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을 보았다 - 분노할 것인가, 침묵할 것인가
이얼 프레스 지음, 이경식 옮김 / 흐름출판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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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할 수 있는 용기

 

1. 고문기술자나 나치 전범들의 변명은 한결같다. 국가를 위해서 한 일이다. 대의(大義)를 따랐을 뿐이다. 명령에 복종했을 따름이다. 그리고 이렇게 마무리 한다. 나도 희생자다. 그러나 이들이 간과(看過)한 사실이 있다. 인간으로서의 심성을 감추고 야수성만 드러낸 행위를 하기 이전에 그가 행하고자 하는 일이 해도 될 만한 일인가를 차분하고 냉정하게 판단했어야 했다. 거부할 수 있는 용기가 일어나야 했다.

 

2. 데이비드 흄은 유사한 사건들이 지속적으로, 규칙적으로 연달아 일어나는 사실을 관찰하면서(특히 되풀이 되어선 안 되는 일들)인간의 행위에는 모든 민족과 세대에 두로 적용되는 제일성이 있다고 했다. 이러한 인간의 변하지 않는 보편적인 본성을 발견하는 데에는 당연히 역사가 주로 많이 이용된다. 역사는 온갖 다양한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여러 정황에서 묘사해주고, 우리 자신을 잘 돌아보고 인간의 행동과 행위의 규칙적인 발생 원천을 알 수 있도록 해주는 자료를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이런 자료가 되는 기록들이나 전쟁들, 음모들, 파벌 싸움들, 혁명들은 아주 많은 경험의 집적물들이다. 이것들을 토대로 정치가나 도덕철학자는 자신의 학문의 원리들을 확정한다. 이것은 물리학자나 자연철학자가 실험에 의해 행성이나 광물들, 그리고 기타 외적인 대상들을 고찰하고 그것으로부터 그것들의 본성을 알게 되는 것과 동일한 방식을 따른 것이다.

 

 

 

3. 이 책의 저자 이얼 프레스는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탐사보도 전문기자라고 소개된다. 1977년 〈프로그레시브 The Progressive〉기자로 일할 당시, 인도네시아의 독재자 수하르토의 자국민 인권 탄압에도 불구하고 군사 지원을 도모한 미국 정부를 폭로한 기사로 사회정의보도 부문에 수여하는 제임스 아론슨 상을 받았다. 2011년에는 ‘뉴 아메리카 재단’이 사회 주요 현안에 대해 참신하고 탁월한 관점을 제안한 기자에게 수여하는 ‘버나드 슈워츠 연구기금’을 받았다. 이 책 《양심을 보았다 Beautiful Souls》에선 무관심과 비겁함이 존재하는 사회의 이면을 들여다보며, 평범한 사람들이 왜 관습을 깨고 권위에 저항하게 되었는지를 추적함으로서 출간 직후 수많은 언론의 찬사를 받았다.

 

4. “이 책은 광포한 집단의 획일성에 반대하는 사람들에 관한 내용이다. 도덕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행위를 강요받을 때, 어째서 어떤 사람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아니오’ 라고 말하는 초월적인 행동을 하는지, 수수께끼와도 같은 질문의 해답을 찾아나가는 내용이다.”

 

5. 저자는 어떤 사람들이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고 저항하도록 용기를 불어넣은 계기가 무엇인지 이해하기 위해, 실제로 그런 행동을 한 사람들을 직접 만나 그 사람들이 살아온 삶의 모습들을 가능한 한 구체적으로 많이 알아보기로 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이 책에 담겨있다. 이미 고인이 된 사람은 그 사람의 가족 또는 주변 인물들과 배경이 되는 장소를 방문하고 여러 자료들을 충분히 검토하면서 치우침 없는 시각으로 그들의 모습을 그려주고 있다.

 

6. 네 명의 거부자들이 주인공이다. 1장은 어느 경찰관의 이야기다. 이 경찰관은 1938년에 자기가 당연히 집행해야 했던 법을 의도적으로 어기는 행위를 했다. 당시에는 전 세계의 모든 국가들이, 그 경찰관과 같은 수많은 법 집행자들로 하여금 자기에게 주어진 직무를 다하는 것과 무고한 사람들을 구제하는 것(목숨을 살리는 것) 사이에서 선택을 하게 만들었다.

 

7. 2장에선 그로부터 약 50년쯤 지난 뒤 발칸반도에서 벌어진 이야기를 전해준다. 1990년대 초 유고슬라비아를 둘로 쪼개는 인종적, 민족적 분열이 일어났을 때, 그 경계를 초월하여 행동했던 한 세르비아인의 이야기다. 3장에선 거부자의 저항이 보다 공개적으로 드러난다. 이스라엘 최정예 특수부대 대원이 이스라엘 군대가 점령한 이른바 점령지 근무를 하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것이다. 마지막 4장에선 자기가 팔아야 하는 금융상품이 고객들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고 판단해 그 상품의 판매를 거부한 투자 전문가의 이야기를 다룬다.

 

8. “만일 내가 명령을 거역해야 하는 어떤 상황에 처한다면, 신을 거역하면서 인간과 함께 있기보다는 인간을 거역하면서 신과 함께 있겠다.” 마음에 깊이 담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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