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손으로 가는 인생 지만지 희곡선집
조지 코프먼.모스 하트 지음, 이형식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1. 막이 오르면 그집 식구들 만큼이나 정신 없는 공간이 나온다. 거실이라고 보기엔 그렇고 창고

라하면 식구들이 서운해할것 같다. 이집 가족 구성원들은 삶을 최대한 충만하게 살아가고 있다.

이는 매우 좋은 표현이고, 다른 말로하면 '아무도 못 말리는 가족'이다.

 

2. 그들에겐 꿈이 있다. 아니, 그들은 꿈이 현실이다. 꿈이라는 표현이 너무 멀게 느껴진다. 그들

에겐 '하고 싶다'는 마음이 그대로 행동으로 옮겨지기에 꿈을 꿀 시간이 없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

이다.

 

3. 이 집의 가장이자 연장자인 마틴 밴더호프 영감님은 '좋은 세월을 살아온 강단 있는 75세 정도

의 남자. 주름이 있는데도 얼굴은 젊다. 눈이 아주 살아 있다. 오래전에 세상과 화해한 사람이며

모든 태도와 매너가 그것을 설득력 있게 말해주고 있다'로 소개된다. '오래전에 세상과 화해한 사람'이라는 부분이 참 좋다. 세상과의 화해. 주변 사람들과의 화해는 빠를수록 좋다. 관에까지 싸

갖고 가니 문제다.

 

4. 필연같은 우연. 이 집 식구들에겐 우연과 필연의 경계가 모호하다. 우연히 잘못 배달된 타자기

덕분에 8년째 밖으로 나간 일이 전혀 없는 희곡을 쓰는 여인, 역시 8년째 발레를 배우고 있지만

전혀 진도가 안나가는 딸, 저녁을 먹으러 왔다가 주저앉아서 이 집 딸과 결혼한 사내도 있다. 얼

음 배달을 왔다가 그 집에 머물면서 폭죽을 만드는 사내도 있다. 5년 정도 함께 살다가 죽은 뒤엔

영감님 이름으로 사망신고가 된 우유배달부. 발레를 가르치러 온다는 것을 빌미로 제집 드나들듯

들락거리며 끼니도 해결하며 사고 치는것이 취미인 러시아 사나이도 있다.

 

5. 차례차례 또는 여럿이 등장해서 그들의 개성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오랫만에 매우 재밋는 희곡

작품을 대한다. 희곡집을 읽다보면 선뜻 그림이 안 그려지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 희곡을 읽다

보면 바로 객석에 앉아 있는 느낌이다. 좀 더 과장되게 이야기하면 객석의 반응도 전달된다. 물론

웃음이다. 폭소다.

 

6. 이 가족과 대비되는 가족이 등장한다. 영감님의 손녀딸 앨리스의 사내 커플 토니라는 젊은이의 가족이다. 이 친구의 부모는 뭐랄까. 일단 겉으로 보기엔 문제 없는 사람들이다. 돈도 제법 벌었다. 그리고 계속 불려가는 중이다. 영감님의 가족이 꿈을 키우는 동안 이 집 식구들은 재산을 키우고 있다.

 

7. 앨리스와 토니의 가족들이 상견례하는 날 저녁. 내일인줄 알았더니 오늘 저녁에 들이닥쳤다. 가족들의 진면목을 하루 저녁만이라도 감춰두고 싶었는데, 너무 리얼하게 보여준 저녁이었다. 설치기 좋아하는 러시아 사내는 레슬링을 가르쳐준다는 명목하에 토니의 아버지를 메다꽂기까지 했다. 예상대로 서로의 혼담은 없었던 이야기로 끝난다.

 

8. 이 대비되는 가정 중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줘야하는지? 차분하게 생각하면 한쪽으로 기울진 않는다. 단지 출세와 성공 지향적인 삶에 강력한 쉼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영감님의 말을 들어본다. "소화불량이 왜 생긴다고 생각하십니까? 행복해서요? 아닐 겁니다. 소화불량은 당신의 시간을 대부분 원하지 않는 일을 하는 데 쓰기 때문에 생기는 거예요." 어쨌든 해피 엔딩이다. 긍정 영감님의 식사 기도로 마무리된다. "하나님, 우리가 다시 모였습니다. 당신이 행한 모든 것에 감사하다는 말 다시 한 번 하고 싶군요. 일이 아주 잘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앨리스는 토니랑 결혼하게 되었고, 그들이 아주 행복할 것으로 보이는군요. 물론 폭죽은 터졌지만, 그건 드 피나씨 잘못이지, 당신 잘못은 아닙니다. 우린 모두 건강하니까 다른 것들은 모두 당신에게 맡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9. 이 책의 원제는 'You Can't Take It With You' 이다. 직역하면 '가지고 갈 수 없다'다. 즉 아무리 재산이 많아도 죽을 때 싸갖고 갈 수 없다는 말이다. 오래 된 유머 한 꼭지가 생각난다. 구두쇠 영감이 죽으면서 변호사를 통해 이런 유언을 남겼다. '재산을 다 정리해서 관에 넣어달라'. 아들이 있었다. 그 아들은 오직 아버지 장례에만 몰두했다. 변호사가 유언을 상기시키자 알았다고 대답했다. 그리곤 하관할 때 고인의 품에 봉투를 안겨드렸다. 변호사가 뭐냐고 묻자. 그 아들 이렇게 답했다. "약속어음이요. 나중에 뵈면 그때 드리지요.". 이 희곡은 1936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할 때 837회나 공연을 기록한 흥행작이다. 이 시대를 살았던 아메리칸들에게 위안과 행복을 주었기 때문이라는 평이다. 시기적으론 1929년 월스트리트 주가 폭락으로 시작된 경제공황의 여파가 남아있을 때이다. 이 작품은 영화로도 제작되어 풀리처상과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다.

 

10. 옮긴이 이형식 교수의 번역이 맛깔스럽다.

 

P.S   오자 : P.169 첫째줄. 그는 유진 오닐와 조지 버나드 쇼 - 유진 오닐과 조지 버나드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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