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9세기 의학에서 환자 치료에 축복이 되는 중요한 발전이라면 좋은 간호이다. 좋은 간호는 환자를 위해서는 물론 그 환자를 치료하는 책임이 있는 의사를 위해서도 대단히 중요하다. 환자가 적절한 간호를 받으면 회복될 가능성이 더 많아지며 전문적인 간호가 결여되면 환자의 생명에도 위협을 받을 수 있다.
2. 환자를 잘 돌보는 비결은 환자를 ‘위하며’ 돌보는 것이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현 의료시스템에서 과연 그렇게 행하고 있는가? 질문을 던져본다. 돌보는 것(care)보다 관리(control)이 치중하는 현실이다.
3. 이 책의 원제 역시 신의 호텔(God's Hotel)이다. ‘영혼과 심장이 있는 병원, 라구라 혼다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여러 곳에서 2012년 ‘최고의 논픽션’으로 선정되었다.
4. 저자 빅토리아 스위트는 캘리포니아 대학교 샌프란시스코 캠퍼스 의대 임상부교수이자 역사학자다. 미국 최후의 빈민구호소로 불리는 라구나 혼다 병원에서 내과의사로 일했다. 처음에는 두 달간 머무를 예정이었지만, 가루나 혼다가 지향하는 인간 중심적 진료, 충분한 시간을 들여 환자의 몸과 마음을 돌보는 ‘느린 의학’에 매료되어 20여 년간 헌신적으로 일했다.
5. 저자는 책 서두에 첫 부검을 집도했던 장면을 그리고 있다. 심한 기관지염이 동반된 만성 폐쇄성 폐질환을 앓고 있던 베이커씨는 공교롭게도 저자가 처음 진료한 환자였다. 그 사체를 내려다보면서 복잡한 심정이 일어난다. 무언가가 비어 있었다. 그것은 ‘스피리투스(spiritus)' 또는 ’아니마(anima)', ‘영혼(soul)'이었다. 여기서 아니마는 단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다. 아니마는 육신에 생기를 불어넣는 보이지 않는 힘을 말한다. 영적 에너지라고 부르기도 한다. 중세의학에선 쉽게 볼 수 있는 단어들이지만 현대화된 의학에선 소외당하고 있다. 저자가 의사로서 새로운 관점으로 환자를 보게 된 계기가 아마 이 때였을 것이다.
6. “처음 라구나 혼다 병원이 눈에 들어온 순간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수련을 받는 동안 이 병원에 환자를 입원시킨 경우가 가끔 있었지만, 이 도시에서 근무하는 대부분의 의사와 마찬가지로 나도 이 병원을 직접 방문해 본 적은 없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먼지투성이 산업지구의 콘크리트 주차건물 같은 병원에 환자들이 층층이 쌓여있는 모습을 상상했다. 하지만 정문 수위실을 지나 안으로 차를 몰고 들어가자 12세기 로마네스크 양식의 수도원 위에 조금 칙칙하기는 해도 우아함을 잃지 않은 건물들이 바다를 굽어보고 있었다. 여섯 개의 병동에는 유리창이 줄지어 나 있었고, 각각의 병동 끝에는 작은 탑이 솟아 있었다. 그리고 제비들이 탑 주위를 날아다녔다.”
7. 이 병원의 특징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느린 의학‘이다. 환자인 뮬러 부인의 사례를 통해 들여다본다. 78세의 뮬러 부인은 비교적 활기찬 일상을 보내고 있던 중어느 날 넘어지면서 고관절이 골절된다. 다른 종합병원에서 응급 수술을 받으면서 인공관절까지 삽입했다. 수술 후 며칠이 지나지 않아서 부인에게 이상 증상이 나타났다. 정신착란, 당뇨병이 체크 되었다. 항정신성 약물치료와 인슐린 요법이 병행되었다. 수술했던 병원에서는 할 일은 다했으니 이젠 퇴원해서 가택치료를 하란다.(가택치료는 팀워크로 진행되기 때문에 미국에선 이쪽의 지출이 상당하다. 그러나 병원은 일단 자신들의 입장이 우선이다). 가택치료를 하는 중에 상태가 더 나빠졌다. 고관절 주위 통증 때문에 서는 것도 걷는 것도 힘들다. 저자가 다시 환자를 보게 된다. 엑스레이를 찍고 몇 가지 검사를 한 후 고관절이 관절와에서 빠져나와있는 것이 확인된다.(전구가 소켓에서 빠진 것과 마찬가지).
재수술후 그동안 습관적으로 복용시켜왔고 복용해왔던 약을 모두 끊었다. 몇 주 후 알츠하이머와 당뇨에 대한 재검을 해본 결과 전혀 이상 증상이 보이지 않았다. 이 사례에 대해 잘잘못을 평가하는 것은 조심스럽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수술했던 병원에선 모든 일이 매우 스피디하게 진행이 되었단 것이다. 응급 치료를 요하는 부분은 그렇다 치고 정신적인 것과 당뇨문제는 좀 더 신중한 처방이 뒤따라야했다. 또 재택치료 중간에 재검 과정없이 같은 처방만 반복된 것이 문제가 된다. 라구나 혼다 병원은 다행히 환자의 입원치료기간에 강한 규제를 받지 않은 것이 환자가 받은 큰 축복이었다. “내가 절약해준 보건의료계의 돈이 상당하다는 것과 거기에 들어간 노력이 너무 작은 것이라는 점이다.” 저자가 투자한 것은 오직 환자를 위한 마음과 시간의 배려였을 뿐이다. 그래서 ‘느린 의학’이라는 타이틀이 붙는다.
8. 이외에 많은 환자의 사례와 동료들 이야기, 관료주의의 횡포와 단순무지함의 과정 등을 소상히 밝히고 있다. 이 책을 통해 환자 치료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은 물론 존 매키의 표현처럼 인체의 ‘정비공장화’되어가고 있는 현 의료의 실태를 반성해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 환자의 권리와 의료진의 의무에 대한 평가는 우선멈춤이 허용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