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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자격 - 내가 제대로 키우고 있는 건가
최효찬.이미미 지음 / 와이즈베리 / 2014년 2월
평점 :
1. "내가 낳은 자식이니 내가 죽일 수밖에 없었어요." 얼마 전 뉴스에 오른 안타까운 이야기다. 아들을 죽인 어머니 A씨의 사연이다. A씨의 큰아들(21. 무직)은 중국 유학을 보내기 전까지 말 잘 듣고 성실한 아이였다. '중국어라도 배워두면 세상 사는 데 도움이 될까' 싶어 중학교 때 3년간 중국 조기유학을 보냈다. 그런데 그게 오히려 독이 됐다. 아들은 이국땅에서 망가졌다. 한국인 친구들과 어울리다 술을 입에 대기 시작했다. 그렇게 유학을 마치고 온 아들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돼 있었다. 폭음을 했고 취하면 행패를 부렸다. 처음에는 남편이 점잖게 타이르거나 때로는 혼을 내기도 했지만 그때뿐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들의 상태는 더 나빠졌다. 술을 마시면 친구들과 몰려다니며 주먹질을 하기 일쑤였다. 집에 오면 흉기를 들고 난동을 부렸다. 이웃 보기 민망해 이사한 것도 여러 번이었다.
2. 큰아들은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흉기 난동을 벌이다 하룻밤 유치장 신세를 졌다. A 씨는 남편과 함께 이튿날 오전에 큰아들을 데려왔다. 남편이 아들을 타이르겠다며 점심을 먹으며 소주 3병을 나눠 마신 뒤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아들은 또다시 행패를 부렸다. A 씨는 아들을 남겨둔 채 남편을 밖으로 내보냈다. '내가 낳은 자식 내가 거둬야겠다'고 결심했다. 잠시 후 A 씨는 조용히 잠든 아들에게 다가가 손발을 묶었다. 그러곤 눈을 질끈 감고 아들의 목을 졸랐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강하게 꿈틀대던 아들의 움직임이 잦아들었다. A 씨는 한참을 통곡하다 직접 경찰
에 전화를 걸어 "아들을 죽였다"고 신고했다. 경찰서로 달려온 남편은 아내에게 "내가 해야 할 일을 왜 당신이 했느냐"며 고개를 숙였다. 작은아들(18)은 "엄마 때문에 참고 살아왔는데…"라며 흐느꼈다. A 씨는 작은아들에게 "주위 사람이 물으면 여행 갔다고 해라. 마음 굳게 먹고 잘 살아라"라며 눈물을 흘렸다.
3. 참으로 가슴 아픈 사연이다. 어둡고 불편한 이야기부터 시작하는 것은 이 책의 저자들(이하 저자)이 염려하며 함께 고민해보길 원하는 대목인 탓이다. 이 사연을 두고 이 책의 제목처럼 부모의 자격 운운하는 것은 섣부른 생각이다. 어찌 어느 부모가 자식이 삐딱한 길을 가길 원하겠는가. 선한 뜻으로 시작했지만 그 결과가 참담하게 끝났을 뿐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부모에게 그 탓을 돌려야하나. 아이에게 원래 그런 기질이 있었을 뿐이라고 해야하나. 아니다. 이러한 문제는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라는 시각을 두고 함께 풀어나가야 할 문제이다. 교육제도, 사람을 평가
하는 방법, 성공에 대한 그릇된 인식 등등 우리 모두 머리와 가슴을 함께 기울여 지혜를 짜내야한다.
4. 이 책의 저자 최효찬, 이미미 부부는 교육문제에 대해 남다른 애정과 열정을 갖고 있다. 단지 생각으로만 그런 것이 아니라 글과 행동으로 교육현장에서 대한민국의 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 꿈을 꾸며 그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5. 책은 6장으로 구성되어있다. 1) 대한민국은 지금 '교육피로 사회'. 2) 학부모라서 불안하다. 3) 사춘기, 이 또한 지나가리라. 4) 부모 욕심을 버려야 아이는 비로소 꿈꾼다. 5) 명문대 아니면 어때요, 행복한게 최고야 5) 부모의 자격 : 뚝심 있는 부모가 되기를. 등이다.
6. 프랑스의 사회학자 장 보드리야르는 현 사회의 가장 큰 불행은 '비교하기'와 '비교당하기'에 있다고 했다. 저자 역시 이 말에 동조한다. "재능은 비교의 대상이 아니다. 내 아이의 능력이 다른 아이의 능력과 같을 수 없기에 비교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공부 좀 못해도 괜찮아! 성적과 성공은 비례하지 않아!' 이런 말을 잘 하는 부모가 자녀를 더 성공시킨다. 그러나 부모들은 그와 반대로 자녀에게 요구하고 있다. 어쩌면 자녀교육의 문제는 여기서부터 꼬이기 시작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7. 자녀의 성장을 제대로 이끄는 엄마를 가리키는 '충분히 좋은(good enough)'엄마라는 말이 있다. 영국의 소아과 의사이자 정신분석가인 도널드 위니콧은 수많은 엄마들을 상담하고서 '충분히 좋은'엄마라는 용어를 처음 만들어냈다. "이는 단지 아이에게 충분한 것만 제공하는 엄마가 아니라, 자녀의 심리적 성장을 유도할 만큼 자녀와의 관계가 충분히 가까우면서도 자녀를 심리적으로 숨 막히게 하지 않는 엄마를 가리키는 말이다. 어쩌면 우리나라 엄마들은 그저 '좋은 엄마'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닐까? 아이에게 늘 풍족하게 해주면서 대신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강요'하면서 말이다.
8. "한 지인은 딸이 고등학교를 자퇴해서 고민이 많다고 했습니다. 자녀교육에 열성적이었던 지인은 딸만 생각하면 우울해지곤 한답니다. 자녀교육에 열성적이었던 지인은 딸만 생각하면 우울해지곤 한답니다. 지인은 참고 또 참아야 하는 것이 부모인 것 같다고 했습니다. 저는 기다리고 또 기다려야 하는 것이 부모인 것 같다고 답해 주었습니다. 고향의 노부모는 자식이 찾아주지 않아도 내색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기다립니다."
10. 진정 바람직한 부모의 자격은 무엇일까? 문자화해서 늘어놓는다고 답이 될 수 없다. 저자 역시 자신의 생각을 조심스럽게 내놓을 뿐이다. 책엔 자녀교육에 대한 수많은 성공, 실패 사례가 담겨있다. 그 중에 내 모습, 내 아이의 모습이 보일 것이다. 어디부터 손을 봐야할 것인가. 그 시작점은 우선 부모에게서 찾아야한다는 생각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