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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공부 - 2500년 인문고전에서 찾은
조윤제 지음 / 흐름출판 / 2014년 3월
평점 :
1. 말을 잘 한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상대방이 알아듣기 쉽게? 설득력 있게? 같은 말이지만 조리 있게? 그렇다면 말만 잘 한다는 것은? 한 글자 차이지만 그 거리는 무척 멀다. 누구나 선하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만큼 말을 잘하고 사는 것도 복이다.
2. ‘대화에는 격이 있어야 하고 말에도 공부가 필요하다’는 부제가 붙어 있는 2500년 인문고전에서 찾은 『말공부』시간을 가져본다. ‘내면의 힘이 말의 힘이 되고, 내면의 충실함이 말의 충실함이 됩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말을 기술로 배우려 하기 때문에 실패합니다. 말은 곧 그 사람인 바, 말에도 공부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3. 이 책에는 지은이가 《논어》, 《맹자》, 《장자》등의 철학서, 《사기》, 《십팔사략》, 《전국책》등의 역사서, 《설원》, 《세설신어》등의 설화집을 비롯한 수십 권의 고전에서 찾아낸 명 대화들이 담겨 있다. 어떤 때는 촌철살인으로, 어떤 때는 이심전심으로, 언중유골로, 언어유희 등으로 보여주는 역사적 인물들의 말을 통해 진정한 말의 지혜와 내공을 들여다보고 있다.
4. 촌철살인(寸鐵殺人) 단 한마디로 끝내라 : 공자가 광나라 땅에서 위험한 일을 당했을 때, 가장 아끼던 제자 안연이 사라졌다가 한참 후에 나타났다. 공자는 혹시 제자에게 무슨 일이 있지 않을까 염려하여 안절부절 못하다가 제자를 보고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말했다. “나는 네가 죽은 줄 알았다.” 그러자 안연이 대답했다. “스승님이 계신데 어찌 제가 감히 죽겠습니까?” - 《논어》선진편. 사제지간의 정이 듬뿍 묻어나는 이야기다. 지은이는 이렇게 덧붙인다. “상대의 말과 함께 상대의 심중에 담긴 의미까지 제대로 읽고서 자신의 마음속의 말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동감이다.
5. 지피지기(知彼知己) 나를 알고 상대를 알면 백 번 대화해도 위태롭지 않다 : 어떤 문제에 대해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난 후에도 주위 사람들에게 아직 결정을 못 내린 듯 물어보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의 성품은 누가 뭐라 한다고 들을 사람이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조언을 해줘야 할까? 나 같은 경우는 그 사람이 어떤 결정을 내렸을 것이라는 추측을 한 후 조심스럽게 그 방법이 낫지 않을까? 한다. 그러나 반대 경우의 답변도 그 사람에겐 별다른 영향을 안 준다. 그러니까 뭐라고 답을 하던 상관이 없다는 이야기다. 이미 답은 나와 있다.
6. 이류이추 (以類而推) 비유와 인용을 활용한다. : 공자는 길을 가다가 새 잡는 사람을 만난다. 그런데 유심히 들여다보니 모두 어린 새끼들만 잡았다. 그래서 그 이 유를 묻자, ‘큰 새는 경험이 많아서 위기에 곧잘 대처하므로 잡기가 어렵고 어린 새들은 경험이 없고 먹이에 집착하기 때문에 잡기 쉽다.’ 고 새 사냥꾼이 답했다. 공자는 그 이치가 인간사의 이치와 일맥상통하는 것을 알고 제자들에게 가르침을 준다. 그나저나 새끼 새들은 잡아서 무엇에 쓰려고? 에구 불쌍한 녀석들.
7. 선행후언 (先行後言) 먼저 실천하고 그 다음에 말하라 : 말만 앞서는 사람은 여러모로 힘들다. 이미 그 진면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한비자》에 나오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증자의 아내가 시장을 갈 때 아들이 따라오면서 울자 달래며 말했다. “집으로 돌아가면 시장 갔다 와서 돼지를 잡아줄게.” 아들은 신이 나서 집으로 돌아갔고, 아내는 시장을 잘 보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자 증자가 돼지를 잡으려고 했고, 아내가 말렸다. “아이를 달래려고 장난으로 한 말인데 진짜 돼지를 잡아요?” 증자가 대답했다. “아이는 장난으로 말할 상대가 아니요. 아이는 아는 것이 없기 때문에 부모가 하는 대로 배우고 가르침을 받는데, 지금 아이를 속이면 아이에게 거짓말을 가르치는 것과 다름이 없소. 어미가 자식을 속이면 아이는 어미를 믿지 않게 되므로 올바른 가르침이 아니요.”
8. 이 책의 지은이 조윤제는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 삼성전자 마케팅실에서 근무했고, 문구유통기업의 대표를 역임했다. 이후 출판계로 진출하여 《노빈손》시리즈로 유명한 뜨인돌 출판사의 부사장으로 일했고, 현재는 기획과 번역을 하며 집필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지은이의 첫 책 《인문으로 통찰하고 감성으로 통합하라》는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출판계에 몸담으면서 다양한 분야의 책을 열정적으로 탐독했고, 특히 《논어》, 《맹자》, 《사기》등을 비롯한 동양고전 100여 권을 원전으로 읽으면서 문리가 트이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동양 고전이야말로 오늘을 읽고 미래를 전망할 수 있는 살아 숨 쉬는 지혜의 보고임을 깨닫고 그것을 제대로 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