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후기 한문학과 지식인
김승룡 지음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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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고려 시대를 읽는 시각의 모색〉이란 제목 아래 모두 아홉 편의 글이 실려 있다. 가문, 국가, 민족, 인문, 고전, 경계. 여성, 가난 미학 등을 키워드로 고려를 읽을 수 있는 시각을 모색한 궤적들이다.

 

2. 2부는 〈연구사적 성찰과 방법적 원간섭기〉라는 주제로 고려 후기 지식인들에 대한 연구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그로부터 새로운 논의의 거점으로 ‘원간섭기’를 추출한 뒤, 이 시기에 활동했던 분들, 즉 이장용, 이승휴, 천책과 백련결사 참여자들, 청주 곽씨 등의 문학세계를 조망한 글 등 모두 여섯 편이 담겨 있다.

 

3. 저자는 고려 후기 한문학을 공부해 온 사람들은 큰 빚을 하나 안고 있다고 한다. 1970년대 이래로 조선의 건국 세력을 모델로 해 설정된 이른바 ‘신훙사대부론’이 그것이다.

 

4. 신흥사대부론은 사상적으론 중세 문명의 새로운 이념으로 등장한 신유학, 계층적으론 민중의 현실을 이해하는 중소지주 출신의 지식인, 대외적으론 반원친명을 내건 자주적 민족적 기치 등을 그 핵심 원리로 갖고 있다.

 

5. 국가 항목에서 〈동명왕편〉의 서사시적 특질과 국가의식을 통해 〈동명왕편(東明王篇)〉의 형식이 시(詩)와 자주(自註)라는 특이한 모습을 갖고 있는데 의문을 갖는다. 서사기적 상상력과 주(註)의 진지성이 결합해 허구가 역사로 기억되었다고 하면서, 역사적 제재를 통한 집권 통치층에 대한 비판의식, 즉 국가의식이 표출되었다는 의견이다.

 

 

 

 

 

6. 이규보의 〈동명왕편(東明王篇)〉은 우리 문학사에서 민족서사시 형식으로 나타난 최초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일찍부터 주목되어왔다. 주제는 민족 영웅의 과거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규보의 개인적인 처지(24세 때 부친의 사망 후 그 충격을 벗어나기 위해 천마산에 우거하며 스스로 백운거사라 부르면서 자연을 벗 삼아 시를 짓기도 함)로 말미암아 개인적 지평에서 현실 문제를 바라보았다는 한계점이 있다는 점을 피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동명왕편(東明王篇)〉이 지닌 문학사적 가치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7. 인문 및 고전 항목에선 최자의 보한집(補閑集)이 등장한다. 보한집은 문학사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 이유는 고려 중기 이후엔 성리학의 도입과 의식적이든 그렇지 않든 유형, 무형의 관련을 맺는다는 점에서 그렇다. 최한의 보한집이 쓰인 동기는 이인로의 파한집(破閑集)이 한몫을 한다. 최자는 보한집의 내용이 그리 넓지 않다고 생각했다. 더 보완해서 탄생한 것이 보한집(補閑集)이다.

 

8. 고려 후기 ‘가난’이란 화두에 시선이 머문다. 그 시절 선조들은 이를 마음에서 어떻게 풀어냈을까? 저자는 ‘가난’자체에 대한 경제학적 실증이 아니라 고려 후기 한시에 ‘가난’이라는 키워드가 담긴 시선들을 돌아보며 이를 다시 그려내고 있다. 가난에 대한 정의는 다소 다를 수 있겠지만, 일본의 경제학자 가와카미 하지메는 가난을 세 가지로 나눈다. 첫째, 가난은 단지 부자에 비해 가난하다는 것(경제상의 불평등). 둘째, 구휼의 개념(경제상의 의존). 셋째, 생필품을 향유하지 못한다는 의미(경제상의 결핍)로 받아들인다. 고려 후기의 한시에서 주로 경제상의 불평등이 정치적, 사회적, 불평등, 혹은 불우한 처지에 대한 안타까움, 서운함, 비분강개, 우울함으로 표현되고 있다.

 

9. 지식인층의 시각에선 착취와 빈곤에 허덕이는 일반 백성에 대한 안타까움, 정치적 지위 박탈로 인한 경제적 토대의 몰락과 그로 인한 개인적 불우에 대한 한탄, 아쉬움, 자조 등으로 나타나고 있음에 주목하고 있다.

 

10. 책의 제목은 ‘고려 후기 한문학과 지식인’으로 설정되어 있지만, 고려 시대를 읽는 여러 시각을 통해 학문적, 민중적 상황과 여러 작가들의 작품 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을 갖게 되었다. 저자 김승룡은 국어국문학과 한문학을 전공했다. 저자에게 고려(高麗)는 학문의 길을 걸어가도록 이끈 하나의 화두였다고 한다. 저서로 《한국 한문학 연구의 새 지평》 , 《고전의 힘》 , 《 옛글에서 다시 찾은 사람의 향기》 외 다수가 있다. 북경대학교 초빙교수를 두 차례 지냈고, 현재 부산대학교 한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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