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책상위나 서랍 또는 서가를 정리하고 나면, 어수선한 마음도 정리 되는 듯 하다. 해놓고 나면 편하고 좋기만한데 왜 그리 손대기가 어려운지 모르겠다. 어떤이들은 뭐 꼭 그렇게 깔끔 떨 필요있나 '대충 살지'하면서 그저 편하게 살아가고 있긴 하다. 나 역시 정리정돈 안 된 상태가 처음엔 눈엔 거슬리지만, 시간이 좀 지나면 별로 신경이 안 쓰일 때도 있다. 그러나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인 '깨진 유리창 법칙'은 나의 일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2. 주변 정리가 게을러질 때마다 내 마음에 떠올리는 스토리가 있다. 사실 그리 밝은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생각을 꺼낼때마다 그 분의 생전 모습을 그려보며 인사를 건넨다. 오래 전 이야기다. 벌써 10여 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나보다 10년 쯤 연상이셨던 내과 과장. 어느 날 갑자기 댁에서 새벽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 창졸간에 장례를 치룬 그분의 미망인이 고인의 소지품을 챙기려 병원에 들르셨다. 서랍이나 책장에서 고인의 유품중 쇼핑백 하나에 몇 가지 담고는 간호사에게 한 마디 남기고 떠나셨다. "나머진 다 버리세요."
3. 아니 한 깔끔, 한 까칠하셨던 그 분이 그럼 여태 쓰레기를 모시고 살았단 말이야? 그렇다, 지금 내게 소중한 것이 다른 사람에겐 쓰레기로 생각될 수도 있다. 물론 그 미망인은 꼭 쓰레기라고 생각했다기보다 어차피 집에 갖다 놓아봐야 별로 도움이 안되기도 하고, 고인의 유품은 집에도 많기만하다는 생각일 수도 있다. 나도 마찬가지지만, 그대여..내일 일은 아무도 모른다오. 그대 떠난 빈자리에 잡동사니만 잔뜩 남겨놓지 마시구려. 치울 사람 생각도 해줍시다.
4. 내 생각, 내 이야기만 늘어놓으면 책과 저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니까 저자는 이 책에서 '정리의 정석'을 어떻게 풀어가고 있는지 들어가본다. 사전적 의미로 '정리'는 흐트러지거나 혼란스러운 상태에 있는 것을 한데 모으거나 치워서 질서 있는 상태가 되게 하는 일이고, '정돈'은 어지럽게 흩어진 것을 규모 있게 고쳐놓거나 가지런히 바로 잡아 정리하는 일이다.
5. 정리, 정돈은 물질적인 것에만 국한 되지 않는다. 생각이나 마음도 정리, 정돈 대상이다. 저자는 첫 챕터에서 '왜 정리하는가?" 묻고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일단 정리하면 당장 효과를 본다.'이다. "정리의 힘은 생각보다 강하다. 정리정돈을 잘하면 생산적이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다. 반면 정리가 잘 안 되어 있으면 쓸데없는 서류들을 뒤적이거나 물품을 찾는 데 시간을 뺏겨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 일상을 잘 정리하는 사람이 인생을 바꿀 수 있는 힘도 얻는다고 한다.
6. 저자가 강력하게 주장하는 것은 다섯 가지다. 버려라! 더 좋은 것들로 다시 채울 수 있다. 버리지 않으면 채울 기회도 없어진다. 줄여라! 버릴 수 없다면 결코 더하지 말라. 스트레스와 업무 부팅 속도는 줄일수록 좋다. 정하라! 고민 없이 곧바로 실행에 옮길수 있도록 원칙과 기준과 프로세스를 정해두라. 나눠라! 한군데 무조건 몰아두는 것이 정리가 아니다. 잘 분산하면 시간을 번다. 바꿔라! 기존에 잘못된 관행이나 나쁜 습관을 좋은 방향으로 바로잡아라.
7. 정리 정돈을 하다보면 제일 어려운 일이 버리는 일이다. 버리는 것을 지혜롭게 하지 못하면 정리 정돈은 흩어져 있던 물건들을 대충 쌓아놓는 것으로 그친다. 저자가 '버리는 방법'을 알려준다. 3개월 이내에 사용한 적이 있거나, 사용할 계획이 있는가? 없다면 버려라. '언젠가 사용하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을 하는가? 그러면 버려라. 아주 가끔 활용하지만 남에게 쉽게 빌려 사용할 수 있는가? 그러면 버려라. 기능이 비슷한 물건을 여러 가지 가지고 있는가? 그러면 버려라. 회사나 사무실에서는 필요 없는 물건인가? 그러면 버려라.
8. 물건만 줄일 것이 아니라, 안 좋은 습관도 줄여야 한다. 버릴 수 있다면 더욱 좋다. 입버릇처럼 하는 비난이나 불평 불만도 줄이거나 없애야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물건들은 뭐가 있을까? 그것이 없다면 생명의 위협을 받을 만한 것이 뭐가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는 것이 없다. 인생이란 바다에서 무인도에 자리 잡을 때 뭐가 있어야 할까? 내 몸에 지닌 것 하나 없어도 살아갈 수는 있을 것이다. 그것을 깨닫는 시간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