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를 움직이는 법 - 전 로비스트가 알려주는 설득의 숨은 비밀
폴커 키츠 지음, 장혜경 옮김 / 예담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1. 새해를 맞이해서 후배가 카톡으로 연하장을 보내왔다. 마침 커피 타임을 갖고 있던 참이라 답장을 보냈다. 나 - "그래 고마워. 새해 복많이 받고 건강하구." 그 후배는 개인의원에 근무하고 있다가 준종합병원으로 옮긴지 얼마 안 되었다. 궁금해서 물어봤다. "어때. 지낼만 해?"  후배- "선배님, 여긴 모두 이상한 사람들만 있어요"  나- "그래? 그럼 모두 치과로 보내~!"  후배 - "예? 아...예..ㅎㅎ"  다독거리는 말을 전하려다 돌직구를 날린다. "그런데 이런 생각은 안해봤나? 이상하다고 생각한 그 사람들이 오히려 김선생을 보고 '진짜 이상한 넘이네..'한다고 생각하면 어쩔텐가?"  잠시 뜸을 들인 후 후배가 답을 보내왔다. "옙..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상대방의 마음을 돌리는 것보다.  제 생각을 바꾸는 것이 빠르겠습니다."  지혜로운 친구라 잘 적응하리라 믿는다.

 

2. 사실 우리 모두는 심한 착각 속에 살고 있다. 내가 하는 실수는 '그럴 수도 있지'고 남이 하는 실수는 '그럴 수가 없지'다. 내가 하는 말은 모든 사람들이 이해 될만한 말만 한다고 생각하는데, 남들은 도무지 이해불가의 말들만 늘어놓는다. 모 정신과의사 말마따나 '가끔 제정신'이기도 하다.

 

 

3. 살아가며 말이 통하는 사람과 한 지붕밑에서 살며, 같이 일을 해나가는 것도 큰 복이다. 우리가 받는 스트레스의 상당 부분은 사람을 통해서 온다. 이 책의 제목이 근사하다.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와 말이 잘 통하게 하는 법이 아니라 한술 더떠 '상대를 움직이게까지 한다'니 호기심이 동할 수 밖에 없다.

 

4. 저자 폴커 키츠는 심리학과 법학을 전공하며 전방위적인 활동을 하는 가운데 특히 로비스트로 활동하는 동안 많은 법안에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그만큼 그의 영향력이 컸다는 이야기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자신의 로비스트 경험담에서 설득의 특별한 노하우들을 뽑아내 엮었다. 책을 읽다보니 '과연 고수답다'라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5. 책은 크게 3파트로 구성되어있다. 논리, 감정, 인물, 트릭 등이다. 논리 부분의 소제목을 연결시켜보면 이렇게 된다. '당신이 하는 말은 아무도 안 듣는다. 당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아무도 관심이 없다. 그럼에도 당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낸다.'

 

 


6. 그럼 어떻게?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날마다 경쟁적으로 논리를 펼친다. 상대를 설득시켜 한방에 훅 보낼 방법을 궁리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노력을 통해서는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우리 일상에서는 논리가 너무 과대평가되고 있다. 하나의 올바른 해결책이 존재하리라 믿는가? 한쪽에게 유익한 것은 다른 쪽에게 해가 될 수밖에 없다. 공정한 대접을 받지 못하면 분노하고 상처 받는가? 안타까운 일이지만 삶은 원래 불공평하다. 이 진리를 깨친 사람들은 그 깨달음을 조용히 활용하고 있다."

 

7. 앞서 후배와의 대화에서 나 자신에게도 무엇보다 '나를 먼저 돌아본다'는 메시지를 마음에 담았다. 후배에게 주는 조언이지만, 나에게 주는 다짐이기도 하다. 저자 역시 타인을 어떻게 조종할 것인가? 라는 답을 주기 전에 각자 스스로를 들여다보길 원한다.

 

8. '입장'이란 단어가 나온다. '입장'은 심리학의 전문개념으로, '확신'이나 '의견'보다 훨씬 많은 뜻을 함유하고 있다고 한다. "'입장'은 심리학에서 일반적으로 사람이나 사물에 대한 평가를 말한다. 이 평가는 그 사람이나 사물에 대한 태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예를 들어 상대가 당신을 위해 무언가를 해줄 수 있게 만들 수도 있다. 따라서 '입장 바꾸기'란 단순한 '설득'이상의 것이다."

 

 

 

9. 입장은 네 가지 요인에 바탕을 둔다고 한다. 유전적 소인, 애정, 인지, 태도 등이다. 애정의 요인은 감정이다. 우리는 특정 사람이나 물건에 대해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감정을 품을 수 있다. 우리가 그 사람이나 사물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도 그 감정에 따라 좌우된다.

 

10. 저자의 로비스트 활동장면을 들여다본다. 정치인과 로비스트들의 간담회가 열렸다. 비공식자리인지라 로비스트들이 더욱 분주하다. 거물급, 영향력있는 정치인들과 접촉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그 정치인이 혼자 있는 틈새 시간을 가로채기 위해 동료들과 잡담을 나누면서도 시선은 정치인에 고정되어 있다. 그대가 잠시 그 정치인의 역할을 맡는다. 오는 녀석들마다 자기 이야기만 하기 바쁘다. 모두 자신들에게 힘을 실어달라고 한다. 자신의 말을 믿어달라고 한다. 이젠 듣기도 싫고, 꼴도 보기 싫다. 그렇다고 노골적으로 외면하면 평판이 안 좋아지니 그럴 수도 없다. 간담회가 얼른 끝나 집에 가서 뜨끈한 물에 푹 담그고 싶다. 또 한 녀석이 내게로 온다. 지겹다. 그런데 이 친구 보게 첫 마디가 맘에 드네. "어려운 점이 있으시면 무엇이든 말씀하십시오." 허~ 그래? 맞아. 귀는 닫고 입을 열고 싶었어. 입이 근질근질했단 말이야. 모처럼 실컷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쏟아놓았다. 그 뒤로 저자인 이 로비스트와 그 거물 정치가는 절친이 되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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