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명진 교수의 소리로 읽는 세상
배명진.김명숙 지음 / 김영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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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는 주변의 수많은 소리와 함께 눈을 뜨고, 감습니다. 그 중에는 듣기 좋은 소리도 있고, 듣기 싫은 소리도 있고, 듣고 싶어하는 소리도 있습니다. 사람을 살리는 소리도 있고, 그 반대인 경우도 있겠지요.

 

2. '소리공학'이라고 들어보셨는지요. 소리공학은 주변의 모든 소리를 분석하고 규명해서 실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만드는 기술이라고 합니다. "소리가 우리와 함께 있는 한, 소리와 소리공학에 대한 관심은 시간이 갈수록 높아질 수밖에 없고, 소리공학 또한 발전 할 수밖에 없다. 사람들이 더 편안하고 평화롭게 사는 미래로 가는 길목에서 소리공학은 우리에게 많은 도움을 줄 것이며 우리도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3. 방송을 통해 소리에 관한 내용이 나올 때마다 자문 및 실험에 참여했던 '소리박사' 배명진 교수는, 소리공학자의 입장에서 일상생활에서 들을 수 있는 다양한 소리에 대한 분석과 활용 위주로 글을 썼습니다. 그리고 공저자인 언어학자 김명숙 교수는 사람의 목소리에 대한 특별한 관심과 애정을 소리와 얽힌 일화로 풀어냈군요. 공학자의 실용적이며 과학적인 접근과 인문학자로서의 감성적인 시각이 함께 어우러진 융합 연구의 결과물인 셈입니다.

 

4.  책은 3부로 구성됩니다. 소리를 만나다. 소리가 들려주는 세상 이야기. 미래의 소리와 소리공학 세상. 저자는 '나는 세상의 모든 소리를 사랑한다'는 타이틀로 시작합니다. 사람의 오감 중 청각은 엄마 배 속에 있을 때부터 갖게 되는 감각이고, 이 세상을 떠날 때에도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감각이라고 합니다.

 

5. 소리와 관련된 한 꼭지 단상이 떠오릅니다. 지난 일요일 이제 막 백일을 지난 손녀를 보러갔었지요. 시간과 거리상 자주 못 보다가 딸이 아빠 생일이라고 집으로 올까. 밖에서 만날까 하길래, 날도 추운데 애기 데리고 밖에 나서는 것 마음이 편치 않으니, 아빠 엄마가 딸집으로 가마 했지요. 그리고 오랫만에 만난 손녀를 품에 안으니 아이가 긴장을 하더군요. 그래서 산후 조리차 집에 와 있을 때 퇴근후 품에 안고 불러주던 노래(허밍에 가까운)를 나지막히 들려주자 그때서야 생긋 웃더군요. 다행히 아이의 뇌리에 제 목소리가 입력되어 있었던 모양입니다.

 

6. 저자가 묻습니다. "당신의 첫소리는 무엇이었나요?". 즉, '당신이 기억하는 첫소리는 무엇인가?'를 묻고 있군요. 심리학에서는 인생의 첫 기억이 개인의 자아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여 무척 중요시하는데 소리공학자인 저자에겐 사람들의 첫 소리가 무엇이었는가가 자못 궁금하고 중요하게 생각든다고 합니다.

 

7. 가청 주파수 아시지요? 보통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주파수는 20~20,000 헤르츠입니다. 우리가 말을 할 때 귀로 듣기에 좋은 목소리는 남자의 경우 110~130 헤르츠, 여자는 210~240헤르츠 정도가 적당하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목소리 크다고 좋은 것은 아니니까 기왕이면 듣기 좋은 언어와 강도가 필요하겠지요. 그런데, 공교롭게도 목소리 큰 사람들은 단어의 선택이나 말의 내용도 별로인 경우가 많더군요. 공감하시지요?

 

8. 2부 '소리가 들려주는 세상 이야기'에 재밋는 이야기가 많이 담겨 있군요. 물론 그 중엔 안타까운 사연도 들어있긴 합니다만, 아뭏든 '소리 세상'은 의외로 넓더군요.  소리로 TV를 켜는 이야기, 소리가 무너뜨린 거대한 다리(미국 시애틀 근교의 타코마 브리지가 바람이 아니라 바람의 공명으로 흔들리다 결국 무너지고 말았다는군요)에서 힌트를 얻어 사람 목소리 만으로 와인잔을 깨는 실험에 대한 스토리가 재밋더군요. KBS [스펀지]에서 본 기억이 납니다.

 

9. 우리가 평소에 접하는 자연의 소리를 잘 활용하면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고 합니다. 집중력을 높이는 자연의 소리란 비교적 넓은 음폭의 '백색소음'을 말한다고 합니다. 비오는 소리, 폭포수 소리, 갈대밭에서 들리는 소리, 나뭇가지에 바람이 스치는 소리, 파도소리 등등. 실제로 자연의 소리를 남녀 중학생들에게 들려주면서 집중력과 뇌파 반응 검사를 시행해본 결과 매우 좋은 결과를 얻어냈다고 합니다. 좀 산만하다고 여겨지는 자녀들에게 적용해 볼 만한 사항이라 생각듭니다.

 

10. 사건, 사고에 대한 뒷 이야기도 이어집니다. 녹차 재배지로 유명한 보성에서 세상을 놀라게 한 살인사건이 일어났었지요. 2007년 추석 무렵, 광주에 사는 남녀 대학생이 보성에 놀러갔던 중, 고깃배를 손질하는 칠순 할아버지에게 사례를 할 테니 해안 주변을 돌아볼 수 있도록 배에 태워달라고 부탁합니다. 배를 타고 가던 중 한적한 곳을 지나게 되자 갑자기 노인이 남학생을 밀어 바다에 빠트리고, 남아 있는 여학생의 손을 뒤로 묶은 다음 좁은 조종실에 가둔 후 성추행을 하기 위해 다른 장소로 배를 몰았지요. 이 때 여학생은 기지를 발휘하여 휴대폰으로 119에 전화를 시도했습니다. 네 차례 전화를 했지만, 제대로 연결이 되지 않았고 저항하던 여학생도 결국 바다에 내던져져 사망하고 말았지요. 이후 같은 지역에서 다른 여성 두 명의 시신도 추가로 발견됩니다. 일명 '보성 어부 살인사건'입니다. 범행을 극구 부인하는 노인에게서 증거를 찾고자 저자에게 사건이 의뢰됩니다. 여대생의 휴대폰을 통해 119에 기록된 네 번의 짧은 휴대폰 통화 기록이 그 자료가 됩니다. 1.2초의 어부 목소리와 선박의 엔진소리를 토대로 분석을 한 결과 결국 노인이 범행을 저질렀다는 결정적 증거가 되어서 사건의 진실이 밝혀집니다.

 

11. 북한이 쏘아올린 광명성 3호가 인공위성이 아니라 미사일이라는 것이나,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에서 문세광의 총에 맞아 운명한 것으로 알려진 육영수 여사가 사실은 경호원의 총에 맞은 것으로 판단된다는 저자의 치밀한 소리공학적 분석이 입증되는 이야기기도 담겨 있군요.

 

12. 소리에 대한 연구로 노벨상을 받고 싶고, '소리 체험 박물관'과 '사운드 테마파크'를 설립하고 싶어하는 저자의 꿈이 실현되도록 응원합니다. 아울러, 좋은 목소리를 내기 위해 어드바이스 해주는 부분을 옮겨봅니다. "어깨를 꼿꼿이 세우고 바른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하루 5분 정도는 복식 호흡을 하고 성대 마사지도 틈틈이 해주는 것이 좋다. 너무 오랜 시간 말을 하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혹은 소리를 질러 성대에 무리를 주는 것은 피한다. 충분한 수분을 공급하는 것도 성대에 휴식을 줄 수 있는 방법이다. (....) 내가 가지고 있는 목소리를 잘 관리하자. 내가 하는 말은 내 귀가 제일 먼저 듣는다. 내게 좋은 목소리는 다른 사람에게도 듣기 좋은 소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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