 통찰력은 자유 낙하 중인 물체의 경우 중력이 사실상 ‘꺼진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찾아왔다. 이는 물체에 작용하는 알짜힘이 전혀 없고 이런 이유로 그것이 일정한 속도로 움직인다는 뜻이다.
8. 창세기를 보면 땅은 ‘어둠이 심연을 덮은’ 상태였다. ‘깊음 위에 어둠’이라고도 표현된다. 다른 경전에는 ‘어둠이 어둠에 의해 감추어져 있다’고도 한다. 호킹과 하틀은 복잡한 이론으로 우주의 존재를 증명하려 했지만 우주는 시작도 팽창도 없는 공간으로 마무리된다. 즉 우주는 단순히 존재하는 것이다. 지은이는 머리 아픈 빅뱅 이야기를 비교적 쉬운 용어와 이해력을 돕는 설명으로 풀어주고 있다. 아니 전체적인 이야기가 칼럼을 읽듯이 매끄럽다. 우주를 아는 것은 ‘나’를 이해하고 보듬어주는 과정이기도 하다. 나를 이해하지 못하고 당신을 알 수 없다. 당신을 모른다면 우주는 더할 나위 없이 먼 그대 일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우주의 모습에도 관심을 가져야한다.
9. 이 책의 지은이 프랭크 클로우스는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물리학 교수이자 엑시터칼리지의 선임연구원으로 대영제국4등훈장수훈자다. 영국과학진흥협외 부회장, 러더퍼드애플턴연구소 이론물리학분과 책임자, CERN의 커뮤니케이션, 대중교육 책임자를 지냈다. 물리학 대중화에 기여한 공로로 1996년 물리학연구소가 수여하는 캘빈 메달을 받았다. 2007년에는 영국 미디어에서 비전문가를 위한 탁월한 과학 글쓰기 공로로 신젠타 상을 수상했다. 『The New Cosmic Onion』 외 여러 권의 저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