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와 나 때때로 남편 - 서른살 워홀러 부부의 호주 일주 여행기
안정숙 지음 / 책구름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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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행은 고행이다. 집 떠나면 어쩌구 하는 말이 빈말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

람들은 여행을 꿈꾼다. 일상의 톱니바퀴에서 벗어나길 원한다.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스처럼 맞

물려 돌아가는 일상에서 벗어나길 원한다.

 

2. 그러나 여행도 여행나름이다. 여행사 상품인 패키지 코스는 아무래도 맨숭맨숭하다. 가이드는

안 보는 척 하면서 지갑을 몇번이나 여나, 카드를 몇번이나 긁나 지켜본다. 혼자 또는 둘이 지도

를 보며 탐험가 흉내도 내보며 꼭 떠나보리라.

 

 

3. 30대 부부와 함께 호주로 떠나본다. 물론 나는 우선 두 사람이 지나간 길을 글과 사진으로 따

라가보는 것뿐이다. 저자 부부는 여행 경비는 현지에서 벌어서 마련한다.

그래서 '워킹홀리데이(Working Holoday, 이하 '워홀')를 생각했다.

합법적으로 일과 여행을 할 수 있는 '워홀'국가 중 호주가 단연 군계일학이었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4. 거의 완벽주의자에 가까운 아내와 만만디나 다름없는 남편의 여행 계획이 시작된다.

아내(저자)는 우선 인터넷으로 치밀한 정보 사냥에 나섰다. 그 사이에 남편은 호주 관광지 사진으로 사전답

사를 하고 있다.

 

5. 미대륙이나 유럽에 비해 호주는 비호감에 속하는 여행지라고 한다. 단적으로 표현하면 호주는

사람 살 곳이 못된다는 것이다. [대단한 호주 여행기]의 작가 빌 브라이슨은 "호주보다 생명체에

적대적인 곳은 남극뿐 일 것"이라는 표현을 했다. 호주는 기후가 극단적이고, 결정적으로 물이 '너무'귀한 곳이다.

 

 

 

6. 포도농장과 고기공장, 허브농장에서 그야말로 완전 노동자의 일상을 일년 넘게 지내면서 인내

심과 성취감을 자축하며 다독인다. 호주 일주 여행엔 자동차가 필수. 중고차시장에서 포드 익스플

로러(사륜구동)를 장만했다. 여행중 애간장을 태워가며 부부를 태우고 다녔다. 드디어 출발이다.

그러나 짐이 장난이 아니다. 거의 이삿짐 수준이다. 그러나 저자는 어느 것 하나 차에서 못 내린

다. 어쨌든 출발이다. 애들레이드 힐 부터 본격적인 여정을 펼친다.

 

7. 책에는 '아웃백'이라는 지명이 자주 나온다. 프랜차이즈 아웃백을 연상하게 된다. 저자는 아웃

백을 이렇게 설명한다. "하도 아웃백 아웃백 하니까 '아웃백'이라는 특정 지역이 있는 것으로 오

해할지도 모르겠다. 아웃백은 일반적으로 노던테리토리와 서호주 북부를 비롯한 내륙의 사막 초원 지역을

일컫는 보통명사다. 기후가 혹독하고 건조해서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 공허한 땅이지만 울루루, 벙글벙글

같은 대표적인 관광지들이 위치해있고, 호주 원주민의 전통적인 생활 근거지다." 

저자는 아웃백의 하늘을 보며 어떻게 이렇게 '지독한 푸른빛'이 가능한지에 대해 감탄정도가 아니라,

심장이 터지는 듯한 감동을 느낀다.

 

 

 

8. 울루루. 어느 여행 관련 서적에서 본 일이 있다. 길이 3.6 킬로미터, 해발 867 미터. 세계에서

가장 큰 바위 덩어리. 저자는 울루루 바위를 대면하면서 남편과 연애 기간이던 때를 떠올린다. 그

는 이제 막 군에 입대한 이등병이었다. 처음으로 오래 떨어져 있었다. 그 때를 회상하며 수억 년

동안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바위를 보며 인간의 삶과 사랑이 스쳐 지나감을 느낀다. 울루루는 일

몰이 장관이다. 바위의 색깔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색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9. "지나고 보니 둘이 하는 여행은 길눈이 어두운 남자와 지도를 읽을 줄 모르는 여자가 서로 도

와가며 목적지에 도달해가는 훈련이었다. 채소를 좋아하는 여자와 고기를 좋아하는 남자가 서로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이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더는 첫사랑이니, 영원함이니 하는 것들에 목

매지 않기로 했다. 그와 나의 사랑에 대해 정의 내리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 옆

에 있는 사람을 열렬히 사랑하면 그만이었다. 그저 더 깊이 그를 이해하고, 있는 그대로의 그를

사랑하고 싶을 뿐이었다."

 

10. 저자는 호주 여행을 이렇게 정리한다. "호주로 간 건, 호주 일주를 한 것은 서른살 인생을 통

틀어 제일 잘한 일이었다. 악조건처럼 보였던 척박하고, 광활하고, 텅 빈 것이야말로 호주를 호주

답게, 매력적으로 만드는 요인이었으니 말이다. 이거야말로 통쾌한 반전이었다." 

이 책을 통해 호주에 대한 마음의 거리가 한결 가까워졌다. 이젠 몸의 거리를 가깝게 하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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